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4+1협의체'에서 마련한 내년도 에산안 수정안 표결 당시 '아들 공천' '세습공천'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난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표결 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말에 반발하는 모습. /국회=박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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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새 원내사령탑 '심재철' 전략 부재?…靑 "내 재산은 안 늘어"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12월 정기국회가 끝나고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국회는 점점 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국회는 정기국회 종료 시한에 맞춰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의 수정안으로 가결되면서 본회의장은 한바탕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아들 공천'을 외치며 항의했습니다.
-또, 지난 9일 한국당은 새 원내사령탑을 5선 중진의 심재철 의원으로 세웠지만, 뚜렷한 협상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임기 시작 며칠 만에 당내에선 긍정·부정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심 원내대표가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청와대에선 최근 경실련이 문재인 정부 전·현직 참모진의 집값 상승 내역을 공개했는데요. 이 와중에 청와대 관계자는 "내 재산은 늘지 않았다"고 말해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아수라장이었던 국회 본회장의장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아들 공천' 구호에 '기념촬영하나?' 비웃음까지...난장판 본회의장
-지난 10일 국회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서 다행입니다. 당시 본회의장 분위기가 어땠나요?
-본회의가 열렸던 이날 오후 8시 전부터 여야간 기싸움이 대단했습니다. 5시 40분까지 이어졌던 여야 3당 교섭단체간 협의 도중에도 취재 기자들 사이에선 '여야가 2조 삭감에 합의했고, 예산안은 내일 처리하게 될 것'이라거나 '한국당 원내대표 후보 중 한 의원이 심재철 원내대표는 협상 의도가 없으니 민주당에 밀어 붙이라고 말했다'는 등의 온갖 지라시들이 돌아 그야말로 혼돈 상태였습니다.
-의원들도 정신이 없었을 것 같은데요.
-네, 여야 협상 상황에 따라 본회의 개의 시간이 유동적이었기 때문인데요. 민주당에서 당초 본회의를 오후 6시에 개의한다고 했다가 오후 8시로 변경하면서 '4+1협의체'에 참여하는 민주당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소속 의원들이 의원회관과 국회 본청을 여러 차례 왔다갔다 했습니다. 저녁을 급하게 먹고 왔다는 한 의원은 본회의 개의 소식을 본회의장에 도착해서야 듣고 오자마자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의장실에서도 지난 4월 패스트트랙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경호인력 10여명을 배치해 전운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문 의장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는 148명 이상이 본회의장에 자리하자마자 오후 8시 30분께 본회의장으로 향했습니다. 이어 10분쯤 뒤 한국당 의원들이 입장하자 회의를 속개했는데요. 문 의장이 "효율적인 의사진행 위해 예산안 먼저 상정하겠다"고 하자 한국당 쪽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예산 부수 법안부터 상정하라"부터 시작해서 "문희상은 사퇴하라", "의회독재!!" "야! 문희상 의장!!" 등의 고함이 쏟아졌습니다. 통상 예산안보다는 예산 부수 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게 관례였기 때문인데요.
-이후 문 의장이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려 하자 느닷없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선창, 한국당 의원들의 후창으로 '아들 공천' '공천 대가' '세습공천' 이런 구호들이 본회의장에 울려퍼졌습니다.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가 6개월 전에 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이 됐는데 한국당은 문 의장이 아들 공천을 위해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죠.
지난 10일 512조3000억 원 규모의 '4+1'협의체 예산안 수정안이 10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예산안 처리 당시 야유를 보내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국당 의원들. /국회=박숙현 기자 |
-예상치 못한 아들 공격에 문 의장의 충격은 상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산안 수정안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조경태 한국당 의원이 단상에서 계속 침묵시위를 계속하자 "제발 나를 봐서 토론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고 하네요. 민주당도 이에 맞서 '토론 종결'을 연호하며 문 의장에게 표결 처리를 신속히 해달라고 외쳤습니다.
-예산안 처리가 끝나고 나서도 여야 설전은 이어졌습니다. 정회 이후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 가서 손피켓을 들고 줄줄이 섰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보고 "회의 방해 징역 5년" "다 끝났어" "기념촬영하나"라고 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닥쳐라" 등의 거친 말들도 나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예산안을 처리한 뒤 속개한 본회의장에서 문 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충격이 큰 탓에 본회의 산회 선언도 하지 못하고 의사진행권을 주승용 부의장에게 넘기고 병원으로 갔다고 하네요.
