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보수 통합' 성공의 조건
입력: 2020.02.17 05:00 / 수정: 2020.02.17 05: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말 제안한 보수통합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러나 혁신 없이 중도와 극우가 빠진 통합만으로는 궁극적 목표인 총선 승리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14일 종각역 내 종로 청년 숲을 방문해 청년 사업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옷을 입어본 후 거울 보는 황 대표. /임세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말 제안한 보수통합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러나 혁신 없이 중도와 극우가 빠진 통합만으로는 궁극적 목표인 '총선 승리'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14일 종각역 내 종로 청년 숲을 방문해 청년 사업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옷을 입어본 후 거울 보는 황 대표. /임세준 기자

통합과 꼼수만으론 '총선 승리' 장담 못해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반문(반문재인)연대를 고리로 보수 진영이 뭉친 '미래통합당'이 출범한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새로운보수당, 보수 여전사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이끄는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600여 개 자유우파시민단체가 한 간판 아래 뭉친 것이다.

여기에 개정된 선거법에 발맞춰 자매정당(위성정당)으로 만든 '미래한국당'도 무사히 선관위에 정당 등록을 마쳤다. 범여권에선 위성정당이 꼼수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보수 진영 입장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 준비한 방안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보수통합과 위성정당 활용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만하고, 내로남불 같은 국정운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이 꼭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과거와 달리 국민들은 이제 잘못에 대한 반성, 혁신 없이 '상대편이 못 하니 이번엔 나를 뽑아달라'는 말에 넘어가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21대 총선에서 어느 쪽 주장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3%,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나타났으며, 13%는 의견을 유보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지난달 7~9일 조사와 비교하면 여당 후보 지지도는 6% 줄었고, 야당 후보 지지도는 8% 늘었다. 다만 여당은 민주당뿐이지만, 야당은 미래통합당 외에 중도 실용정치를 추구하는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뭉친 '민주통합당', '정의당', 조원진 의원의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통합당이 여당과 다른 야당들을 제치기 위해선 주요 지지층인 보수층 결집 외에 탄핵 사태와 관련된 잔존 세력 청산, 대대적 인적쇄신 등으로 중도층까지 공략해야 한다.

지난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통합을 추진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통합신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한 가운데 박형준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호 정치혁신특별위원장, 장기표 공동위원장, 정운천 위원,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이언주 전진 대표, 박 공동위원장. /남윤호 기자
지난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통합을 추진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통합신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한 가운데 박형준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호 정치혁신특별위원장, 장기표 공동위원장, 정운천 위원,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이언주 전진 대표, 박 공동위원장. /남윤호 기자

이 가운데 여론에 악영향을 끼치는 '실수'도 계속 나온다. 서울 종로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붙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처음으로 종로를 찾은 날 한 분식집에서 '어묵·복덕방', '1980년 무슨 사태' 발언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실수를 한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임미리 고려대 교수의 칼럼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했다가 정치권 안팎에서 '반민주적 행태'라는 역풍이 불자 슬그머니 고발을 취하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에게 "요새는 손님들이 적으니까 편하시겠네?"라는 공감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이쯤 되면 여야 모두 실수를 누가 더 많이 하는지 경쟁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통상 정치권에선 선거는 '구도', '인물', '바람'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때로는 해당 3요소에 모두 우위를 점했다가도 실수로 선거를 망치기도 한다. 주요 인사들의 언행, 당 활동에 신중을 기해 실수를 줄여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현 정권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정권심판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래를 향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당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대체로 현 정권이 한 모든 것을 되돌리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문재인 정권 출범 전, 즉 과거로 돌아겠다는 뜻이다.

과거와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 세력에 누가 미래를 맡기려 하겠는가. 상대 진영을 향한 극단적 비판, 누가 더 못 하는지 다투는 듯한 실수의 연속, 반성 없이 선거 때만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쇼 정치'를 이제 그만 보고 싶어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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