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역시 아리송" 안철수의 '모호한 행보'
입력: 2020.01.23 05:00 / 수정: 2020.01.23 05:00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책 행보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정치 행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에서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기 전 발언하고 있다. /중구=배정한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책 행보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정치 행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에서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기 전 발언하고 있다. /중구=배정한 기자

'정치적 결단' 늦어져…"형태보다 무엇부터 말해야 하지 않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귀국 후 공식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나 야권 인사들과의 만남이 미뤄지면서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일 귀국한 안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야권의 보수통합 논의에 "관심없다"며 "'중도실용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독자 신당 창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상 안 전 대표가 결정을 미룬 채 '정책적인 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국립현충원과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섰고, 21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결정적 계기로 참여연대를 떠난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과 면담을 가지면서 '반문연대'를 염두에 두는 듯 했다.

그는 이날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정받는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다시 한 번 '보수통합'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안 전 대표는 "야권에서 치열하게 혁신 경쟁을 하는 것이 나중에 파이를 합하면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길"이라며 추후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손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엔 "우선 열심히 만나 뵙고 당내외 분들도 만날 것"이라며 "제가 전해들은 이야기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지 않나.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씩 상황도 파악하고 의논도 드리도록 하겠다"고 일축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만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안 전 대표가 지난 21일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만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안 전 대표가 지난 21일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22일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과의 만남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 전 대표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니고 오히려 불로소득을 위해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지름길 아니겠느냐"며 "정부도 이런 문제에 대해 선거를 신경 쓰지 말고, 선거 이후로 다 변화를 돌리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실행할 수 있는 정책들은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취재진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정책적인 행보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나왔다. 안 전 대표는 "우선 제가 무엇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래야 무엇을 하겠다면 그 다음에 그것을 하기 위한 '형태'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실 것 아니겠나. 제가 돌아와서 이틀 반 정도 됐습니다만 제가 그동안 고민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제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있다"고만 했다.

바른미래당과 통합을 논의 중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은 연일 안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과의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운데)의 행보에 대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전의 습관 그대로 편리한 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가 지난 22일 안산시 단원구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찾은 모습. /김세정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운데)의 행보에 대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전의 습관 그대로 편리한 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가 지난 22일 안산시 단원구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찾은 모습. /김세정 기자

손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와 언제 만나느냐'는 물음에 "글쎄다. 연락이 올 것"이라며 '설 전에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설 전에 연락이 오지 않겠나"라고만 했다. 당과는 귀국 후 어떤 소통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비판도 제기된다. 처음 안 전 대표의 광주행을 혹평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인천공항에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하고, 그 다음 날에는 보수당과 바른미래당에서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지도자는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서 나가는 것이 원칙인데, 안 전 대표는 전의 습관 그대로 편리한 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시 안철수의 특징은 아리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의 '기계적 중립성'과 '모호한 태도'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적 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안 전 대표의) 표면적인 문제점은 주변에 인물이 없어 안정성 있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그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사람들에게 피력이 잘 안 됨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양극화된 정치 상황, 중도에 기반이 있는 상태가 형성됐다"며 "안 전 대표는 그것을 공략 대상으로 해서 나름대로 총선에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보지만, 주변에 흘러가는 인물이 많아서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확실하게 아젠다를 던질 수 있는 그런 인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도 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오는 28일 손 대표를 제외한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오찬을 나누며 향후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만남 이후 안 전 대표의 구체적 정치 행로가 결정될지 이목이 쏠린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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