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다주택자 집 팔아라"…고육지책 꺼내든 靑
입력: 2019.12.17 05:00 / 수정: 2019.12.17 05:00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남윤호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남윤호 기자

靑, 매각 시한 6개월 제시…정부 고위공직자에 영향 미칠지 주목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 고위급 참모들 가운데 수도권 내 집을 2채 이상 가진 사람은 1채 빼고 모두 팔라는 권고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왔다. 정부가 수도권 집값 거품을 빼기 위해 정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다.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다주택 처분을 권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 대상은 수도권에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대통령비서실과 안보실의 비서관급(1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같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에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모두 11명이다. 다만, 적용 대상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노 실장이 언급한 기준대로라면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에 각 한 채씩 집을 갖고 있는 김조원 민정수석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 2채를 소유한 이호승 경제수석 등이 해당한다.

청와대는 어디까지나 '권고안'이라고 못 박았다. 사적 재산을 보호하는 현행법상 사유 재산을 강제로 처분하도록 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매각 시한을 6개월로 제시함에 따라 대상자는 적잖은 압박감을 받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청와대 고위 공직자라면 스스로 국민 정서와 눈높이에 맞출 것이라는 기대감도 녹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말대로 강제 규제력이 없는 권고이지만,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11일 청와대 비서실 전·현직 참모들의 부동산값이 폭등했다고 지적한 것을 일부 수용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같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에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모두 11명이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기에 다주택 처분과 관련해선 대상자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더팩트 DB
청와대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같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에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모두 11명이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기에 다주택 처분과 관련해선 대상자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더팩트 DB

앞서 경실련은 청와대 전·현직 고위 공직자 65명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지난 3년간 1인당 평균 3억 원 이상 올랐고, 상위 10위는 9억3000만 원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수도권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이율배반적이라는 국민적 비판이 거셌다. 청와대가 민심 이반을 우려해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 내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참모진의 솔선수범의 '실천'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도 보인다. 청와대가 18번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날에 맞춰 노 실장의 권고를 밝힌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윤 수석은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을 만들어서 발표하는 마당에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솔선수범해야 이 정책이 좀 더 설득력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라는 판단 아래 이런 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제시한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건물 형태나 명의, 가족 등의 실거주 여부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권고 조처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소 '뒷북 대응' 취지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개혁본부 국장은 1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청와대의 권고안은 필요한 조치이나 늦은 감은 있다"며 "사실 청와대에 고위 공직자가 들어갈 때 이런 조치가 있었더라면 지금의 논란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실기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국장은 "지금이라도 청와대 1급 이상 대상자에게 전체적으로 이 조치가 시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면서 "청와대뿐 아니라 정부 고위 공직자에게도 (청와대와 같은 권고가) 확대해야지만 (수도권 집값 안정 대책 등에 대한) 실질적인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정부 다른 부처의 고위 공무원 등으로 청와대와 같은 권고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면서도 "다만,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하고 이러한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에 동참한다면 아마도 다른 정부 부처의 고위공직자에게도 영향, 파급은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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