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끄는 신당이 당명을 '안철수신당'으로 결정했지만 '사전선거운동 가능성' 등을 이유로 선관위가 '사용 불허'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일 안 전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철수신당(가칭) 창당추진기획단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선관위 "정당 비민주성 유발"…"정치적 생존 몸부림" 혹평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끄는 신당이 당명을 '안철수신당'으로 결정했지만, 중앙선관위가 '사용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당명에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헌정사상 최초였지만 선관위 결정으로 총선 투표지에 '안철수신당'이 이름을 올리진 못하게 됐다.
당초 안 전 대표 측은 당명과 관련해 "창당 후 총선까지 너무 시간이 짧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당을 알리기가 힘들다는 점 때문에 '대한민국 국가 대개혁'을 상징하는 '안철수' 대표의 이름을 당명으로 사용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우선 당명을 '가칭'으로 해 둔 상태로 총선을 치르고 공모를 통해 당 이름을 바꿀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안철수신당'의 정당 명칭 사용 가능 여부를 논의한 결과 △정당지배질서의 비민주성 유발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으로 공정성 침해 △투표시 정치인 안철수와 후보자 혼동 가능성을 들어 사용을 불허했다.
결정 이유와 관련해 선관위는 "헌법 제8조 제2항, 정당법 제2조에 의하면 정당은 공공의 지위를 가지므로 일정한 법적 의무를 지게 되며 그 내부조직의 과두적·권위주의적 지배경향을 배제해 민주적 내부질서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현역 정치인의 성명을 정당의 명칭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정당의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정당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정당지배질서의 비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헌법 제116조 제1항에 의하면 '선거운동의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하는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의 성명이 포함된 정당명을 허용할 경우엔 정당 활동이라는 구실로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며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선거운동의 기회를 갖게 되는 등 실질적인 기회불균등의 심화를 초래해 '선거의 공정'이라는 공직선거법 제1조의 입법목적과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표과정에서도 투표용지의 소속정당명 칸에 성명이 기재되므로 유권자로 하여금 현역 정치인(안철수)과 실제 후보자를 오인·혼동케 해 유권자의 의사가 돼곡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알렸다.
앞서 비슷한 사례로 200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친박연대'가 등장했을 때도 선관위는 "유사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정당법 41조 외에 정당 명칭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면서도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포함된 정당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에 이태규·김경환 (가칭) '안철수신당' 창당추진기획단장은 입장문을 내고 "법률상 근거 없이 정당 명칭 사용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한 선관위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헌법과 무관한 과도한 해석으로,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는 정당명칭 사용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이루는 기본권이라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정당명칭 사용의 자유는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며 " 우리 정당법도 유사당명과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의 당명 외에는 당명 사용에 관하여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다. 중앙선관위도 2008년 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러한 점을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종전에 천명한 법해석을 정면으로 뒤집었을 뿐만 아니라, 법률에도 없는 사유를 내세워 정당명칭 사용을 제한하는 위법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 더욱이 정당이 정치적 노선, 신념 등을 표방함에 있어 이를 주창한 정치인의 성명이 그 노선, 신념 등을 상징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거나 그러한 정치적 방향을 나타는데 효과적이라면, 그 성명이 포함된 당명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명칭 사용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도 선관위의 결정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는 법률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들은 "신당은 한국 정치를 바꾸기 위한 목표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국민들께 사랑받을 수 있는 새로운 당명을 선정하여 한국 정치를 바꾸는 길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명을 두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세일즈 효과가 있다"고 보기도 했다. 안 전 대표가 6일 오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대책본부를 방문한 모습. /김세정 기자 |
통상 당명은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이 반영되지만 특정인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간 당명은 처음이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아주 특이한 경우"라며 "특정인의 지지율에 의존하려 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안철수신당 당명 결정은) 세계 처음이었을 것"이라며 "본인들은 공유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1인 정당'이라는 인식을 일반 국민에게 심어주기 쉽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지명도와 인지도가 높다고 해도 아주 특이한 경우"라며 "일반적으로 당명은 추구하는 가치를 심어 넣는 게 상식이다. 예를 들어 '통합신당'은 통합의 가치, '민주당'은 민주라는 지향 가치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안철수신당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총선 때) 이론적으로 보면 유권자들은 가치를 보고 투표한다. 그런데 안 전 대표가 중도의 상징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도 "세일즈 효과로 '참패를 면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순 있었다"면서 "이것이 보편적인 정당의 지향점은 아니다. 한 마디로 특정인의 지지율에 의존하려 한 거다. 정치적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고민한 최적의 카드,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철수신당'이 총선에 등판하지 못하게 되면서 '중도실용주의 정당' '공유정당'을 표방한 안철수 신당이 차별성을 갖고 당명 개설에 나설지 주목된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창당추진기획단 회의를 통해 신당명이 결정될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 제안과 후보가 있었다. 창당기획단이 이를 받아들여 공모로 결정할지 방식부터 당명까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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