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한·아세안 회의 성공적 개최와 헛헛함
입력: 2019.11.29 05:00 / 수정: 2019.11.29 05:00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흥행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발언을 듣는 장면.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흥행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발언을 듣는 장면.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대규모 국제회의에 국민적 관심 떨어져…프레스센터 곳곳에 빈자리도

[더팩트ㅣ부산=신진환 기자] 지난 24일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BEXCO)로 향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가 치러지는 터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공식 행사 전날임에도 일찍이 내외신 취재진이 비표를 받고 있었다. 미리 기다리던 수십 명의 취재진에 이어 비표를 받고 미디어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림잡아 축구장 2개 정도는 될 것 같은 넓은 공간에 브리핑을 위한 단상과 양옆으로 대형 스크린이 갖춰져 있었다. 물론 책상과 의자도 준비돼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없었다. 이를 바라보면서 먼저 든 생각은 '썰렁하다'였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을 비롯한 외신과 국내 언론을 합쳐 2000여 명의 취재진이 사전 등록한 것에 비춰볼 때 빈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 행사 전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첫날인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본격화한 가운데 많은 기자들이 몰려 취재 열기가 달아올랐다. 매우 조용하고 한산했던 미디어센터에 활기가 돌았다. 다만 듬성듬성 빈자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촘촘한 문 대통령의 일정에 방대한 자료가 쏟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언론은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지난해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당시 미디어센터 모습이 겹쳐 보였다. 대형 컨벤션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장소에서부터 무대 구성, 내외신이 취재하러 온 모습 등이 닮아서다. 인터뷰룸과 브리핑룸이 갖춰진 것과 삼엄한 경계와 검색이 이뤄졌던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26일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공동 언론 발표 생중계 화면을 시청하는 모습.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지난 26일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공동 언론 발표 생중계 화면을 시청하는 모습.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확실히 기대감이나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취재진은 잠시 일을 손에 놓고 환호하며 벅찬 감동을 느꼈던 것과 차이가 났다. 3차 때도 북녘에서 만난 남북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부산시민의 체감도도 비슷했다. 27년 경력의 한 택시기사는 "동남아 국가 정상들이 부산에 온 정도로만 안다"며 "문 대통령과 외국 정상들이 부산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사실 관심이 많이 없다"고 했다. 벡스코 인근 한 식당 점원은 "이게 엄청 중요한 행사인 것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이번 회의의 단순 비교는 무리다. 아세안보다는 북한과 관련한 소식에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회의 초청을 거절하고 불참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했다면 열기는 훨씬 뜨거웠을 것이고 세계의 이목은 다시 한반도로 쏠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빡빡한 외교 및 부대 행사 일정을 수행하는 탓에 브리핑이 아닌 대부분을 보도자료나 서면으로 대체했다. 이 또한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한 기자는 "굳이 미디어센터에 와 있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푸념하기도 했다. 기대를 모았던 문 대통령의 '깜짝 방문'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아세안 국가와 경제·외교·안보·문화·무역 등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관계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수확을 거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신남방정책의 토대를 공고히 다졌으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와 협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흥행 측면에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이번 회의는 신남방정책의 중간 평가 성격이었지만, 국민의 이목을 확 끌지는 못하지 않았나 싶다. 마치 '그들만의 행사'처럼 말이다. 부산시민들의 협조와 여러 관계자들의 노고 속에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마음 한구석이 빈 듯한 헛헛함이 드는 것은 왜일까.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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