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말발' 안 먹히는 황교안…'험지' 외면 중진들
입력: 2020.02.04 05:00 / 수정: 2020.02.04 05:00
4·15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발이 당 안팎에서 먹히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황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인재영입위원회 특별행사 3040 사회통합 원팀! 출범식에 참석한 모습. /이선화 기자
4·15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발이 당 안팎에서 먹히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황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인재영입위원회 특별행사 '3040 사회통합 원팀!' 출범식에 참석한 모습. /이선화 기자

"리더십 위기 자초…총선 지도력 상실" 평가도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 우리 당 중진들도 같이 험한 길로 가줬으면 좋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3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독려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응하는 이가 없다. 황 대표의 출마지는 여전히 미궁이고, 중진들은 마이웨이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의원의 3분의 1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텃밭인 영남에선 이보다 더 높은 비율의 물갈이를 예고했다. 하지만 대구·경북(TK) 지역에선 초선인 정종섭 의원 한 명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TK의 한국당 현역 의원은 19명으로 중진 인사는 주호영(4선)·김재원·강석호·김광림(3선) 의원 등이 있다. 부산·경남(PK)에서 김무성(6선)·김정훈(4선)·김세연·여상규(3선)·김도읍·김성찬(재선)·윤상직(초선) 등 7명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과 대조적이다.

원외 중진급 인사도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고향 출마' 의지가 강하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 지역에 공천 신청 절차를 마쳤다"며 "정당하게 심사해 PK 지역 수비 대장을 맡겨 주면 고향에 터를 잡고 부산·울산·경남 지역 지원 유세로 PK 40석은 책임을 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의로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지만, 특정 세력이 나를 제거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요당하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그렇게 되면 나는 내 지역구에서만 선거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다음 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탄핵 대선과 위장평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당의 일부 못된 세력들이 선거를 도와주기는커녕 방관하거나 선거 방해만 하는 것을 똑똑히 경험한 일이 있다"며 "이번에도 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한다면 그들은 나를 제거하기 위해 낙선시키는 데만 주력할 것이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 당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내 힘만으로도 돌파가 가능한 고향 출마를 결심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황교안 대표의 험지 출마 요청에도 불구하고 PK 고향 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팩트 DB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황교안 대표의 '험지 출마' 요청에도 불구하고 PK '고향 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팩트 DB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준비 중인 김 전 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고향의 숨결을 마시면서 진지하고, 겸손하고, 성숙한 정치를 하려고 한다"며 고향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당의 비례득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과 관련해서도 황 대표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오는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이 높은 순번을 받기 위해선 현역 의원이 최소 20명 이상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황 대표가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들을 직접 만나 미래한국당행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뜻 가겠다고 한 의원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우 의원은 "미래한국당이 한국당의 부속 정당이나 거수기 정당이 되면 안 된다"며 "제대로 된 정당, 또는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나 책임을 준다면 모를까 그냥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현역 의원들은 보수통합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미래한국당 장례가 불투명한 만큼 섣불리 당적 변경을 할 수 없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인쟁영입식 후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바뀐 배경지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인쟁영입식 후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바뀐 배경지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다만 한선교 의원(4선, 경기 용인병)이 황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래한국당 대표직을 맡기로 했다. 한 의원 외 미래한국당으로 가겠다는 다른 의원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황 대표가 말로만 혁신과 통합을 외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리더십을 잃었다"며 "황 대표가 사실상 총선 지도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보니 소속 의원, 원외 인사들이 본인에게 불리하면 반발하고, 유리하면 앞장서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어정쩡한 상황을 지속한 본인이 자초해 리더십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정치평론가는 "황 대표 본인이 '험지로 나간다'고 했으니 종로에 출마하고, 당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가야 더불어민주당의 실정을 비판하는 중도 세력이 한국당으로 향할 것"이라며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패배한다고 해도 당을 위해 헌신했기 때문에 대선주자로서는 괜찮을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말로만 혁신·통합을 외치면서 영(令)이 서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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