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과 '마음의 빚'…윤석열·조국 향한 文의 속내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0.01.14 19:06 / 수정: 2020.01.14 19:06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빚어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 논란에 대해 비판했다. 반면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라고 감쌌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빚어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 논란'에 대해 비판했다. 반면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라고 감쌌다. /청와대 제공

"인사권은 대통령이" 尹 비판…"조국의 기여 굉장히 커"[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보도에 의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서 보여줘야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다라고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8일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빚어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 논란'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검찰 인사안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했다는 이른바 '윤석열 패싱' 논란에 선을 그었다.

사실상 추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문 대통령은 "인사에 관한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와서 말해 달라 그러면 얼마든지 따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라고 한다면 그것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단행하기 전 윤 총장에게 법무부로 와서 검찰 인사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으나, 윤 총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추 장관은 지난 9일 "검찰총장은 제3의 장소에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오라는 관례에도 없는, 있을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제청 방식이나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 정형화되 지 않았고, 제청이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인사에서 비중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라는 점에 대해서도 정립되지 않아 애매모호한 점들이 많다"며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정권 핵심 실세를 겨냥한 수사와 이른바 항명 파동으로 인해 거취 압박을 받아온 윤 총장을 일단 신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을 신임하면서도 최근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항명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배정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을 신임하면서도 최근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항명'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배정한 기자

윤 총장을 향한 문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를 두고 추 장관과 신경전을 벌인 윤 총장을 비판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 공표 같은 것이 이루어져서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또는 여러 가지 초법적인 권력이나 권한 같은 것이 행사되고 있다고 국민들이 느끼기 때문에 검찰의 개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총장과 검찰을 향해 채찍을 들었던 것과 달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검찰 개혁을 위해 일신한 공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법과 검찰개혁 조정법안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며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언급했다. '마음의 빚'의 대목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었던 조 전 장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묻어난다.

또한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이제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이제는 조 전 장관을 놓아주자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불거진 국론 분열을 봉합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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