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정치인생' 정세균 품격 화법에 한국당 전투력 상실?
  • 박숙현 기자
  • 입력: 2020.01.08 14:27 / 수정: 2020.01.08 14:27
24년 정치인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이틀간에 걸친 인사청문회에서 시종일관 품격 있는 화법으로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방어해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는 정 후보자. /국회=이새롬 기자24년 정치인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이틀간에 걸친 인사청문회에서 시종일관 품격 있는 화법으로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방어해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는 정 후보자. /국회=이새롬 기자

합리적인 설득형 화법으로 미소 유지…무분별 의혹 제기에는 발끈[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8일 이틀째 진행 중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세균 후보자의 24년 정치 인생 품격 화법에 자유한국당 공세가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에 신중함을 유지하며 역공했고, 동시에 정국 현안 관련 입장에 대해선 합리적인 설득 화법을 구사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민생 현장을 살피고 현장 중심의 행정을 한다는 명분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사실상 동료나 친한 지인들의 선거운동을 할 거다, 선거용 선심행정을 남발할 거라는 우려 목소리 있다는데 이 자리에서 안심하시라 약속 할 수 있냐'라고 몰아붙이자 "그건 기본이다. 만약 총리가 선거에 관여하면 불법이다. 저는 불법 같은 것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 후보자의 명쾌한 답변에 김 의원은 "의도는 아니지만 불필요한 논쟁으로 갈 수도 있는데 너무 확실하게 답해서 감사하다"며 다음 질의로 넘어갔다.

정 후보자는 또 불필요한 지방 일정을 총선 이후로 연기할 의향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제가 아직 종리가 된 것도 아니고, 일정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저는 결코 불법할 생각도 없고 선거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의원직 사퇴에 대해선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종로구에 대표자가 없는 게 더 나은지 아닌지 잘 판단해봐야 하는 문제"라며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또 지상욱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말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위법성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의회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를 우선으로 하되, 합의가 잘 안 되면 다수결의 원리를 작동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국정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는 최초의 상황이 있었다며 "국회가 확립된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관행을 만들 때는 신중해야 한다. 한번 잘못된 관행을 만들어버리면 그게 국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회 권위와 품위를 무너뜨린다"고 되받아쳤다.

정 후보자는 화성 동탄 택지 개발과 포스코 매각 관련 야당의 공세에는 허점을 잡아 역공하며 강하게 나오는 화법을 취했다. 8일 인사청문회장에서 답변하는 정 후보자. /이새롬 기자정 후보자는 화성 동탄 택지 개발과 포스코 매각 관련 야당의 공세에는 허점을 잡아 역공하며 강하게 나오는 화법을 취했다. 8일 인사청문회장에서 답변하는 정 후보자. /이새롬 기자

동시에 정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무차별 공세에는 '미스터 스마일'에서 벗어나 강한 태도로 방어했다. 한 언론이 포스코 송도사옥 매각 관련 관계자와 정 후보자와의 통화 내용을 보도했고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것에 대해 성일종 의원이 "대한민국 법을 가장 준수해야 하는 최고 고위공직자인데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공격하자 정 후보자는 "법을 위반했는지 안 했는지는 개인이나 의원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원에 의해 위법 판결이 나왔을 때 법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정 후보자는 "손상된 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재판이었지, (포스코 매각) 사안에 대한 재판이 아니었다. 본말을 분명하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성 의원님께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상대방의 허점을 지적하며 응수한 것이다.

정 후보자는 또 전날이 이어 이날도 김상훈 한국당 의원이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택지개발 사업 관련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기가 막힌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여러 번 소비해야 하냐"고 했다.

이어 "오늘 청문회장 나오면서 어제 김 의원에게 한 말에 대해 유감 표시를 하려고 했는데, 그럴 마음이 싹 없어진다"며 "청문회가 더이상 오염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도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앞서 전날 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 의원에게 "확실한 증거를 갖고 말해라. 가짜뉴스를 갖고 공격하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론 이런 식으로 정치하지 마시라"며 발끈했었다.

의도가 보이는 질문에는 진솔함과 여유를 유지하며 답했다. 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아주 잘하고 있냐'는 주호영 한국당 의원 질의에 "다 잘하고 계신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대체로 잘하고 계신다"고 답했다.

이에 주 의원이 "그럼 (후보자께서 총리가 되면) 하실 역할이 별로 없겠다"고 하자, 정 후보자는 "(국정운영을) 더 잘하기 위해서 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 의원이 지난 2012년 정 후보자가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국가를 책임지기엔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평가한 부분을 거론하며 몰아붙이자 정 후보자는 "그 시점을 참고해달라. (저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경선을 하고 있을 때"라며 "정치권에서 후보 간 경쟁을 할 때 상대에 대해서 심한 말씀까지도 주고 받은 내용을 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제가 경선 경쟁자로서 상당히 점잖게 상대방을 평가한 것이다. 경쟁자에 대해서 평가할 때 한 말이라는 점을 참고해서 이해해달라"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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