-사실 지난 7월 문 의장의 아들이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정보가 있어 직접 의정부시에 가서 취재한 바 있었죠?
-그렇습니다. 문 의장의 아들 석균 씨의 지역구 세습 논란에 대해선 지난 7월 저희 취재진이 취재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당시 문 의장과 석균 씨를 잘 아는 지역 관계자는 "출마 의지도 있고, 나름대로 준비는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출마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해 기사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석균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을 맡아왔는데요, 최근 출마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한국당은 지난 9일 새 원내사령탑으로 심재철 의원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을 선출했지만 이후 협상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 나누는 두 사람. /남윤호 기자 |
◆ 5선 ‘베테랑’도 쉽지 않은 한국당 원내사령탑
-지난 9일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5선' 심재철 의원이 선출되며, 투쟁 일변도였던 한국당의 전략 변화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심 원내대표가 직접 경선 과정에선 '협상'과 '투쟁' 두 가지 카드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입니다.
-네, 심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국회의장-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선 예산안 처리 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철회’에 가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다수가 필리버스터 철회에 반발해 첫 합의안 추인이 보류됐습니다. 결국 예산안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변혁)를 제외한 4+1협의체가 똘똘 뭉쳐 통과시켰습니다.
-첫 협상부터 꼬인 후 전임 나경원 전 원내대표 시절과 마찬가지로 강경한 태도로 투쟁에 주력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다른 협상도 성과는 없었죠?
-네, 예산안에 이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사법제도 개정안, 유치원 3법 처리를 놓고도 며칠간 협상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당장 당내에선 "이러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도 막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범여권의 예산안 일방처리 규탄과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며, 협상의 여지는 더 좁아졌습니다.
-당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원내대표에 취임한지 이제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평가가 엇갈립니다. 한쪽에선 ‘나 원내대표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 ‘뭔가 묘안이 있는 것 같더니 전략이 없다’는 비판도 있고요. ‘심 원내대표의 책임이 아니라 전임자의 실패한 전략을 뒤늦게 떠안아 활동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두둔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결국 정기국회의 마지막을 앞두고 심 원내대표가 선출됐지만 한국당은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5선에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베테랑 정치인인 심 원내대표에게도 한국당 원내를 이끄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성과 없는 협상, 투쟁이 반복되며 연말에도 국회 경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이 보유한 아파트값 상승 내역을 조사해 공개했다. /뉴시스 |
◆ 靑 참모진 집값 급등 '시끌시끌'
-경실련이 지난 11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이 보유한 아파트값이 최근 3년간 평균 3억 원가량 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죠?
-경실련은 청와대 전·현직 참모진 중 아파트·오피스텔을 보유한 1급 이상 고위공무원 65명을 대상으로 시세를 조사한 결과 최근 3년 새 평균 3억2000만 원 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상위 10명의 경우 평균 9억3000만 원 뛰었는데요. 1년에 3억1000만 원씩 불로소득을 번 셈입니다. 일반 서민들은 죽어라 일해도 모으기 힘든 큰 금액이기도 하죠. '앉아서 돈 번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참 이를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합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의 노력과 모순되는 점이 있지요. 그래서 더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의 반응은 어땠나요?
-청와대는 과잉해석이라는 취지로 반박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는 재산이 늘거나 줄어들거나 그대로인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어떤 사람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혀 설득력이 없는 얘기는 아니죠.
-이어 이 관계자는 "소수를 일반화시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참고로 저는 재산이 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때 관계자를 비롯해 몇몇 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는데요. 이에 비춰보면 약간 농담이 섞인 듯 보입니다. 당시 이 말을 철회하진 않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말에 뼈가 있어 보였어요. 의역하자면 '내 재산은 늘지 않았어. 그렇기에 청와대 참모들 재산이 늘었다는 것은 일부야'라는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죠.
-그런데 오히려 이 말이 화근이 된 것 같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반짝 효과만 있었을 뿐 성과 자체가 미미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일부 참모진의 집값이 늘었다더라도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일한 시각을 내비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경실련은 12일 청와대가 여전히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는데요. 청와대를 향한 여론도 싸늘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모진이 고위공직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한 게 아니냐, 청와대가 부동산 투기 양성소냐는 등의 비난도 수두룩합니다. 국민과 청와대의 인식 차가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인턴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