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탈북민' 화가 강춘혁이 말하는 '통일'(영상)
입력: 2019.12.30 05:00 / 수정: 2019.12.30 05:00
지난 23일 <더팩트>가 탈북민 화가이자 래퍼인 강춘혁 씨를 만나 통일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강 씨 모습. /목동=김세정 기자
지난 23일 <더팩트>가 탈북민 화가이자 래퍼인 강춘혁 씨를 만나 '통일'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강 씨 모습. /목동=김세정 기자

"통일에 부정적 청년 많지만, 우리 속에 내제된 인식은 달라"

[더팩트ㅣ목동=박재우 기자] "북한을 도울 사정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게 갖는 관심의 절반이라도 청년에게 가져줬으면 좋겠다"

취재진이 만나본 우리 청년에게 '통일'에 대해 묻자 찬성하는 이도 있었지만, 이런 목소리가 많았다. 남북관계는 경색됐고, 북미 비핵화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않아 현재 통일이란 단어는 막연하기만 하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선 더 그렇다. 취업난, 학자금 대출, 집값 상승 등으로 2030 청년세대는 'N포 세대'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의 통일인식 조사에서 20대의 통일 찬성은 2017년 38.8%로 나타났다. 평화분위기의 2018년에는 59.9%로 늘어났지만(KBS 국민통일의식조사), '통일'에 대한 청년세대의 의식은 기성세대(50대 71.2%)와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이다.

<더팩트>가 지난 23일 대한민국 청년의 구성원으로서 탈북민 출신 강춘혁 화가(34)와 만나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9월 강 씨는 자신의 단짝인 유튜버 장명진 씨와 KBS Joy 예능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나와 화제가 됐다. 개그맨보다 웃긴 모습으로, 당시 영상은 29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어려웠던 북한 생활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는 것과는 사뭇 다른 유쾌한 분위기였다.

강 씨는 인터뷰에서 무조건적인 평화 분위기는 경계하지만,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미술시간에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지도를 그리자고 하면 남한만 잘라서 그리는 아이는 없다. 한반도 지도를 그린다"며 우리 의식 속에 '통일 한반도'가 자리 잡고 있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강씨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강춘혁 씨(왼쪽)는 자신의 단짝인 장명진 씨와 KBS Joy 예능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나와서 화제가 됐다. 개그맨보다 웃긴 모습으로 당시 영상은 29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어려웠던 북한 생활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는 것과는 사뭇 다른 유쾌한 분위기였다. /KBS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강춘혁 씨(왼쪽)는 자신의 단짝인 장명진 씨와 KBS Joy 예능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나와서 화제가 됐다. 개그맨보다 웃긴 모습으로 당시 영상은 29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어려웠던 북한 생활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는 것과는 사뭇 다른 유쾌한 분위기였다. /KBS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무엇이든 물어보살' 방송에 나오기 전부터 탈북민 화가로 유명했는데, 처음에 어떤 계기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건가?

북한에 있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취미였다. 2002년 탈북 청소년으로 남한에 왔다. 그 당시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으로 밖에 인정되지 않아 학업을 포기하고 18살 때부터 나이가 많은 선배들을 쫓아 돈을 벌기 위해 일만 했다.

25살이 되자 생각이 많아져서 미대 입시를 결정하게 됐다. 취미로 그림을 그렸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25살이 된 2010년도에 검정고시를 봤다. 그 뒤 홍익대학교에 입시원서를 넣고 합격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하게 됐다.

내가 북한에서 왔고, 현재 북한 인권이 묵살돼 있는 상황이다. 화가로서 이 부분에 관심이 많다. 북한 사회에 대한 회화 전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세계에 좀 더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1월 8일 '김정은 생일'에 맞춰 2명의 탈북민 출신 후배들과 함께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 머니'에도 출연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랩은 또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탈북 난민을 구호하는 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양동근 배우와 우연히 만나게 됐다. 후원금 모금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하기 위해 양동근 배우를 초대해 뮤직비디오와 노래를 만들기로 하면서였다.

