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으로 온 인재들 뭐하니?-한국당] 역할 고민 속 일부 '각자도생'
입력: 2020.01.28 05:00 / 수정: 2020.01.28 05:00
올해 들어 자유한국당에 인재로 영입된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교안 대표 제외 설명) 지성호 북한인권운동가, 김은희 테니스 코치, 이종헌 공익신고자, 남영호 탐험가, 김병민 교수, 신범철 외교·안보 전문가. /배정한·남윤호 기자·뉴시스
올해 들어 자유한국당에 인재로 영입된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교안 대표 제외 설명) 지성호 북한인권운동가, 김은희 테니스 코치, 이종헌 공익신고자, 남영호 탐험가, 김병민 교수, 신범철 외교·안보 전문가. /배정한·남윤호 기자·뉴시스

4·15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상당한 만큼 '새로운 얼굴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주요 정당들도 이러한 기류를 고려해 '인재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23일 기준 더불어민주당은 12명, 자유한국당은 15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각 당은 대대적 환영식을 열며, 인재영입을 홍보했다. 하지만 이후 이들이 당내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당'으로 온 인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편집자 주>

"면담 통해 당 지원, 역할 논의 중…김성원·양금희, '지역구' 도전"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지성호 씨는 탈북단체들이 여러 파벌로 나뉘어 생각을 달리하는 분들이 있어 이해를 구하는데 힘들었다. 본인도 한국당행에 부담을 느꼈고. 김은희 씨도 저희를 안 만나려 했는데, 아내까지 동원해 계속 구애를 했다. 남영호 씨는 정치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고, 이종헌 씨는 우리 당과 다른 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어 며칠 동안 설득했다."

한국당의 인재영입을 주도하는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에게 '인재영입 비화'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낡고, 구태의연한 이미지가 강한 한국당의 인재영입은 쉽지 않았다. '혁신'을 외친지 오래지만, 가시적 결과물이 없었다.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반전을 꾀하려 했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우여곡절 끝에 설 연휴 전 15명 영입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논란'이 불거졌던 시기인 지난해 10월 31일 한국당은 우여곡절 끝에 '1차 인재영입 환영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경제 전문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과학(원전) 전문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언론 전문가'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여성 분야'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청년 분야'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화장품제조업) 대표 등 8명이 영입인재로 발표됐다.

이후 두 달가량 인재영입 발표를 중단했던 한국당은 지난 8일부터 매주 2명씩 영입인재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설 연휴 전까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 △'탈북자 출신' 지성호 북한인권운동가 △'탐험가' 남영호 대장 △'공익신고자' 이종헌 씨 △'젊은 정치·시사평론가' 김병민 경희대 교수 △'외교·안보 전문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이미지 전략가'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이 추가로 영입됐다.

지난해 영입된 인재들이 '반문(반문재인) 인사', '전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 들어선 '비주류', '청년', '스토리'에 방점이 찍힌 인사들이 영입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왼쪽 네 번째),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왼쪽 세 번째) 및 인재영입위 위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21대 총선 필승을 외치는 모습. /뉴시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왼쪽 네 번째),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왼쪽 세 번째) 및 인재영입위 위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21대 총선 필승"을 외치는 모습. /뉴시스

인재영입은 '좋은 예비 정치인'을 찾아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와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던 이들이 '좋은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영입 후' 과정이 더 중요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영입한 인사들이 선거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당 밖에서 가졌던 이상과 꿈을 정당 시스템에 녹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당에서도 어렵게 영입한 인재들이 자질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한국당 인재영입위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원영섭 조직부총장에게 영입된 인재들을 만나서 당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당에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8일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인사말 하는 황 대표. / 배정한 기자
한국당 인재영입위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원영섭 조직부총장에게 영입된 인재들을 만나서 당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당에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8일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인사말 하는 황 대표. / 배정한 기자

◆황교안 "영입인재 지원 방안 연구하라"

이에 대해 염 위원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영입인재들은 (조만간) 당내 각 위원회로 배치해서 당 활동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총선에 갈 사람은 나가고, 당에서 활동을 이어갈 분들은 나름의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입인재들의 구체적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재영입위 한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원영섭 조직부총장에게 영입된 인재들을 만나서 당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당에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해서 원 부총장과 면담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면담 결과에 따라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 부총장은 "영입된 분들의 당내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활동을 정치적으로 구현하려면 정당 시스템에 녹이는 방식이 필요해서 그분들의 내심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서 배치하는 일이 진행 중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입된 인재들의 배치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의아한 대목이다. 심지어 복수의 한국당 관계자들에게 1차 영입인재 8명의 활동에 관해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염 위원장은 "제가 지난해 12월부터 인재영입위를 맞아서 그 전에 영입된 인사들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며 "당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했다.

원 부총장은 "어떤 분은 예비후보로 뛰는 분도 있고, 기존에 외부에서 다른 직이 있던 분도 있고, 정당 시스템을 잘 아는 분도 있다"며 "이분들도 올해 영입된 분들과 함께 재배치 대상이어서 나름의 방식대로 활동하는 분은 그대로 두고, 아닌 분들은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영입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나 원내대표, 황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왼쪽부터). /뉴시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영입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나 원내대표, 황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왼쪽부터). /뉴시스

◆상대적으로 소외된 '2019 영입인재'

<더팩트> 취재 결과 지난해 영입인재 중 현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는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부산 남구갑)이 유일했다.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은 지역구 출마를 고려 중인지만, 구체적 지역구는 확정하지 않았다.

양 회장은 통화에서 "지역구에서 뛰려고 마음을 먹었다"며 "당에서 저를 어떤 식으로 쓰실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지역구에서도 열심히 뛸 각오가 돼 있다. 구체적 지역구는 조만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한국당에 영입된 후 활동에 대해선 "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 회장으로 한국당을 외곽에서 돕는 일을 하면서 당 공천관리위원장추천위원으로도 활동했다"고 했다.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는 "당내에선 저스티스리그 이사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한국사회 공정 이슈와 관련한 입법과제를 논의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며 "특권노조 특위에도 들어가 귀족노조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당 밖에선 청년 간담회, NGO 스타트업 워크숍 등의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함께 영입된 인사들의 근황을 묻자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나름대로 총선을 준비하는 걸로 안다"라며 "결과가 중요하다. 당과 교감하면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문제가 많이 드러난 문재인 정권은 4·15 총선, 다음 대선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현 정권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 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까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며 "조간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차 인재영입 환영식에도 불참했던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화장품제조업) 대표는 별다른 활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장 대표의 활동에 대해 "모른다", "활동을 안 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지난해 영입된 인사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당으로 들어오면 스스로 갈 길을 정해서 가는 시스템이다 보니 당에서 하나하나 챙겨주고 케어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해는 인재영입에 논란도 있었고, 올해부터 영입되는 인재 중심으로 총선 과정에서 각자 전문 분야에서 활동할 분들을 모셔온 것으로 안다"며 "각자가 가진 실력, 자질을 공약으로 만들거나 할 수 있는 일을 조정해서 (위원회 등으로) 조만간 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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