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이후에도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를 놓고 엇갈리고 있다. 28일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한 모습. /여의도=남윤호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오자 '비대위' 놓고 또 자중지란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귀국 이후에도 손학규 대표의 거취 등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지난 27일 안 전 대표는 손 대표에게 '비대위 체제'를 요구했지만, 손 대표는 이를 '당권다툼'으로 규정하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호남계 의원들은 두 대표의 '2선 후퇴'를 주장하며 새로운 비대위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을 8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호남계 의원들은 "안 전 대표와 손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하며 분열을 막겠다"고 했지만, 입장차를 빠른 시일 내에 좁힐 지는 미지수다. 먼저 '셀프 비대위원장 추천'에 나선 안 전 대표는 호남계 의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28일 안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 의원 전원은 오찬 회동을 갖고 그간 있었던 정치 상황과 향후 당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이야기는 2시간 가량 이어졌지만 안 전 대표는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결론 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호남계 의원들은 '손 대표와 안 전 대표의 2선 후퇴와 함께 새로운 얼굴을 추대해 비대위 체제에 나설 것'을 주장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주승용 의원은 "저를 비롯해서 김동철 의원 등이 '제 2의 유승민 당이 만들어지는 건 안 좋을 것 같다'고 했다"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례대표 문제가 있고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당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 의원은 손 대표 거취 문제를 놓고 "(우리도) 손학규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건 인정했고, 그(안 전 대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로 안다"며 "의원들이 양쪽을 만나서 가교역할과 중재역할 하려고 한다"며 의지를 보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비대위원장 체제 전환 거부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며 안철수계와 대척점에 서는 모양새다. 28일 오후 열린 손 대표 기자회견. /뉴시스 |
반면 손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대표의 '비대위 전환' 제안에 대해 "당혹스럽다"며 불쾌한 기색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오후 손 대표는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회사의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하듯 (물러나라고) 했다"며 "(안 전 대표의 제안은) 곧바로 저의 퇴진을 말하는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위원장을 자기가 맡겠다는 것이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안 전 대표의 제안은 과거 유승민계나 안 전 대표의 측근 의원들이 했던 이야기와 다른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손 대표는 자신이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전권을 내려놓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도 "전권을 내려놓는다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안 전 대표가 당을 위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을 주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 직후 손 대표는 호남계 의원들(주승용·김동철·박주선 등)을 주승용 부의장실에서 만나 논의에 들어갔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부의장실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차 한잔 했다"며 돌아갔다.
안 전 대표는 손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당이 위기상황이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당원들의 뜻을 묻자고 한 제안에 대해서 왜 당대표께서 계속 회피를 하시는지 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반문했다.
그는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간의 불쾌감을 내비친 손학규 대표님을 다시 만나서 설득하실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고 지금까지 고생하셨기 때문에 오해를 하셨을수도 있다만, 저는 무례한 사람이 아니"라며 "저는 항상 예의를 갖춰서 말씀드리는 사람이라는 점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입장 표명을 다음날(29일)로 예고했다.
안철수계와 호남계 의원이 이구동성으로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가운데 비대위 체제 등에 합의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이날 안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 의원 오찬 회동. /남윤호 기자 |
호남계 의원들은 이날 오후 안 전 대표와 만나 논의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안 전 대표측 사정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주 의원은 회동 취소 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한테는 신뢰가 많이 상실돼 손 대표께서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이후 박 의원과 김 의원, 임 의원까지 해서 같이 내일(29일) 만나보고 당이 극한 상황으로 분열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재 노력이 비관적인 상황인건가'라는 물음에 "부정할 수 없다"며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해서 얼마만큼 참고가 되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고, 현재까지는 손 대표나 안 전 대표를 만나지 않았지만 저희가 생각하기로 굽히지 않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했다.
호남계 의원들은 앞으로도 공동행보를 이어나갈 방침인 가운데 안철수계 의원들과 손 대표, 호남계 의원들은 각기 다른 입장을 놓고 당내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안철수계와 호남계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손 대표 체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손 대표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여전히 안 전 대표 측에선 '신당창당' 카드를 쥐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창당을 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다수 나오는 가운데 각 세력이 의견차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린다. 임재훈 의원은 "신당창당이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 중진 의원들이 제시하는 타협책을 결국엔 대승적 결단의 차원에서 두 대표가 수용하지 않을까 희망섞인 기대를 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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