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질문 있습니다"... 文대통령, 일방 브리핑 아쉬움
입력: 2019.12.19 05:00 / 수정: 2019.12.19 11:57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이후 19개월 만에 춘추관을 찾은 것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이후 19개월 만에 춘추관을 찾은 것이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19개월 만에 춘추관 방문…총리 인사 발표문 읽고 퇴장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뭇사람들은 필자가 청와대에 출입하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열이면 열 이렇게 물어왔다. "자주 대통령을 만나겠네?" 그럴 때마다 멋쩍어서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기회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은 '외딴 섬'과도 같다. 어떤 기자는 춘추관을 두고 '유배지'라고도 칭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춘추관에 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기자단 초청행사가 있거나 대통령 공개 행사를 취재하는 공동취재단을 제외하고는 경내로 진입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 청와대 내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대변인과 만났을 때 정도다. 하물며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나. 그래서 대통령과 직접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지난 17일 문 대통령이 춘추관에 들러 차기 국무총리의 지명 사실을 직접 발표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청와대 직원들은 문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음향시설 및 상태를 점검하고 태극기 옆에 나란히 있는 청와대기(旗)를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로 바꾸는 등 채비를 서둘렀다. 없던 검색대를 설치해 기자들도 예외없이 검문검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춘추관에서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한 대브리핑룸.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춘추관에서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한 대브리핑룸. /청와대 제공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먼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애초 공지된 시각보다 약간 빠른 오후 2시 28분께 춘추관 대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이후 19개월 만에 춘추관을 찾은 것이다.

팥색의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곧바로 문재인 정부 제2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하는 내용의 발표문을 읽은 뒤 3실장과 함께 그대로 브리핑룸을 떠났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채 5분이 안 되는 시간이었다.

문 대통령이 '깜짝 질답'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차기 총리를 지명하기 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회사원들과 만나 점심과 차를 함께 하면서 '소통'하고 왔던 터였다. 인사 발표 이후 남은 공개 일정도 없었다. 또 취임 일성으로 소통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만큼 중대 사안에 대한 질의 응답은 없었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물론 '대통령과 질의응답은 없다'는 사전 안내가 있었다. 발표문에 지명한 이유가 충실히 들어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인사 발표 한 시간 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추가 브리핑 때 총리 인사와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특히 국회의장 출신을 행정부로 데려가는 것을 두고 생긴 삼권분립 훼손 논란에 대해 말이 오갔다. 인사권자가 직접 견해를 밝혔으면 어땠을까.

청와대 인사 문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질문도 나왔다. "중요 정치인들을 내각에 계속 등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오늘 (문 대통령이) 발표하신 거로 충분히 설명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고위관계자는 "충분히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어떠한 근거나 설명도 없는 아주 짤막한 답변이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보는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국내외 안팎으로 여러 현안이 많다. 최근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진 안보 문제를 비롯해 북·미 간 중재·촉진자 역할, 진전이 없는 평화 프로세스, 과거사로 촉발된 한일 갈등, 민생·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17년 5월 헌법재판소장 인선 발표 때처럼 문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했던 것은 역시 무리였던 것일까.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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