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침묵하던 靑, 수사관 사망 후 적극 해명…檢 수사 '역공'
입력: 2019.12.03 05:00 / 수정: 2019.12.03 05:00
청와대는 2일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 존재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더팩트 DB
청와대는 2일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 존재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더팩트 DB

靑 겨냥 수사에 불만 깔린듯…숨진 특감반원 통화 내용 일부 공개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는 2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이른바 '별동대' 운용과 '별동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나아가 백 전 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말 언론 보도를 통해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진 뒤 줄곧 침묵했던 청와대는 이날 오전과 오후 모두 두 차례 관련 견해를 밝혔다. 큰 틀에서 '별동대'는 존재하지 않고, 특감반원들은 울산시장 첩보문건 수사 진행과는 일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특감반원의 울산행은 '울산 고래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 2017년 4월 울산 경찰이 압수한 40억 원가량의 불법 포획 고래고기를 검찰이 한 달 만에 포경업자에게 돌려준 일로 검찰과 경찰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것이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다.

이 사건의 속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고인과 또 다른 감찰반원이 지난해 1월 울산으로 가 검찰과 경찰청을 방문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고 대변인은 "2018년 1월경 민정비서관실 주관으로 집권 2년차를 맞아 행정부 내 기관 간 엇박자 등의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고, 두 분은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현장 대면 청취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특감반원의 울산행 목적이 분명한 만큼 야당과 검찰이 의심하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억측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 주변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전방위 수사에 들어간 것인지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시장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를 밝혀낼 핵심 인물로 꼽힌 A 수사관이 1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하명 수사' 의혹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A 수사관을 상대로 울산행의 목적이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는 의혹의 진위를 파악할 계획이었다. 앞서 A 수사관은 관련 수사를 맡았던 울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A 수사관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진상을 파악하는데 다소 애로가 생겼다.

2일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숨진 채 발견되자 검찰의 압박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게양된 태극기와 검찰 깃발. /더팩트 DB
2일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숨진 채 발견되자 검찰의 압박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게양된 태극기와 검찰 깃발. /더팩트 DB

청와대는 검찰에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청와대를 향한 검찰의 수사에 불만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고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깊이 숙고하고 있다"며 "어떤 이유에서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오후 서면브리핑에서는 이례적으로 A 수사관과 민정실 관계자와 동료 행정관 발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A 수사관은 울산지검 조사 전날인 지난달 21일 민정비서관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울산 고래고기 때문에 간 것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사 직후인 24일에는 울산에 동행했던 C 행정관에게 전화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며 "B 행정관과 상관없고, 제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이 극단적인 선택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다만 야당 등 일각에선 해당 수사관이 청와대의 압박을 받아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껴 죽음에 이르게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유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가족을 배려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하명 수사'와 '백원우 별동대' 의혹에 휩싸인 청와대는 그간의 침묵을 깨고 검찰 수사에 역공을 가하며 경고 신호를 보내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검찰 개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는 청와대와 검찰이 기 싸움을 벌이는 듯한 분위기다.

검찰은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하명 수사' 의혹 등을 두고 갈등이 예상된다. 또한 청와대는 해당 의혹을 고리로 거센 공세를 퍼붓는 보수 야당과 여론전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여 당분간 공방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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