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영사, 마지막 전세기 보낸 뒤 '눈물 펑펑'…"동료들에 감사"
입력: 2020.02.02 17:35 / 수정: 2020.02.02 17:35

정부의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교민들의 귀국 지원을 마친 가운데, 우한 총영사관의 정다운 영사가 1일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전 중국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들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내려 검역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현장풀)
정부의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교민들의 귀국 지원을 마친 가운데, 우한 총영사관의 정다운 영사가 1일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전 중국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들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내려 검역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현장풀)

부인·자녀 보내고 홀로 남아…"남은 분들 챙길 것"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교민들의 귀국 지원을 마친 가운데, 우한 총영사관에 근무 중인 정다운 경찰 영사가 SNS에 심경을 밝혔다.

귀국지원을 맡은 정다운 영사는 1일 자신의 위챗 모멘트에 "마지막 전세기 333명 무사 탑승 후 떠나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는 글을 남겼다.

정 영사는 이광호 부총영사, 주태길 영사, 이충희 영사, 실무관 등 영사관 동료들을 비롯해 최덕기 중국 후베이성 한인회장, 정태일 한인회 사무국장, 중국 행정직원, 셔틀버스 봉사자, 교인 등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영사는 이광호 부총영사에 대해 "수많은 언론 전화로부터 저와 직원들을 지켜주시고, 본부에 쓴소리를 마구 해댈 때마저 제 편에 서 주셔서 너무 감사한다"고 전했다.

주태길·이충희 영사에 대해서는 "너무 죄송하다. 제 마음대로 부탁드려도 다 해주셨고 힘들 때 위로해주셨다"며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틴 건 두 영사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무관들에게도 "평생 갚아도 모자랄 짐을 지워드렸다. 저의 말도 안되는 요구와 지시에도 묵묵히 따라주시고 밤잠 못자고 홈페이지 공지 올리고 탑승자 명단 취합하고, 빗발치는 전화 받아서 안내해주고 통역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 영사는 최덕기 한인회장과 정태일 사무국장에게는 "이번 사태 해결에 일등공신들"이라며 "위챗 단체방을 만들어서 여기 있는 분들 다 모아주시고 분류해서 방 나눠주시고 공지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 영사는 중국 행정직원들에게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공항에 나와 교민들에게 초코파이를 나눠주고 물을 줬다. 행정직원 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린다"고 강조했다. 셔틀버스 봉사자들에게는 "발이 묶인 교민들 실어나르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정 영사는 한국으로 보낸 가족에 대해서 "아내가 9살, 7살 천둥벌거숭이 둘을 데리고 혼자 비행기 타는데 잘 가라는 배웅인사도 못했다. 비행기에서 편한 자리는커녕 애들과 같이 앉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2인1실 좁은 격리실에서 같이 힘들어 할 아내 생각에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3년 우한 생활 내내 남편 잘못 만나 고생만 시키다 보내는 것 같아 계속 울컥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정 영사는 "이제 저는 여기 남은 교민 분들을 다시 챙겨드려야 한다. 오늘과 내일만 재충전하고 다시 고립된 분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남은 교민들에게는 "마스크 등 구호물자를 나눠드려야 하는데 조금만 버텨주시라. 빨리 회복해서 남은 분들 챙겨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로 중국 우한과 인근지역에서 거주 중인 한국 교민과 유학생 701명을 전세기를 통해 귀국시켰다. 정부는 우한 지역에 남은 200여 명의 교민에 대해서도 추후 수요에 따라 전세기 추가 투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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