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을 '개혁저항세력'으로 규정하면서도 청와대와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공식 계정 글 갈무리 |
선거개입 의혹에는 함구·김기현 비리 의혹은 특검 추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1958년 식량 증산을 위해 농업 현장을 시찰하던 마오쩌둥이 벼를 쪼아먹고 있는 참새들을 보자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참새를 없애라."
이른바 '참새 소탕 작전'으로 중국에서 참새는 인민의 곡식을 빼앗는 '계급의 적'이자 없애야 할 대상이 됐다. 실제로 참새는 쥐, 파리, 모기와 함께 네 가지 나쁜 동물로 규정됐고, 마오쩌둥이 지시한 이후 베이징에는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만들어졌다. 1958년에만 2억 마리가 넘게 죽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직후부터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여러 부처에 '적폐청산위원회'를 설치해 이전 정권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도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입법을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뜻을 받들어 문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적폐청산'을 정국운영의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심지어 "국가기관을 동원한 국기문란과 불법을 바로잡는 적폐청산은 국민의 뜻이자 헌정질서를 바로잡아 국격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도 했다.(2017년 9월 8일 김현 대변인)
정부 여당은 검찰과 제1야당을 적폐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이 과거의 불공정과 특권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지 정치보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자신들 내부에서 불공정과 특권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가 명확해 민정수석의 업무 범위 안에서 제보를 받고 경찰에 이첩한 게 무슨 '하명수사냐'고 되묻는다.
이해찬 대표는 검경수사권조정법 관련 검찰이 야당 의원들에게 로비를 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한 번이라도 더 그러면 실명을 공개해 정치개입을 한 실태를 낱낱이 드러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박숙현 기자 |
민주당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선 '먼지털이식 수사와 의혹제기로 개혁을 막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해찬 대표는 검경수사권조정법 관련 검찰이 야당 의원들에게 로비를 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한 번이라도 더 그러면 실명을 공개해 정치개입을 한 실태를 낱낱이 드러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여당은 문 대통령이 "우리 윤총장" 할 때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맡을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칼날이 자신들을 향해 오자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며 불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다시 참새 얘기로 돌아가보자. 참새 박멸 작전에 돌입했던 1958년부터 60년까지 중국에 최악의 흉년이 찾아왔다. 참새들이 잡아먹었던 해충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해충들은 벼를 갉아먹었다. 3년간 중국 인민이 무려 4000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마오쩌둥은 어쩔 수 없이 참새 박멸 작전을 중단하고 러시아에서 참새 20만여 마리를 공수해오는 웃지 못할 일도 벌였다.
'적폐청산'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검찰의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는 '반발' '저항'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심을 취재하다 보면 "여든 야든 다 똑같다. 최악의 정치권"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정치 혐오가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임기를 절반가량 남기고 "흔들리는 현정부의 정의에 괴로워했다"는 사퇴의 변을 남긴 채 떠났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적폐'라며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에 정작 안에서 곪는 건 보지 못하는 게 아닌지 집권여당도 되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