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봉준호 '기생충'에 숟가락 얹는(?) 정치권 '눈총'
입력: 2020.02.12 00:00 / 수정: 2020.02.12 00:00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상을 휩쓸자 정치권에서 이를 적극 선거 마케팅에 활용하자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상을 휩쓸자 정치권에서 이를 적극 선거 마케팅에 활용하자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블랙리스트' 올렸던 한국당, '봉준호 생가 복원'…진중권 "얼굴도 참 두텁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정치인들이 '선거 마케팅'에 과하게 활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숟가락 들고 달려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언제 그랬다는 듯 봉준호 감독을 추켜 세웠다. 한국당은 새누리당 시절부터 봉준호 감독을 '강성 좌파'로 분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봉 감독뿐만 아니다. '기생충'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던 CJ이미경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골적인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조원동 경제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화 '변호인' 등에 CJ창업투자가 공동투자한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봉 감독의 출생지가 대구라는 이유로 '봉준호 생가터 복원' 등 도가 지나친 공약들을 내놓으며 선거에 이용하는 모양새다. 봉 감독은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나 남구 대명동 남도초등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새롬 기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새롬 기자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11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구신청사 앞 두류 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대구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이날 "봉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의 자랑"이라면서 "대구가 봉 감독의 고향인만큼 아카데미 상을 계기로 영화박물관을 설립, 영화를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CJ그룹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쾌거가 있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면서 "여러 경영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치열한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CJ그룹이 한국영화에 끼친 긍정적인 역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은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만 해도 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 제목을 두고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 국면 당시 '4+1' 협의체를 향해 "민주당과 그에 기생하는 군소정당은 정치를 봉준호 감독한테 배웠는지는 몰라도 '정치판의 기생충'임은 틀림이 없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태도를 바꾼 한국당의 이중적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에서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라며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CJ 이미경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 이랬던 분들이 이제 와서 봉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을 올려놓으려 하다니, 얼굴도 참 두텁다"고 비판했다.

그는 "게다가 그 방식이 생가복원. 정확히 박정희 우상화하던 방식"이라며 "행여 이 소식이 외신으로 나가면 문화강국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생충 영화 포스터를 활용해 선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박찬대·박경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민주당 의원들은 기생충 영화 포스터를 활용해 선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박찬대·박경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여당도 영화의 성과를 선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영화 포스터와 오스카상 트로피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의정활동 홍보 포스터를 내놨다. 박경미 의원도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한 홍보용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를 두고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궁지에 몰리고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이것저것 다 하는 게 정치권"이라고 꼬집었다. 박 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전에 문화예술계를 얼마나 탄압했느냐"면서 "그런데 정치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들이 손가락질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화는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정치권은 입만 열면 좌파, 우파 다툼에 이제 와서 숟가락을 들고 달려드는 모습은 창피함에 앞서서 마땅히 비판받을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정상배(정치가와 결탁하거나 정권을 이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무리)들의 선거전략"이라며 "전혀 반성도 없고, 비전도 없고, 염치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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