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새 얼굴] 盧정부 행정관 이은영 "의왕·과천, 이젠 여성 리더십이다"
입력: 2019.12.02 05:00 / 수정: 2020.01.03 08:00
이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여성 행정관 출신으로는 처음 지역구 출마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의왕·과천에서 워킹맘으로 12년째 거주하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다. /경기 의왕=김세정 기자
이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여성 행정관 출신으로는 처음 지역구 출마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의왕·과천에서 워킹맘으로 12년째 거주하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다. /경기 의왕=김세정 기자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도 4년마다 '정치 토박이'들을 교체했다. 20대 총선에선 44.0%, 19대 49.3%, 18대 44.8%가 초선 의원으로 물갈이됐다. 오는 21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키려는 의원과 이에 도전장을 던진 신인 정치인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더팩트>도 이에 발맞춰 '21대 총선 새 얼굴' 시리즈를 통해 세대교체의 신진 주역들을 미리 알아본다. <편집자 주>

"정치는 체험 산업…정계 입문 25년, 화룡점정 기회"

[더팩트ㅣ경기 의왕=이철영 기자] "의왕·과천은 자연환경이 정말 좋다. 그런데 도시의 정체성이 정착되지 않다 보니, 어디에 사냐고 물으면 안양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베드타운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자연과 환경이 잘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총선에서 누가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이 꼽은 의왕·과천시의 과제다.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세대교체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 청와대 여성 행정관 출신으로 처음 지역구 의원에 도전장을 낸 이 소장에게 이목이 쏠린다. 특히 경기 의왕·과천에서 지역 발전과 정치 개혁 그리고 중앙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춘 후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더팩트>는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의 한 상가 건물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파란색 재킷을 입은 모습이 왠지 낯설다. 약 5년 만에 만난 이 소장의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랐던 탓이다. "아이는 여전히 축구하죠?"라고 묻자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공부로 전향했어요. 사커(Soccer) 맘으로 살았는데 공부로 전향해서"라며 웃었다.

현실 정치를 냉철하게 비판하고 분석했던 이 소장이지만, 내년엔 직접 선수로 뛰고자 한다. 그는 약 70분간의 인터뷰에서 의왕·과천의 문제점, 그리고 왜 본인이 대표여야 하는지를 분석가답게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12년을 살았다. 강남과 가깝고 자연환경도 좋은 의왕·과천이지만 도시의 정체성이 없다"라며 "아마도 제가 출마해서 당선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도시 정체성 확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이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아들과 관련한 질문에 웃고 있다. 그는 사커 맘으로 살았는데…라며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소장이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아들과 관련한 질문에 웃고 있다. 그는 "사커 맘으로 살았는데…"라며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소장과 도시 정체성을 이야기하면서 떠오른 것은 '서울구치소'와 '정부과천청사'가 전부였다. 분명 강남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특색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교통도 썩 좋지 않다.

그는 "두 지역 모두 토박이가 많이 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구구조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백운밸리, 장안지구 입주 등으로 젊은 층과 40~50대 유입이 많아졌다"라며 "인구구조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주거·문화·교육·교통 등 삶의 질 향상이 필요해졌다"라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의왕·과천의 새로운 성장 동력도 필요하다. 과천 같은 경우 정부청사의 일부 이전으로 지역경제를 둘러싼 말들이 많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소장은 "3기 신도시로 과천이 지정되면서 환경은 만들어진 것 같다. 이제는 청사 공동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시각과 젊은 에너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라고 자신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이 소장의 말처럼 의왕·과천은 여성 정치인이 단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다. 본선 후보로 출마조차 없었고, 늘 전략 지역이었다. 의왕·과천 지역구는 15대~18대까지 안상수 전 한나라당 의원이 내리 4선을 했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했다. 그러다 지난 19대~20대부터 각각 송호창 전 의원과 신창현 현 의원 등 민주당으로 돌아선 곳이다.

수십 년 동안 남성 의원들이 당선된 지역이지만, 최근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젊고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리더십이 필요해졌다는 게 이 소장의 판단이다. 특히 의왕·과천과 인접한 경기 남부권에 이재정 민주당 의원 등 여성 출마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장은 "경기 남부권 여성 정치인 벨트 움직임이 있다. 이곳은 그동안 남성 의원들이 오랫동안 당선됐던 곳"이라며 "그러나 이제 이곳의 주거 환경 변화에 따른 젊은 부부의 유입, 40~50대의 증가 등으로 아이들의 교육 환경 변화와 삶의 질 개선 요구가 높아지면서, 여성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는 경기 남부에 여성 정치인 벨트가 만들어져 생활 정치를 펴고 싶다"라고 했다.

이 소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공약 TF 간사를 하며 정무적 감각을 익혔다. 이후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국정과제 등을 다루었다. 사진은 인수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 소장. /이은영 소장 제공
이 소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공약 TF 간사를 하며 정무적 감각을 익혔다. 이후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국정과제 등을 다루었다. 사진은 인수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 소장. /이은영 소장 제공

그는 이곳에서 쌍둥이 딸과 아들을 키우며 12년째 살고 있다. 지역민들의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역 의원과의 당내 경선이나 노무현 정부 행정관 이후 당이 아닌 외곽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 인지도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강남과 인접한 지역이라는 지리적 측면과 법무부가 있는 청사 등으로 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에 따른 민심의 변화 등도 이 소장과 민주당의 마이너스 요소로 보였다.

