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투표 19禁' 깨졌다…'교실의 정치화' 될까
입력: 2020.01.09 05:00 / 수정: 2020.01.09 05:00
선거법 개정으로 올해 4·15총선에서 만 18세가 선거권을 얻게 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실의 정치화 우려와 교실 내 선거운동 보장 목소리가 충돌하며 혼란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여당과 정치권이 선거연령 하향 관련 선거운동 범위 등에 대해 뜻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만 18세 청소년 정의당 입당식에 참여한 당원들을 포옹하고 있는 심상정 대표. /국회=이새롬 기자
선거법 개정으로 올해 4·15총선에서 만 18세가 선거권을 얻게 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실의 정치화' 우려와 '교실 내 선거운동 보장' 목소리가 충돌하며 혼란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여당과 정치권이 선거연령 하향 관련 선거운동 범위 등에 대해 뜻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만 18세 청소년 정의당 입당식에 참여한 당원들을 포옹하고 있는 심상정 대표. /국회=이새롬 기자

'고3' 14만 명 투표권 확보…선관위 다음주 초 종합대책 발표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 청소년들이 올해 4·15총선부터 투표권을 얻게 됐다. 정치권에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생일이 지난 고3 학생들도 투표가 가능해지며, 선거운동 허용 범위를 놓고 '교실 내 선거운동 보장'과 '교실의 정치화 우려'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선거거운동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실의 정치화' vs '교실 선거운동 보장' 엇갈린 시선

선거연령 하향에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정의당이다. 지난 7일 '만 18세 유권자' 입당식을 열었고, 학생인권법 제정 등 청소년이 요구하는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입당식에 참석한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정의당에 공식 입당하는 오늘부터 우리는 더 폭넓은 청소년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며 "18세 선거권을 넘어 더 폭넓은 선거연령 하향과 청소년의 정치활동 권리 보장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기쁨의 눈물로 화답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을 여러분들의 생애 첫 정당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 정말 가슴벅차고 기쁘다"며 ▲선거연령 만 16세 추진 ▲정당 가입 연령 기준 폐지 ▲피선거권 연령 제한 만 18세로 하향 추진 ▲학생인권법 제정 추진 ▲청년사회상속제(20살 청년에 국가가 약 1000만 원의 기초자산 지급) 강화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만 18세의 정치 진입은 시대 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총선의 승패를 가를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며 "청소년의 판단력과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청소년 참정권을 지속적으로 탄압해온 자유한국당에는 단호하게 표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투표권을 가진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들(교육부 추산 약 14만 명) 유입이 진보진영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김병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젊은 층일수록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편견이 있는데, 최근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이남자 현상(20대 남성들의 문재인 정부 반대)도 나타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며 젊은 층이 현 정부의 불공정에 분노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 전 인헌고 사태에서도 보듯이 공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정치편향적 발언에 목소리를 높이는 청소년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가보지 않은 길이고,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청소년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4·15총선부터 약 14만 명의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들의 투표가 가능해지며, 진보진영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세 유권자 입당식에서 만 18세의 정치 진입은 시대 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새롬 기자
올 4·15총선부터 약 14만 명의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들의 투표가 가능해지며, 진보진영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세 유권자 입당식에서 "만 18세의 정치 진입은 시대 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새롬 기자

그렇다면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만 18세 청소년들의 입장을 어떨까. <더팩트>가 정의당 입당식에 참여한 이들에게 직접 물었다. 정의당은 당 중앙에 청소년특별위원회가 있고 지역위원회 아래에 청소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정의당 청소년 예비당원은 200여 명 규모다.

정의당이 예비당원제를 두고 있고, 원내 유일 진보정당이라 입당했다는 노서진 청소년특위 위원장은 "교사가 정치적 발언을 한다고 해서 학생이 교사의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학생을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서지 않는다고 보는 차별적 시선"이라며 "교사의 발언에 학생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 건 교사와 학생 간 위계가 작동하기 때문에 교사가 어떤 발언을 해도 학생이 반박을 하지 못하고 토론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만 18세 "판단력 없다는 게 차별적 시선"

또한 노 위원장은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은 투표에서 본인의 가치관과 후보의 공약을 잘 맞춰서 잘 선택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가, 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혁 청소년특위 부위원장은 "선거라는 게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을 국회로 보내는 것이다. 청소년이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한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뺏을 것이 아니라 제도권 정치에서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필요한 이들은 누구나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원은 "제가 올해 사범대에 진학하게 돼 교직의 길을 걷고자 하는데 교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해서 당적을 갖지 못하는 걸로 안다. 저도 교사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교사가 당적을 갖고 정치적 입장을 가지는 건 정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입당식 후 <더팩트>와 만난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교실의 정치화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청소년들이 미성숙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차별적 시선이다. 선거연령 하향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투표용지에 투표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입당 청소년들. /이새롬 기자
입당식 후 <더팩트>와 만난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교실의 정치화'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청소년들이 미성숙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차별적 시선이다. 선거연령 하향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투표용지에 투표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입당 청소년들. /이새롬 기자

노 위원장은 갑작스런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교실 내 혼란 등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선 "갑작스럽게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여 년 가까이 주장해왔던 부분이고 (우려하는 분들은) 선거권이 하향될 것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주장해온 사람들은 하향 이후에 학교와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생각해왔다. 시민단체와 정당은 선거연령 하향 이후의 로드맵을 생각하고 있는데 중앙정부 등 반대하는 쪽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로드맵과 관련해 이 부위원장은 "교육부에서 지금까지 별다른 준비를 안 하다가 (선거법이) 통과 되니 시민단체를 끌어모아 간담회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내 선거운동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정치활동으로는 각 학교에서 당원을 조직할 수도 있는 거고, 당원으로 있으면서 '누구를 뽑아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학교마다 위원회가 있듯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선거연령 하향법이 통과됐지만, 이에 대해 교실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다만 노 위원장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로 입시가 큰 영향을 갖고 있고, 또 본인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갖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법 개정을 계기로 많은 청소년들이 '정치라는 게 참여해도 되는 거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될 것 같다. 제 주변 친구들도 '나도 이제 투표할 수 있는 거야?'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위원장은 "공부에 관심 있는 친구, 미용에 관심 있는 친구처럼 정치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그냥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일 뿐이다. 정치에 관심 있다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고, 욕먹을 일도 아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교총 "정치편향과 교실의 선거장화 우려"

반면 보수적 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해 학교·교실 내에서의 선거운동을 금지해야 하며, 관련법 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총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3 교실의 특수성이 있지 않나. 전국에서 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시·도교육청이나 교육당국 차원의 근절 대책이나 엄중한 조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유권자가 되면 정치편향과 교실의 선거장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의 판단이 미성숙하다는 입장에서 교내 선거운동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정치활동을) 교실 현장으로 옮겨올 것이냐의 문제다. 일반 직장에선 그렇지 않은데 학교라는 공간에선 성향을 막론하고 정치편향적인 일부 교원과 성인들의 개입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교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다수일 수 있다. 다른 학생들이 휘둘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그런 부분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열된 정치문화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질 일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라며 "그런 부분을 정부와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학생을 보호할 방안이 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초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학교에서의 선거운동과 관련해 현수막 개시나 명함 배부, 연설 등은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해야 할 부분이고 선관위에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확정은 아니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선거연령 하향에 따라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이나 사례, 관련한 선거법 위반 행위 대응 방안이나 교육 방안 등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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