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을 90여 일 남겨두고 정당간 공약 경쟁에 불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승리를 다짐하며 다양한 경로로 총선 공약들을 발굴해왔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걸고 정권심판론을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에 실망한 청년 유권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청년기본자산제' 도입을 내걸었다. 지난 9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사무실 앞 /국회=박숙현 기자 |
정권심판론이냐 미래혁신론이냐…표심 잡기 시동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15총선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 승리를 위해 각 정당이 인재영입에 이어 정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총선의 화두를 '공정'과 '미래'로 보고 지지층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야당의 '정권심판론'과 이를 막기 위한 여당의 '미래혁신론'이 공약 저변에 깔려있다. 진영 대결이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을 중간평가하는 정책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부터 설 연휴 전(이달 24일)까지 주요 공약 일부를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혁신·공정·미래라는 21대 총선의 주요 콘셉트에 맞게 사회 경제적으로는 혁신성장 문제라든가, 사회의 공정한 기회 만들기 위해 청년들에 대한 지원대책이나 여성의 안전 문제, 또 미래로 가기 위한 4차 산업 분야 등 10여개의 카테고리로 의견을 수렴해서 준비해왔다"며 "그 중 일부를 이번 주에 공약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윤 부의장은 1호 공약으로 청년 대책이 나올지에 대해선 "다른 당에서 청년 공약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이를 1호로 발표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그동안 정책위를 중심으로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당내 국가경제자문회의, 당원들이 참여하는 '정책 페스티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회의를 거치며 공약으로 삼을 정책들을 발굴해왔다.
민주당은 우선 지난 20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주거 마련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분양 혜택 △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 강화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밀착형' 정책도 선보일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시·도당 정책대회를 거쳐 '정책 페스티벌'에 올라온 정책들을 총선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본선에 올랐던 정책들은 생활안전 대책, 생활복지 확충, 청년·소상공인 지원 방안 등이다.
미래 가치 분야 선점도 민주당의 핵심 공약 수립 전략이다. 민주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총선 승리 정당에는 3대 법칙이 있다'는 정책 브리핑 자료에서 "선거는 현실문제와 시대정신을 꿰뚫는 가치,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이 핵심"이라며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유연한 태도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 진영과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 제시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당 국가경제자문회의는 스타트업 기업 중 정부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유망기업을 업종별로 1000개가량 선발해 성장을 지원하는 'K-유니콘 프로젝트'를 중소벤처기업 지원 방안으로 소개하며 "필요한 것은 민주당 총선 공약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9일 '2020 희망공약개발단'을 출범하고 총선 1호 공약으로 지난해 말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폐지'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국민에 공감하지 못한 공약'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약개발단 출범식에서 황교한 한국당 대표(왼쪽)과 단장에 임명된 김재원 정책위의장(오른쪽). /국회=배정한 기자 |
집권여당에 맞서 총선 승리와 재집권을 목표로 하는 한국당은 공약에도 정권심판론을 정조준했다. 1호 공약으로 지난해 말 민주당과 군소 야당의 공조로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폐지를 내세운 것이다.
지난 9일 출범한 '국민과 함께 하는 2020 희망공약개발단' 단장을 맡은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괴물' 공수처 폐지 법률안을 발의해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법무부로부터 검찰 인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으로 검토 중이다. 검사 인사 실무부서를 법무부에서 대검으로 이관하고, 검사 인사 추천권을 검찰총장에게 부여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는 방안이다.
당초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부동산 및 교육정책 등을 총선 1호 공약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수처 신설과 정부의 검찰 인사 강행 이후 '사법개혁'을 정권심판론의 핵심으로 보고 공약 우선순위를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일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된 공수처가 나쁜 것은 국민이 통제하고 의회가 통제하는 공수처가 아니라 대통령이 통제하는 대통령의 '제2경호처'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총선 공약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일자리와 기업규제 완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한국당은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소상공인기본법과 청년기본법 등을 바탕으로 '국민맞춤‧생활밀착형' 공약을 개발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 하향과 준연동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이번 총선에서 청년층을 공략하며 진보정당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만18세 청소년 당원 입당식에서 당원들과 포옹하는 심상정 대표. /이새롬 기자 |
정의당은 최근 총선 1호 공약으로 만 20세 청년 모두에게 3000만 원을 주자는 '청년 기초자산제도'를 발표해 진보정당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다.
3000만 원을 1년에 최대 1000만원 인출할 수 있도록 체크카드를 제공하되 이후에 일정 금액 이상의 상속·증여를 받을 경우 지급한 배당금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이다. 배당금은 지난 2017년 대선 공약 때보다 세 배 늘었다. 정의당은 그 이유로 '불공정 사회가 심화돼 청년들의 자립을 튼튼히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의 1호 공약에 대해 한국당 등 보수 진영은 "현실성 없고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표퓰리즘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저와 정의당은 청년 기초자산제도가 이 시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실생활의 난관과 극심한 불평등을 완화를 할 수 있다면 그런 비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 그것은 '좋은 포퓰리즘'"이라며 반박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공정'으로 보고 이른바 조국 사태로 민주당에서 이탈한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을 유도하는 공약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최근 극으로 치닫은 진영 논리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도 정책을 기준으로 정당을 평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병민 정치평론가는 "그동안 총선은 구도나 인물바람 등으로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아주 중요한 정책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게 작용할 거라고 본다. 국민이 문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등을 3년 가까운 시간동안 느꼈기 때문에 이를 계속 이어가자는 쪽과 그만하자는 쪽 중에서 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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