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나경원 불신임' 황교안 독단에 한국당 일각 '부글부글'
입력: 2019.12.05 05:00 / 수정: 2019.12.05 05:00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 날인 4일 나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최고위 결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 날인 4일 나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최고위 결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당 대표-최고위 월권에 분노한 의원들 "자의적 해석으로 당 분열"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내년 총선까지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려 했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라는 암초를 만나 뜻을 접었다. 최고위가 '나경원 재신임 불가' 방침을 정하며, 당내 일각에선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 당헌·당규 해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 원내대표가 최고위 결정을 받아들이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제 임기가 10일까지다. 규정에 따르면 국회의원 임기 만료 6월 이내면 의총 결정으로 임기 만료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의총에서) 연장이 안 되면 선거(경선)를 하는 것이 맞다. 경선 의지를 표시하는 분들(강석호·유기준 의원 등)이 있어 내일(4일) 의총에서 제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재신임' 발언 철회한 나경원

몇 시간 뒤 나 원내대표가 본인이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황 대표와 조경태·김광림·김순례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최고위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신보라·정미경 최고위원은 전화로 의견 확인)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곧바로 당내 일각에선 "황 대표와 최고위의 월권이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 당규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 의장 선출 규정' 24조에 '원내대표 임기는 선출된 날부터 1년으로 하되 국회의원의 잔여임기가 6월 이내일 때에는 의총 결정에 의해 국회의원 임기 만료 시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 주장이다.

최고위는 같은 규정 3조에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는 의총에서 실시하며, 선거일은 당 대표가 선거일 전 3일에 공고한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원내대표 임기 연장 여부는 당헌·당규상 최고위 의결사항"이라며 재신임 불가를 결정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와 의원총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와 의원총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당헌·당규 해석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나 원내대표는 4일 의총에서 "오늘 의총에선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선 묻지 않겠다"며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발전,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고 최고위 결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도중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이미 (의총에서) 다 말씀 드렸다"며 기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떴다.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이와 관련해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의총에서 "원내대표 임기 연장과 관련한 사안을 당 최고위에서 결정한 것은 당헌·당규를 위반한 월권으로 대단히 유감"이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는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동일 당규 3조에 '선거일은 당 대표가 선거일 전 3일에 공고한다'고 되어 있는 것은 대표에게 선거 공고에 관한 절차상의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서 원내대표의 선거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 대표에게 선거 관리의 권한을 부여한 것뿐"이라며 "대표가 현명한 선택을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불법과 자의적인 국회법 해석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추진하는 것에 당이 강력하게 대응하는 마당에 우리 당이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황 대표는 최고위를 통한 원내대표 임기 결정을 철회하고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 이건 원칙의 문제이고, 선례·관례가 된다"고 최고위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김 의원의 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한 의총에선 장제원·홍일표 의원도 같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후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하려던 시점에 손을 들고 공개발언 (기회를) 달라, 저도 구성원의 한 사람입니다며 단상으로 나와 최고위의 나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규탄했다. /뉴시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후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하려던 시점에 손을 들고 "공개발언 (기회를) 달라, 저도 구성원의 한 사람입니다"며 단상으로 나와 최고위의 나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규탄했다. /뉴시스

◆김세연 "근간 흔드는 행위…당 말기증세 심각한 우려"

김세연 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위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 해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 지배구조 근간을 허무는 일"이라며 "최고위가 의원들의 총의에 의해서 선출되는 원내대표 임기를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당 구성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런 식으로 당 운영이 되어선 정말 곤란하다"며 "당이 정말 말기증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원대대표의 최고위 결정 수용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을 않겠다고 해 문제가 일단락됐다"면서도 "최고위에서 의총 권한을 침범한 것은 민주주의 정당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다. 황 대표와 최고위가 독단적인 월권을 저지를 것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당 대표의 독선과 독주로 흐를 수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의총 직후 나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 비공개 면담을 가진 후 기자들에게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당을 살리는 일에 힘을 합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총에서 최고위 결정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선 "최고위에서 법률로 판단해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에게 최고위 결정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나머지 마무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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