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엘리트' 탈북민 태영호 '지역의 일꾼' 가능할까?
입력: 2020.02.17 05:00 / 수정: 2020.02.17 05:00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 걸림돌이 예상돼 무난한 선거운동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자유한국당 입당과 총선 후보 출마선언을 한 태 전 공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안경을 고쳐쓰고 모습. /남윤호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 걸림돌이 예상돼 무난한 선거운동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자유한국당 입당과 총선 후보 출마선언을 한 태 전 공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안경을 고쳐쓰고 모습. /남윤호 기자

선거운동서 괴리감·신변보호 어려움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대한민국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지역의 대표자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의 주민들과 엘리트들이 확인하는 순간,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통일은 성큼 한 걸음 더 다가올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11일 자유한국당에 영입돼 지역구 출마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태 전 공사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헌정 역사상 탈북민 출신 첫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

탈북민 첫 국회의원은 지난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은 조명철 전 의원이지만, 지금까지 탈북민 지역구 국회의원은 나오지 않았다.

태 전 공사가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 걸림돌이 예상돼 무난한 선거운동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쪽과 남쪽에서 모두 '엘리트'로만 살아왔다는 점과 경호 문제가 선거운동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태 전 공사의 출마지로는 강남과 송파 등 서울 강남권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 북, 그리고 남쪽에서도 받아온 '엘리트' 대우

많은 탈북민은 태 전 공사의 지역구 도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 김 모씨는 "탈북민들이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대한민국에서 대표될 수 있다"면서 "탈북민 또, 북한 주민들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엘리트' 출신인 태 전 공사의 지역구 출마에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선거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탈북민 출신 청년 박 모씨는 지역 민심을 위해선 전통시장, 경로당 등 유권자들이 몰리는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엘리트로 살아왔던 태 공사가 잘할 수 있겠는가라고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의 출마에 대해 꼬집었다. 지난 11일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국회에서 총선 출마 발표를 위해 이동하는 태 전 공사. /남윤호 기자
탈북민 출신 청년 박 모씨는 "지역 민심을 위해선 전통시장, 경로당 등 유권자들이 몰리는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엘리트로 살아왔던 태 공사가 잘할 수 있겠는가"라고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의 출마에 대해 꼬집었다. 지난 11일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국회에서 총선 출마 발표를 위해 이동하는 태 전 공사. /남윤호 기자

탈북민 인권단체를 운영하는 이 모씨는 "태 전 공사의 지역구 출마에 탈북민 사회 내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많다"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정치권에서는 '엘리트' 출신 탈북민밖에 챙기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서 한국당은 엘리트 탈북민 조명철을 영입해 배출했다"면서 "90%가 넘는 대부분의 탈북민은 서민·노동자 계층이기 때문에 허탈감을 느낀다. 심지어 청년세대들 사이에선 다시 김일성 대학을 졸업하고 탈북해야 하느냐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청년 박 모씨는 "지역 민심을 위해선 전통시장, 경로당 등 유권자들이 몰리는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엘리트로 살아왔던 태 공사가 잘할 수 있겠는가"라며 "또, 경호문제 등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고 꼬집었다.

태 전 공사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탈북한 북한 지도층 인사 중에 가장 고위급이다. 평양 출신 외교관으로 북한의 직업외교관을 양성하는 5년제 특수교육기관인 국제관계대학에 진학해 엘리트 외교관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덴마크 대사관에서 서기관으로 시작해 스웨덴 대사관에서는 서기관, 주영 대사관에서 공사를 지냈다.

탈북 이후에는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자문위원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신변위협의 이유로 경호를 받아와 서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언론 인터뷰에서 고가의 사례금을 요구한다는 보도도 나오기도 했다.

신변보호 문제는 선거에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들과의 스킨쉽이 필수적인 지역구 선거운동에서 거리감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강남구 역삼동 M스테이지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던 당시. /이선화 기자
신변보호 문제는 선거에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들과의 스킨쉽이 필수적인 지역구 선거운동에서 '거리감'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강남구 역삼동 M스테이지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던 당시. /이선화 기자

◆ 지역구 선거운동서 '신변보호' 가능할까?

태 전 공사는 신변 보호 ‘가급’으로 24시간 경찰 경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4명의 경호인력이 붙어 있다. 그는 자신의 '신변문제' 때문에 토론회, 세미나 등 공개 행사에 참석여부를 사전 공지를 하지 않고 당일 깜짝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1일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그의 주변엔 경찰 요원을 포함해 5~6명이 대기했다. 이처럼 지역구에 선거 유세를 나선다면 태 전 공사의 신변 보호를 위해 경찰이 동원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위협이 이어지고 있고 진보단체와의 충돌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태 전 공사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경호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제 활동과 관련한 문제를 충분히 보장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변보호 문제는 선거에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들과의 스킨쉽이 필수적인 지역구 선거운동에서 '거리감'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인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태 전 공사의 공천 비례라면 이해가 가지만 지역구에는 좀 의구심이 간다"면서 "선거 특성은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인데 24시간 경호인력을 보낸다는 것은 한국당이 안일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보호를 받아야 할 인물을 가장 노출 빈도가 높은 곳으로 내모는 형국"이라며 "북한을 테러집단으로 바라보는 한국당이 보호대상을 내보내는 것은 조금 안일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주민등록상 이름이자 가명인 '태구민'으로 출마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태 전 공사는 "태구민이라는 이름은 북한 주민들을 구원하겠다는 의미"라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기도 한 4월 15일에 당선돼 북한에 민주주의 모습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신변 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경호를 지원하는 우리 정부를 믿는다"며 "신변 보호 문제가 출마에 제약이 되는 건 헌법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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