"제가 예전에 청와대에 있을 때부터 정책조사를 많이 했다. 그래서 정책 트렌드를 빨리 캐치할 수 있다. 또, 잘 듣는다. 소통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의왕·과천은 이런 것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듣고 다닌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일단은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당과 정부에 대한 불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는 "민심 자체는 강남과 비슷하다. 즉, 현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몇 개월 사이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조국 이슈의 영향을 받았다. 과천에 법무부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도 표현하지 않지만, 말하지 않는 이면에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잠재해 있다"라며 "그래서 많이 들으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 지금 민심이 말을 안 한다. 내재된 불만들이 쌓여서 내년 총선 표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제가 말을 하기보다는 주민들이 말을 하게 하고 듣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표와 다른 민심이 있기 때문에 그 간극을 좁히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여론조사나 정책 분석 등을 해왔던 노하우가 느껴졌다. 하지만 부족한 인지도는 과제 중의 과제가 아닐까.

그는 "아이들을 여기서 키웠기 때문에 학부모들을 잘 알고 있다. 이 지역이 경기도라고 해도 강남과 인접해 있다 보니 주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중앙정부와의 소통"이라면서 "의왕·과천은 그동안 전략 지역으로 정당들이 사람을 내려보냈다. 이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이제는 지역에 살면서 지역을 대변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요구가 상당하다. 제 프로필이 오히려 지역에 어필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이 소장은 중앙당의 정세분석, 전략, 여론조사 등 실무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이 약화해 있어서 제가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도전한 것이라며 여론조사 전문가에서 현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소장은 "중앙당의 정세분석, 전략, 여론조사 등 실무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이 약화해 있어서 제가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도전한 것"이라며 여론조사 전문가에서 현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중앙과 직접 소통 가능한 인물을 원했는데 적합한 인물이 처음으로 나타나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이 소장의 프로필을 보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로 볼 수 없는 인물인 건 분명하다. 그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중앙당 창당 공채 1기로 정계에 입문해 현재까지 약 25년간 민주당과 함께했다. 정계 입문 전인 국민대 재학시절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학생운동에 투신한 이력이 있다.

이후 1997년 김대중 정부로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일익을 담당했고, 노무현 대통령으로의 정권 재창출 당시엔 대선공약 TF 간사를 맡아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와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발탁돼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끝까지 함께했다. 이 소장은 청와대를 나와 대부분 당으로 가는 것과 달리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만들며 민심을 읽고 분석하는 전문성을 키웠다. 현재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 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력이 차고 넘칠 정도다.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두기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궁금했던 건 현실정치에 뛰어든 이유였다. 정치인들의 희로애락을 누구보다 가까이 본 그였기에 더욱더 그랬다. 그는 이 질문에 웃었다.

이 소장은 "언젠가는 정치에 도전해야겠다는 꿈은 늘 가지고 있었다. 기회가 잘 안됐을 뿐"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19대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선거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 DJ, 노무현 대통령 선거 당시와 문화가 너무 다르더라. 그걸 보면서 다음 대선 때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한번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을 보니까 전략 기능이 많이 약화해 있었다. 정세분석, 전략, 여론조사 등 실무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이 약화해 있어서 제가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도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공천룰도 이 소장이 현실정치로 뛰어들게 한 것 같다. 민주당은 여성 신인에게 25%의 가점을 준다. 또, '여성 30% 공천'을 위해 지역 출마 여성 정치인에게는 당에서 경선 참여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는 점도 이 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근 당내에서 쏟아지는 인적 쇄신 및 교체 목소리도 정치 신인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가 되고 있다.

국민은 선거 때마다 절반 가까이 교체했다. 이 소장은 이런 흐름을 볼 때 내년 선거에선 새 인물에 대한 요구가 더욱더 거셀 것으로 판단했다.
국민은 선거 때마다 절반 가까이 교체했다. 이 소장은 이런 흐름을 볼 때 내년 선거에선 새 인물에 대한 요구가 더욱더 거셀 것으로 판단했다.

이 소장은 "작년 여론의 흐름 봤을 때 여성 의원 선수들이 높아져서 새로운 후배들이 들어올 때가 됐다는 게 보였다. 지난 2005년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여성 자객단'을 만들어 압승했다"라며 "이제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여성에 대한 민주당 내 니즈가 생겼다고 보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절반을 물갈이했다. 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하다 보니 여당도 같이 못 한다. 그렇다 보니 다 바꿔버리겠다는 표심으로 나타날 수 있다. 새 인물도 그냥 새 인물이 아니라 준비되고 훈련된 특히 실패를 많이 한 새 인물이 필요하다. 그 안에 축적된 노하우가 많기 때문이다. 쓰라린 아픔, 저도 쓰라린 아픔을 많이 경험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말처럼 국민은 선거 때마다 절반 가까이 교체했다. 정치권을 향한 경고이면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내년 선거 역시 마찬가지 양상을 보일 것 같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남성 정치인만을 배출했던 의왕·과천에서 이 소장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 소장은 "5G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환경도 모든 게 달라진 것 같다. 그래서 21대 국회에 새로운 사람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여론을 계속 듣기 때문에 나름 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후배들과 일하면서 제 생각이 꼰대 같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감수성 자체가 다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 변화에 맞춰서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2030의 국회의원 영입도 말이 많다. 대표자로서 2030을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들에 대한 지원과 그들의 감수성과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리더들이 많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약 1시간의 인터뷰에서 평소 알고 지냈던 이 소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정치인으로 탈바꿈은 아니었다. 두드리고 두드려 단단하고 날카롭게 갈린 칼을 칼집에 감추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마지막 그의 말도 역시 그랬다.

"정치는 체험의 산업이다. 체험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엄청나다. 그 안에서 정치적 창의성이 나온다. 정계에 입문한 지 25년이 되는데 화룡점정을 찍어봐야겠다.(웃음) 처음엔 비례도 생각했지만, 지역에서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왕·과천은 현역 의원과 경선이 불가피하다. 제가 25% 여성신인 가산점을 받지만, 가산점 없이 본선진출 하겠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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