코로나19 사태 고위당정청협의 결과 브리핑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구경북 지역 최대한의 봉쇄 조치"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이 26일 결국 사퇴했다. 지난해 9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홍 수석대변인. /이새롬 기자 |
임미리 교수 고발 건 주도 등 과거 재조명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대구·경북 지역 봉쇄 조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10분께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 물러난다.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알려왔다.
그는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함에도 대구·경북의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 이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불신과 비난보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으로 보듬으며 함께한다면,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 수석대변인은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며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논란이 제기되자 수정 브리핑을 통해 "지역 이동 봉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사의를 밝히기 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도 나와 "방역 당국에서의 표현이었고 계속 정부는 봉쇄라는 표현을 이미 한 달 전부터 썼다"며 자가격리를 거부하는 특정 종교와 신도들 등에 대해 행정력 등으로 강제한다는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해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는 표현이 있었으나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라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대구=뉴시스 |
이날 홍 수석대변인의 사의 결심은 "총선이 어려운 TK 지역에 기름을 부었다"며 우려를 표하는 당내 분위기가 배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 지도부도 공개 사과하며 해당 발언이 가벼운 해프닝이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쟁은 금물이며 말 한마디 실수도 코로나 대응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어제 고위 당·정·청 협의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쳤다"면서 "감염 차단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용어 선택에 부주의했다"고 했다.
야당이 공격할 빌미를 사전 차단하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창수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어 홍 수석대변인을 향해 "상처받은 대구·경북민들과 공포 앞에 불안감까지 느껴야했던 대한민국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당장 대변인직에서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홍 수석대변인의 과거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 등이 이번을 계기로 여당 내에서 폭발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는 2013년 민주당 원내대변인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의 후손'이라고 했다가 사퇴한 바 있다.
지난해 2월에는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20대의 보수화 이유에 대해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 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가 설훈 최고위원과 함께 20대 폄훼 논란에 휩싸였다. 당에서 최근 가장 진땀을 뺐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검찰 고발건도 홍 수석대변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