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야 3당, 대안신당은 4+1 협의체를 만들어 선거법 협상에 나서면서 새로운 용어와 제도들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11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연설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
석패율제·이중등록제·연동형 캡…복잡하고 어려운 용어 많아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정치권에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개정을 놓고 멈춰섰다. 이런 가운데 각 정당은 정치공학적 선거법을 언급하면서 국민만 혼란을 겪고 있다. '연동형 캡'과 같은 생소한 용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난리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원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25:75로 한 상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 연동 비율을 50%로 설정한 원안은 여야 협상을 거치면서 거듭 수정되고 있다.
먼저 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와 선거법 저지를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4+1이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선거법 수정안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야 3당과 대안신당이 민주당과 협상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 '선거법'의 핵심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의 골자가 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지는 '1인 2표' 투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소선거구에서의 당선 숫자와 무관하게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또 정당득표율로 각 정당이 의석수를 나눈 뒤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할 경우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게 된다.
독일과 뉴질랜드에서 이같은 선거방식을 채택해 적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지역구별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다만 독일에서는 두 선거가 연동돼 전체 의석수가 정당의 지지율에 의해 결정된다. 또 이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이 배정받은 의석보다 더 많이 나올 경우 정원에 맞춰 제한하지 않고 초과의석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매 선거마다 정원이 바뀐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당이 받은 표에 비례해 의석수가 결정되므로 사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로 거대 정당에게 표가 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민주당과 야3당은 선거법 수정안에 석패율제 도입을 놓고 힘겨루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선화 기자 |
◆ '총선 패자부활전' 석패율제…'이중등록제'도 논의
4+1 협상에 나서고 있는 야3당과 대안신당은 선거법 수정안에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패율제는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복 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제도다. 일본이 1996년부터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석패율'이란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 비율을 말한다. 즉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 중 특정번호에 지역구후보 3~4명을 올려놓고, 같이 등재된 중복출마자들 중 지역구 당선자를 제외한 뒤 남은 사람들 중 석패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비례대표로 당선되게 한다.
석패율제는 특정 정당이 취약한 지역에서 몇 명의 후보를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올려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하면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되게 함으로써 그 정당의 지역 대표성을 보완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야3당과 대안신당은 지역구 출마자의 도전 의지를 재고하고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줄 목적으로 석패율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의원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실제로 석패율제가 도입될경우 득표 격차를 최대한 줄이면 비례대표에 당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정의당에서 지역구 출마자가 대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정의당 출마자가 늘어날 경우 진보 진영의 표가 분산돼 총선에서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에 석패율제 대신 이중등록제(이중입후보제)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중등록제는 특정 지역구 후보자만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입후보시키는 방법이다. 지역구 후보자가 모두 전부 비례대표 후보로 자동 입후보되는 석패율제와는 달리 특정 후보를 선정해 이중등록할 수 있다. 또 해당 지역구 외 출마자들은 비례대표 당선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거대정당과의 선거 연대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석패율제는 소수 야당의 지역구 출마자들이 득표율만 좁히면 비례대표에 당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뉴시스 |
◆'연동형 캡'(cap·상한선)'
연동형 캡'은 4+1 협의체에서 민주당이 주장한 내용으로, 연동률을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의 최대치를 말한다. 4+1에서 논의된 지역구 250, 비례대표 50석 구도에서 50석 중 30석에 '캡'을 씌운다면 30석이 연동형으로 나눌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가 되는 셈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과 대안신당은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되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향후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 재고를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석패율제의 도입이 선거법 개혁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또한 석패율제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박지원 대안신당 대표 등 중진 의원들의 재선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의총을 총해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협상의 전권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4+1 협의체 내에서도 파열음이 발생하는 가운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