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전 대변인이 19일 내년 국회의원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지역구로 택한 전북 군산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이 이날 오전 군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출마선언 후 이동하는 모습. /전북 군산=이철영 기자 |
늦은 출마 선언에 우려도…"험난한 선거, 어떻게 이겨낼지 걱정"
[더팩트ㅣ전북 군산=이철영·허주열 기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내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그가 지역구로 택한 '전북 군산'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군산은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 재선에 성공한 지역이다.
김 전 대변인은 논란이 됐던 '서울 흑석동 상가'를 지난 5일 매각한 뒤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고, 최근 군산에 지역 사무실과 전셋집을 얻은 뒤 19일 군산시청에서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아직 민주당의 복당 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예비후보 등록은 당의 결정이 내려지는 내년 1월 초쯤 할 예정이다.
◆복당 허용 시 신영대 예비후보와 내부 경쟁
전북 군산은 신영대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지역위원장을 맡았던 지역이다. 신 전 행정관은 지난 18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 김 전 대변인의 복당이 허용되면 내부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신 예비후보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전 대변인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같은 목표를 제시해 선의의 경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김 전 대변인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켜 공격하는데,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잘 돌파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산의 현역 의원인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전 대변인이 군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지역 정가도 관심이 많다"며 "김 전 대변인의 최대 현안은 서울 흑석동 부동산 투기 문제인데, 지역에선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도 아직 그를 만나지 못해서인지 이렇다 할 평가를 하지 않는데, 시간이 좀 지나봐야 (호감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의 전북 군산 출마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현재 군산 지역 정가에서는 김 전 대변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우려가 더 많은 상황이다. 출마선언 후 김 전 대변인이 질의에 답하는 모습. |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시민여론조사 50%를 합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이에 따라 지역의 민주당 지지자들의 판단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측 지역 정가의 평가는 대체로 지난해부터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 신 예비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다만 경선으로 갈 경우 시민여론조사 비중이 50%나 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A 시의원은 "당에 대한 애착이 큰 사람으로서 군산시가 어려운데, 진짜 군산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며 "당에 대한 기여도, 오래 준비를 한 사람이 군산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사실상 신 예비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B 시의원도 "김 전 대변인을 돕는 지역 정치인들에게서 1~2달 전쯤 '김의겸을 도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제 정치 철학·정서와는 맞지 않았다"며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가동 중단과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등으로 군산이 어려울 때 군산에 살지도 않았고, 지역민들이 고통을 당할 때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쓴 사람이 총선을 몇 달 앞두고 지역에 와서 일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불호 갈리는 김의겸 평가
지역 정가에서는 김 전 대변인이 중앙과의 소통 등에 장점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B 시의원은 이어 "군산에 출마를 할 생각이었다면 좀 더 일찍 내려와 준비를 해야 했는데 지금은 좀 늦은 감이 있다"며 "청와대 대변인직을 순조롭게 마친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떠밀리듯 나와서 8개월 동안 침묵하다 이제 와 지역에서 출마를 하려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C 시의원은 "김 전 대변인을 어려서부터 봐 왔는데, 살아온 길을 보면 반듯하게 살아오신 분"이라며 "김 전 대변인 출마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학처럼 고고하게 살아온 분이 지역의 험난한 선거 과정을 어떻게 이겨낼지 걱정이 되는데, 이제 출마를 선언했으니 도울 것"이라고 했다.
중립적 태도를 보이는 인사도 있었다. 서동완 군산시의회 부의장은 "김 전 대변인이 내년 1월 초쯤 입당이 확정되면 민주당의 예비후보가 2명이 되는데,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바람을 일으키면 현역인 김 의원에게 우세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 예비후보와 김 전 대변인 모두 청와대 출신이어서 중앙에 인맥들이 많을 텐데, 누가되더라도 김 의원보다 더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어려워진 군산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변인이 군산에서 출마 선언을 한 이날 한 언론사는 그의 친동생도 흑석동 다른 재개발 건물을 샀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가 오늘 아침 '김의겸 건물 매입 전날, 동생도 흑석동서 매입'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며 경위를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저희 형제는 셋이다. 제가 첫째고 이번에 보도된 동생이 막내다. 둘째 동생의 부인(제수씨)이 몇 년 전 흑석동에서 이른바 '부동산 실장' 일을 했다. 이 일대 부동산 매물에 대해 잘 알만한 위치에 있다"라며 "그 제수씨가 동서들끼리 만나면서 흑석동에 집을 살 것을 권유했고, 저희와 막내 네가 비슷한 시기에 집을 사게 됐다. 제가 동생의 집 매입에 관여한 것이 아니고 동생이 제 제수씨의 권유로 집을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동생은 공직과 무관한 민간인이다. 앞으로도 7~8년은 걸려야 입주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야 공직자였으니 비판을 감수하겠습니다만 동생까지 그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가족을 향한 비판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