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한국당, '무조건 반대' 패스트트랙 저지 대책 실효성은?
입력: 2019.11.28 05:00 / 수정: 2019.11.28 05:00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은 모두 불법이고,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국회=허주열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은 모두 불법이고,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국회=허주열 기자

한국당 제외 4당 합의 처리 가능성…박상병 "막을 수도, 탈출구도 없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사법제도 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7일 선거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부의됐고, 사법제도 개혁안은 오는 12월 3일 부의될 예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 안건이 본회의에 부의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정치권에선 사법제도 개혁안이 부의되면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일괄 상정해 표결에 부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패스트트랙 안건 저지를 위해 지난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최대한 한국당을 설득하되 안 될 경우 다른 야당들과 공조해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현재 부의됐거나, 부의를 앞둔 두 패스트트랙 안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단식과 보조를 맞춰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는 것 외에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한 상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은 단계마다 모두 불법이고 무효다"라며 "지금 막 (선거법 개정안) 부의 간주 통보를 받았는데, 이들(정부·여당)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자유민주주의 파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불법과 무효의 '폭거 정치'가 이제는 인간적 도리도 저버리는 '야만의 정치' 시대로 돌입했다"라고 맹비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시작 전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시작 전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의총에 앞서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불법 패스트트랙 철회하라 △대통령 친위부대 공수처법 반대한다 △아무도 모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한다는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 모두 발언 후 의총은 비공개로 전환돼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은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브리핑할 게 없다"며 "다양한 카드들이 논의됐고,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당 일각에선 공수처법을 주고, 선거법을 막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한국당이 '불법 패스트트랙'이라고 지속해서 밝힌 것과 배치되는 행위인 만큼 협상 가능성은 작다.

한국당 고위관계자는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당을 흔들려는 이야기"라며 "누가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의원직 총사퇴, 동반 단식,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패스트트랙을 저지할 확실한 대안이라 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정기국회가 진행 중일 때 의원의 사직은 본회의 표결이 필요하고, 동반 단식은 여론이 좋지 않다. 필리버스터는 표결 지연 수단으로 결국 표결이 이뤄지는 걸 막을 수 없다.

결국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철회'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날 오후엔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깜깜이 선거법 개악 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것은 문재인 정권의 역사적 수치로 남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청와대 눈치 보기 바쁜 문희상 의장이 선거법을 본회의에 부의한 것은 한마디로 정권 연장을 위한 청와대의 뜻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무모한 패스트트랙 강행을 중단하고 단식 중인 황 대표를 만나 여야 합의 처리 원칙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식 8일 차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단식 8일 차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선거법 부의는 국회법상 최대 90일의 활동기한이 보장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도 무시하고 민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날치기 강행 처리되었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돼 본회의 부의는 안건조정기간 90일을 더하거나 헌재 결정 이후로 연기하는 게 마땅하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부의된 상황에서 한국당에는 두 가지 길만 남았다"며 "패스트트랙이 불법이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선거법 협상에 참여해 일부 의견이라도 관철시켜 내년 총선에서 피해를 줄이거나, 아니면 끝까지 통과를 막기 위해 버티면서 '막으려 했지만, 힘이 없없다'는 식의 명분이라도 쌓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 합심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선거·사법제도 개혁안은 막판 절충 과정이 남았지만, 상정 시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한 한국당의 원내 전략이 완전히 실패했다.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패스트트랙 안대로 선거법이 개정되고 내년 총선에서 교섭단체 야당이 늘어나면 한국당은 붕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법은 게임의 룰인데, 엄밀히 말하면 기존 관행처럼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선수가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장기적으로는 선거법 개정을 제3의 독립된 기구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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