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황교안, '험지 출마' 시간 끌기에 당 일각 '부글부글'
입력: 2020.02.07 05:00 / 수정: 2020.02.07 05:00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역구 결정이 늦어지면서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역구 결정이 늦어지면서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공관위, 황교안 일병 구하기…종로보다 더한 험지 어딨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달 이상 지역구 결정을 미루면서 당내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더불어민주당)가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험지 '서울 종로' 출마를 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3일 황 대표는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4·15)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 우리 당 중진들도 같이 험한 길로 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출마할 지역구 결정을 미루면서 원내외 중진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중진 중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이종구 의원(3선, 서울 강남갑)뿐이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공관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종로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연 한국당 공관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종로보다 더한 험지로 보낼 거라는데, 종로보다 더한 험지가 어디에 있나"라며 "종로 출마는 물 건너 간 거 같다. 이날 회의는 '황교안 일병 구하기'였다"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또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공관위원들이) 만약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면 지금 가뜩이나 보수가 어려운데 '이낙연 프레임'에 말려서 질질 끌려다니다 전체 선거판에 영향을 준다며 종로 출마를 반대한다. 심지어 불출마 얘기도 나왔다"고 했다.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뉴시스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뉴시스

실제 한국당은 최근 황 대표 출마지로 종로 대신 서울 용산, 마포, 양천 등을 고려하면서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기존 발언을 뒤집고 비례대표 출마나 불출마 후 전국 선거 관리를 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관위원들이 공관위 회의가 아닌 곳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공관위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할 거로 생각한다"며 "거듭 말하지만 제 문제는 당 승리를 위해서, 통합을 위해서 큰길을 가고 있는데 거기에 도움이 되는 가장 적합한 시기를 판단해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종로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가 출마할 경우 이 전 총리에게 패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며, 황 대표가 '종로를 피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18세 이상 종로구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지역 국회의원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 전 총리(48.1%)는 28.4% 차이로 황 대표(19.7%)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왼쪽)는 6일 공천 심사와 관련해 현직 대표(황교안)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하고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인가라고 비판했다. /더팩트 DB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왼쪽)는 6일 공천 심사와 관련해 "현직 대표(황교안)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하고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인가"라고 비판했다. /더팩트 DB

일각에선 '황 대표가 당선 가능한 험지(?)를 찾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험지 출마를 요청 받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기피하고 될 만한 양지를 찾는다고 한다. 공관위도 그의 의사를 존중해서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며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하고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관위가 황 대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한다면 나의 고향 출마(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사도 받아 주는 것이 공정한 공천이 아닌가"라며 "여태 당의 결정에 따른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나의 출마지는 내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5년 당에 헌신한 나의 출마지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것이 아닌가. 더 이상 내 출마지를 두고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공관위는 7일 황 대표의 총선 지역구 문제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 대표가 "제 거취는 당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제 판단대로 해야 한다"고 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 전략과 황 대표 출마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공관위와 황 대표가 합의해서 총선 전략에 필요한 지역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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