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민주 vs 한국, 낯 뜨거운 '고소·고발' 경쟁
입력: 2020.02.06 05:00 / 수정: 2020.02.06 05:00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쟁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하고 사법부로 넘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쟁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하고 사법부로 넘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정치'가 실종된 '정치권'…신율 "여당이 본연의 모습 찾아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거대 양당의 정쟁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되지 않고,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치권이 정치적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하고, 사법부로 넘기는 '정치 실종'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에게 한국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을 권유한 게 위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위전략회의에서 당 소속 불출마 의원들을 이적하도록 권유했던 황 대표를 정당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어 "누구든 본인 자유의사로 정당 가입과 탈당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당법은 가입과 탈당을 강제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 이를 위반한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다음 날 실제로 황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영(왼쪽 두 번째부터) 법률위원회 부위원장과 이경 상근부대변인 등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4·15총선 불출마 의원들에게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하도록 권유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고발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강민영(왼쪽 두 번째부터) 법률위원회 부위원장과 이경 상근부대변인 등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4·15총선 불출마 의원들에게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하도록 권유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고발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원 꿔주기의 원조는 민주당이다. 과거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해 의원 꿔주기를 했고, 그렇게 빌려준 의원은 언론에 '연어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충성 맹세를 한 후 자민련에 갔다 돌아온 전례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의장은 "이런 정당에서 어떻게 우리 당에 대해서 망발을 퍼붓고 고발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지난해 민주당과 다른 정당들이 야합해 선거법을 통과시킬 때 여러 차례 경고했다.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로 자매정당을 설립하는 것이다. 훼방을 놓기 위해 황 대표를 고발하겠다는 폭거에 용납할 수 없는 심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지난 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부부의 부동산 증여 및 해외 이주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곽상도 한국당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당도 가만히 당하지 않고 맞불을 놨다. 4일 입장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한국당이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입국금지 등을 주장했다'는 게시물을 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재정 대변인 및 관련 실무진을 형사고발 했다.

한국당은 "'세계 어느 나라도 입국금지하지 않았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현재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70여 개 나라에서 입국금지를 결정한 상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허위사실을 수일간 게시한 것은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문제, 민주당발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4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재정 대변인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 /남윤호 기자
한국당은 4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재정 대변인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 /남윤호 기자

한국당은 또 지난달 15일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사전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9일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현 정권의 주요 관계자들이 연루된 중대범죄를 수사 중인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키는 인사를 일방적으로 단행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두 정당은 지난해에는 선거·사법제도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내 폭력 사태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달 2일 검찰이 황 대표와 현역 국회의원 17명(한국당 13명, 민주당 4명)을 정식 재판에 넘기고, 11명(한국당 10명, 민주당 1명)에 대해선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약식명령이 청구된 의원 11명에 대해서도 정식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들 모두가 재판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난해 선거·사법제도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내 폭력 사태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황교안 한국당 대표 외 현역 의원 수십 명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한국당 의원들이 범여권이 주도한 선거·사법제도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농성을 준비하는 모습. /더팩트 DB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난해 선거·사법제도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내 폭력 사태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황교안 한국당 대표 외 현역 의원 수십 명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한국당 의원들이 범여권이 주도한 선거·사법제도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농성을 준비하는 모습. /더팩트 DB

이처럼 거대 양당은 지난해부터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회 운영이 아닌 극한 대치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치가 없어진 결과"라며 "힘이 센 여당은 솔선수범해서 야당과 대화를 하려고 해야 하는데 지금 여당은 청와대가 오더를 내리면 그냥 밀어붙이기만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야당은 여당과 함께 고소·고발을 주고받고 있는데, 같은 수준에서 바라볼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이어 "힘이 있는 쪽에서 고발까지 하는 것은 또 다른 밀어붙이기의 일종"이라며 "당하는 야당 쪽에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고소·고발로 맞대응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여당이 청와대의 말을 무조건 따르려 하지 말고 때로는 저항하고, 싸우고, 야당을 감싸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며 "여당이 계속 야당을 상대로 고소·고발하는 것은 정치를 복원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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