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규탄집회로 국회 마비…황교안 '투쟁 전략' 언제까지
입력: 2019.12.23 05:00 / 수정: 2019.12.23 05:00
자유한국당이 연일 투쟁의 강도를 높이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외연 확장을 우려하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규탄대회에 나선 황 대표와 당 지도부. / 국회=배정한 기자
자유한국당이 연일 투쟁의 강도를 높이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외연 확장을 우려하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규탄대회에 나선 황 대표와 당 지도부. / 국회=배정한 기자

전문가들 "총선 전 지지층 결집했지만 확장성엔 '의문'"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선거법·공수처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국회 밖 투쟁이 연일 이어지면서 한국당이 총선 전 지지층 결집과 당권 강화를 통해 황교안 대표 중심의 총선국면을 이어가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16일 다수 지지자들의 본청 난입 시도와 타 정당을 향한 폭력사태 등 강경한 모습이 총선에서의 외연확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 16일부터 보수 단체의 시위·집회로 경계 태세가 점점 강화되는 모양새다.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과 공수처법 수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당은 결사항전의 뜻을 밝히면서 보수단체 회원들의 난입에 불을 붙였다.

특히 황 대표가 국회 경내에 들어와 본청 2층 출입구에 몰려든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승리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투쟁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한꺼번에 몰려든 지지자들로 국회 앞에서 선거법 통과를 외치던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관계자 일부는 얼굴에 침을 맞거나 폭행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국회 경내 출입구는 대부분 폐쇄됐으며, 한때 본청 출입구가 모두 제한되기도 했다.

때문에 17일 열린 집회에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당 지도부와 걸음걸이를 같이 하며 구호를 외치는 수준에서 진행됐다. 의원들은 현수막을 들고 다같이 국회 본청 앞에서 걸어서 국회 앞 국민은행 근처에 마련된 집회 장소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18일 한국당 규탄 집회가 3일차에 접어든 가운데 국회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문혜현 기자
18일 한국당 규탄 집회가 3일차에 접어든 가운데 국회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문혜현 기자

한국당은 이러한 분위기로 19일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집회에 참가한 한 의원은 "4+1이 선거법 통과를 밀어붙이면 그 후로도 (투쟁을)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내 4+1 협상과 본회의 개의 여부에 따라 투쟁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황 대표는 18일 열린 규탄대회에서 "우리 앞에 애국 시민들이 기다린다. 우리가 집회를 빨리 마치고 제대로 된 집회로 내려가서 애국 시민과 함께 우리의 분노, 국민의 분노를 담아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투쟁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이날 집회에 4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한국당의 투쟁일변도적인 행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황 대표의 리더십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보내면서도 총선 전 외연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 황 대표가 아주 고강도의 대여투쟁을 하고 있다"며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극한 투쟁을 통해 반문재인 세력을 황 대표 중심으로 견인하려는 의도가 있다. 둘째로는 한국당의 수도권 의원 같은 경우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높지 않다. 황 대표 체제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큰데, 이러한 당내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확실하게 황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심재철 원내대표가 원내 협상에 동참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이미 여야 간 협치를 이루며 머리를 맞댈 수준은 지났다고 본다"며 "한국당이나 민주당이나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마땅치 않기 때문에 지금은 지지층을 끌어안고 확실한 전선을 만드는 게 유효하다고 본다. 초고강도의 대여투쟁이 황 대표와 심 원내대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 원내대표가) 논의구조에 들어가면 황교안 체제가 흔들리면서 한국당 주도권까지 흐트러질 수 있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내 체제, 총선 전 중앙 선대위원회 구축을 위한 강한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은 초강경 대여투쟁을 통해 황 대표를 세우는 거다. 불안감을 느끼는 의원들은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지만, 반문(재인)세력은 안을 수 있어서 해볼 만한 지역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지지층 결집에 강점을 보일 순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18일 국회 앞 한국당 규탄대회. /문혜현 기자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지지층 결집에 강점을 보일 순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18일 국회 앞 한국당 규탄대회. /문혜현 기자

반면 국회 내 대화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너무 강경투쟁으로 가는 건 의회주의를 위협하는 면이 있는 거다. 어쨌든 협상을 함으로써 여러 가지 의회에 발목잡힌 걸 풀어야 하는데, 강경일변도로 가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합리적 중도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집회가) 외부의 적을 설정하는 거라서 당장 내부의 혼란을 잠재울 순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리더십을 오래 가져갈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민 정치평론가도 한국당의 규탄 집회가 "정치에 관심이 낮은 국민들에게 피로도를 준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한국당이 오랫동안 반대해왔기 때문에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 방식의 표현이 강경한 투쟁이 되면서 해결에 가까워지는가. 그렇진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지금 선거법과 관련해 4+1 입장 변화도 있는 상황에서 일관적으로 너무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게 피로도를 준다는 비판도 있다"며 "지지층 결집도 좋지만 무당파를 위한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도 통합의 문이 닫히면서 오른쪽으로 확 기우는 것 아닌가란 상황이 됐는데 이렇게 가는 순간 한국당이 걱정하는 건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오는 등 중도정치의 깃발이 높게 올라가면 다시금 보수가 분열되면서 문 정권 심판이라는 의제가 흐려질 수 있다"며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외연 확장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 모든 건 중도적이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당겨올 수 있는 사람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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