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장군 멍군' 필리버스터 격돌…1~4번 주자 '17시간' 토론
입력: 2019.12.24 16:46 / 수정: 2019.12.24 16:46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자유한국당과 해당 선거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공방이 이틀째 진행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1~4번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17시간가량 발언한 (왼쪽부터) 주호영 한국당, 김종민 민주당, 권성동 한국당, 최인호 민주당 의원. /뉴시스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자유한국당과 해당 선거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공방이 이틀째 진행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1~4번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17시간가량 발언한 (왼쪽부터) 주호영 한국당, 김종민 민주당, 권성동 한국당, 최인호 민주당 의원. /뉴시스

한국당 주호영·권성동 '9시간' vs 민주당 김종민·최인호 '8시간' 맞불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에 더불어민주당이 맞불 필리버스터를 하며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선거제 개정을 비판하고, 문재인 정권과 문희상 국회의장을 규탄하는 한국당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민주당 의원이 반박하는 일이 되풀이되며 여야의 '장군 멍군'식 토론 승부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23일 오후 첫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3시간 59분간 진행한 필리버스터에서 정부와 여당, 그리고 문 의장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선거법 기습 상정에 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 근처로 몰려와 "문희상 내려와", "문희상 날치기 날강도", "양아치", "아들 공천주자고 나라를 팔아먹냐" 등 거친 발언으로 항의하면서 약 7분가량 발언을 하지 못한 주 의원은 "민주당이 정권 잡은 지 3년이 채 안 돼 대한민국 거덜 나겠다"며 "제 말 비웃는 민주당 의원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 좀 겸손하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불법을 서너 차례 저질렀고, 정의당은 어떻게 하든지 의석을 좀 늘려보려고 천하에 없는 제도(선거법)을 만들어 오고, 민주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맞바꾸려고 하다 요건이 안 되니 무리하게 사보임을 강제로 했다"며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의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후 주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 부동산 정책, 입시제도, 탈원전 정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주 의원보다 긴 4시간 31분간 토론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문 의장이 이번 본회의 회기 결정의 건에 무제한 토론 허용하지 않고 찬반토론을 시도하고 종료된 후 바로 표결한 것을 주 의원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그 취지를 오해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제한 토론의 취지는 소수파가 다수파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해서 국회법에 정해놓은 방법이지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붕괴시키는데 쓰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라고 주 의원의 발언을 반박하면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선거법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당을 향해 "지금 기득권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거냐. 그 알량한 TK(대구·경북)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선거법 개혁이 (여야 합의가) 안 된 건 한국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서"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한국당이 자신들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정체불명'이라고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유일한 권력은 과반수"라며 "4+1은 과반수 권력"이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주호영 한국당의원이 첫 번째 무제한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가운데 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주호영 한국당의원이 첫 번째 무제한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가운데 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김 의원보다 더 긴 4시간 55분 동안 발언하며, 문 의장과 범여권연합의 선거법 강행 처리를 규탄했다.

권 의원은 "문 의장은 국회 권위를 세워야할 의무를 갖고 있는데, 문 의장으로 인해 국회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며 "편파적·당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바람에 과연 국민 중 '문희상 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몇 명이나 될까 의문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서 21대 총선이 치러진다면 민주당은 제2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렇게 제가 확언하고, 예언을 한다. 여당인 민주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을 완전히 무시하고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 이런 탐욕스러운 모습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이런 것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총선에서 표로 심판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군소 정당과 야합해서 패스트트랙을 태우는 게 맞는지 자문자답해보라"며 "이렇게 난리치니까 우리는 비례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비례 후보 안 낸다. 비례당에서 낸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헌법적인 비례제 선거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 정당을 결성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민주당과 군소 야당이 본회의 통과를 획책하고 있는 준준연동형 비례제라는 선거법이 얼마나 반헌법적·반문명적인지 만천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네 번째 주자로 최인호 의원은 3시간 39분간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최우선 적으로 바라는 것은 제발 싸우지 말고 일 좀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법과 관련한 개정 협상이나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당 태도는 한마디로 무책임 무성의 무대책 3무의 전형적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국당은 8개월 동안 패스트트랙 철회만 주장하면서 제 기억으론 한 번도 성의있게 협의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소중한 견해들은 한국당이란 벽을 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최 의원은 한국당의 '위성 비례 정당' 창당 전략을 두고 '꼼수'라고 질타했다.

최 의원 다음 주자로는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4+1의 불법 예산안 처리와 문 의장의 편파적 의사진행을 규탄하면서 발언을 시작했다.

지 의원의 발언이 끝나면 전희경 한국당 의원, 기동민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홍익표 민주당 의원, 박대출 한국당 의원 등의 순으로 여야가 교대로 발언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25일까지여서 여야의 필리버스터는 이날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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