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름 내건 '안철수 신당', 4년 전과 다를까
입력: 2020.02.04 05:00 / 수정: 2020.02.04 05:00
안철수 신당(가칭)이 창당을 앞둔 가운데 국민의당과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1일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만난 안 전 대표. /배정한 기자
'안철수 신당'(가칭)이 창당을 앞둔 가운데 '국민의당'과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1일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만난 안 전 대표. /배정한 기자

"지역기반 없지만 비판만으로 반사이익 보지 않겠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경환 변호사를 신당창당기획단장으로 임명했다. 안 전 대표의 '4번째' 신당 창당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4년 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했던 날과 같은 지난 2일 신당창당 계획을 밝혔다. 4년 전 안 전 대표는 유력한 대권주자로 '지역주의 탈피'를 외치며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양당제 정치지형에서 '제3지대'의 등장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고, 총선에서 26%의 정당 지지율을 얻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거와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4번째 창당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먼저 4년 전과 비슷한 시기 '안철수 신당'을 신당 예명으로 내건 안 전 대표는 최근 더욱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광주에서 시도당 창당을 맡은 권은희 의원은 "그때(국민의당)보다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3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때는 제3지대라는 공간이 전혀 열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당층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33%를 점할 정도로 제3지대의 공간이 활짝 열려있다. 그때보다 좋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안 전 대표와) 서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파편화된 제3지대를 하나로 다시 통합시킬 힘과 영향력, 의지를 가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신당과 관련해선 안 전 대표와 계속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다당제 안착의 기반이 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거대 양당 이외 정당도 높은 정당 득표율을 얻을 경우 원내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다수 군소정당이 난립한 상황인 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정당'(미래한국당) 창당에 나선 상태다.

또한 3일 발표된 '차기 대권주자 호감도'에서 안 전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심상정 정의당 대표·황교안 한국당 대표·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과 겨뤄 비호감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26~30일 5일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 안 전 대표는 호감도 23%, 비호감도 66%를 기록했다. 이어 비호감도는 유 의원(61%), 황 대표(56%), 심 대표(52%), 이 전 총리(39%) 순으로 집계됐다(응답률 4.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안 전 대표는 21대 총선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그에 대한 호감도는 다른 대권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한 안 전 대표. /뉴시스
안 전 대표는 21대 총선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그에 대한 호감도는 다른 대권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한 안 전 대표. /뉴시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혹평을 내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4년 전 안 전 대표는 유력한 대권주자였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율이 근접하기도 했다"면서도 "야당은 유력한 대권주자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데, 4년이 지난 이 시점에 안 전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은 과거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 소장은 "4년 전에는 확실한 호남의 기반이 있었다"며 "이제 그 국민의당은 찢어지고 당시 호남의 지지기반이었던 많은 정치인들이 분열돼 있다. 현역 유력 정치인들이 함께 해줘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철수 신당은 적어도 4년 전보다 분명히 못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당 창당) 당시의 창당 취지와 지금은 상당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화에서 "4년 전엔 두 거대 정당을 이탈해서 제3지대 신당을 만드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구상했다고 하면 지금은 이미 바른미래당이 인기가 있든 없든 그 당을 버리고 개인 '안철수 정당'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가) 달라진 건 4년 전보다는 결단이 빨라진 것 같다. 그땐 고민이 많았다"며 "달라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자기 방식대로만 고집하는 거다. 자기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신당창당기획단장으로 나선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단순히 비판만으로 반사사이익을 보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의당 때와 다른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팩트 DB
신당창당기획단장으로 나선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단순히 비판만으로 반사사이익을 보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의당 때와 다른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팩트 DB

이에 따라 안철수 신당이 4년 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태규 신당창당기획단장은 "국민의당을 재현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단장은 통화에서 "그땐 탈진영·탈이념, 기득권 정치를 깨고자 했다. 실용적 정치를 분명히 제시했는데, 지금은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가는 방향성에 맞는 비전과 콘텐츠를 제시하고 국민의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철수 신당을) 얼마나 지지하고 평가할지는 알 수 없다. 오로지 진정성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나갈 뿐"이라며 "국민의당은 낡은 정치를 깨자고 나갔던 거였는데, 이젠 그걸 넘어서서 나라 자체가 이렇게 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저희는 어쨌든 한국 정치 문제에 대해 단순히 비판만으로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게 아니라 미래개혁의 구체적 비전과 콘텐츠를 제시할 것"이라며 "내용적으로 진일보돼 있다. 국민의당을 재현하는 게 아니다. 그때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지금을 재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안철수 신당은 창당 준비로 당헌당규, 발기인 모집을 비롯해 공천 계획과 총선 전략까지 병행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셀프 제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철수신당이 국민의당과 다른 모습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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