양동근 배우가 랩을 하는 친구들을 구해서 당시 탈북민 친구들을 소개시켜줬다. 그런데 하루는 양동근 배우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밥을 먹자고 했다. 만나서 얘기를 나눠 봤더니 그 친구들이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였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양동근 배우가 그 친구들에게 Mnet '쇼미더 머니3'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해 겁을 먹고 '잠수'를 탄 것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2주일 동안 연습을 해서 나가게 됐다. 당시 고민을 많이 했다. 어차피 그림도 북한의 '인권실상'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가사 자체를 써본 적이 없었는데, 나가서 첫 라운드에 합격하게 됐다.

탈북민 래퍼이자 화가인 강춘혁 씨는 탈북민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이런 타이틀로 인해 언론이나 해외에 주목받을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세정 기자
탈북민 래퍼이자 화가인 강춘혁 씨는 '탈북민'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이런 타이틀로 인해 언론이나 해외에 주목받을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세정 기자

-탈북민 '래퍼', '화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작용하는가? 아니면 장점으로 작용하는가?

둘 다인 것 같다.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이런 타이틀로 인해 언론이나 해외에 주목받을 수 있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에서 온 탈북민 대표라고 한정 짓는 것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나는 현재는 대한민국 사회에 하나의 구성원인데, 너무 내가 하는 일 마다 '탈북민' 꼬리표를 붙이니 좀 불편한 점도 있다.

예컨대 작품으로서 내가 옷을 벗고 있는 긴 머리의 사람을 그리면 주변에서는 "북한 여성인가요?", "먹을 게 없어서 옷을 팔았나요?" 이런 질문이 쏟아진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사람들 의식 속에 어떤 편견 같은 게 남아있다.

-최근 북한과 관련한 내용의 콘텐츠가 방송에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방송을 볼 때 어떤 감정이 드는가?

우리 탈북민은 북한과 관련된 내용을 잘 보지 않는다. 사회 변화에 따라 내용이 바뀌기 때문이다. 처음엔 북한 사회를 비판하다가 남북 평화 분위기가 오니까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근엔 평양 위주로 많이 언급하는데, 평양은 현실 그대로의 북한이 아니다. 평양에서 언론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들은 주로 화려한 류경호텔과 놀이공원인데, 이는 진짜 북한이 아니다. 평양을 제외한 양강도, 이런 지역이 진짜 북한이다.

평양은 아직도 사회주의가 남아있는 엘리트의 허상이다. 평양시민들의 신분증은 일단 다른 지방의 신분증과 구별된다. 이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우리 지방 사람들이 평양에 가려면 조사를 하고 보름에서 한 달 걸린다.

탈북민 출신 화가 강춘혁 씨는 현재 북한 인권이 묵살돼 있는 상황이라며 화가로서 이 부분에 관심이 많다. 북한 사회에 대한 회화 전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씨가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그린 그림. /CJ E&M 제공
탈북민 출신 화가 강춘혁 씨는 "현재 북한 인권이 묵살돼 있는 상황"이라며 "화가로서 이 부분에 관심이 많다. 북한 사회에 대한 회화 전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씨가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그린 그림. /CJ E&M 제공

-그렇다면 강춘혁이 생각하는 통일과 비핵화는 무엇인가.

비핵화는 끝나지 않을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통일에 대해선 매우 복잡한 마음을 갖고 있다.

올해 독일과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많은 사회학자나 통일학자 등 통일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동독과 서독의 경우처럼 통일을 얘기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독일은 독일이고, 우리는 또 우리이다. 독일의 통일 문제를 보고 있으면 우리 통일 문제에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담겨있을 것 같다. 경제, 사회 갈등 문제 같은 일들 말이다.

욕심을 내자면 앞으로 닥칠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탈북민 중에서 우리사회의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탈북민이라면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 모두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통일에 부정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청년들이 많다. 취업도 안 되고 가정도 꾸려야 하는데,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통일을 해서 무얼 하겠느냐. 통일이 되면 경제에 더 위기가 올 수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속에 내제된 인식을 한번 생각해보자. 미술시간에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지도를 그리자고 하면 남한만 잘라서 그리는 아이는 없다. 한반도 지도를 그린다. 우리 안에는 한반도는 하나라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우리는 남한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 인식의 한계도 넓어지게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가 이 상황을 변화시키지 않고 지켜만 본다면 북한이 중국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서 현재 많은 자본이 북한에 들어가 있고, 광산 등 일부 산업들은 대부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반도라는 인식 자체가 곧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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