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홍콩 시민들의 투쟁과 프랑스 대혁명
입력: 2019.11.26 00:00 / 수정: 2019.11.26 00:00
홍콩 시민들의 투쟁은 피폐한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고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목적이 강하다./홍콩=이동률 기자
홍콩 시민들의 투쟁은 피폐한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고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목적이 강하다./홍콩=이동률 기자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한 1789년 당시 파리 노동자는 생활비의 88%를 빵 값으로 지출했으며 농민은 대략 수입의 80~90%를 세금으로 납부했다. 또한 인구의 2%에 불과한 50여만 명의 특권신분이 국가 재산의 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자기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성직자와 귀족을 제외한 평민인 제3신분에게만 모든 세금을 매겨서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을 때 특권계급을 향한 저항 및 투쟁은 필연적이었다.

결론적으로 최악의 경제적 조건이 프랑스 대혁명을 견인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특권계급이 왕권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부르주아지와 노동자 그리고 농민이 연합하여 구체제를 타파했다. 혁명의 계기는 왕권에 도전한 고등법원의 반발이었지만 극심하게 수탈당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노동자와 농민이 가세하여 투쟁의 국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모든 혁명이나 투쟁은 다양한 외피를 쓰지만 이면에는 경제적 요인 및 조건이 지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도 노동자와 농민의 극심한 경제적 궁핍 및 수탈이 혁명의 발발 요인이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홍콩 투쟁도 송환법 반대가 계기이었지만 투쟁을 주도하는 청년 세대들의 암울한 경제적 현실 및 미래가 시위를 견인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후 100만 명(홍콩 전체 인구가 750만 명이므로 약 7명 중 1명꼴이다)이 넘는 중국 본토 출신이 홍콩에 들어와 주택난을 가중시켰는데 본토 출신에게는 주택 등 복지 지원을 해주고 그들이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여 홍콩 시민들의 삶이 계속해서 피폐해졌다. 홍콩의 젊은이들이 투쟁의 전면에 나서는 이유가 있다.

5년 전에도 홍콩은 행정장관 직선제 투쟁인 우산혁명을 전개한 적이 있다. 홍콩 시민의 투쟁은 홍콩 자체의 민주화 투쟁이며 그 어떤 외부 세력의 사주와 음모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 홍콩 시민은 거대하고도 막강한 중국을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면서 미국이나 영국 등에 중재자 역할을 호소하고 있을 뿐 그들의 앞잡이가 결코 아니다.

처음부터 홍콩 시민들이 성조기를 들고 미국의 지지를 호소한 것은 아니었으며 정권 측이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자 절대 약자로서 외부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미국에서 일당을 받는다는 둥 허무맹랑한 유언비어가 돌고 있으나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며 세상의 많은 일들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호사가들의 말로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

광주민중항쟁 당시에도 광주 시민들은 어떤 식으로든 세계 언론에 진실을 알리고 도움도 요청했는데 이것도 외부 세력과의 결탁이라고 비판해야 한단 말인가. 홍콩 시민은 1980년 광주민중항쟁에서 광주 시민이 투쟁했듯 그들의 방식으로 홍콩의 광주민중항쟁을 처절하게 전개하고 있다.

또한 홍콩 시민들이 자본주의에 물든 결과라는 둥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대며 홍콩 투쟁을 외면하거나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상만 보거나 인식이 불철저하고 교조주의에 빠진 자들의 궤변일 뿐이다. 홍콩 시민들은, 특히 취업 및 주거 상황이 불안정한 현실 및 암울한 미래 때문에 젊은이들이 항쟁을 주도하고 있다.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려는 한국의 노동자나 시민 등의 투쟁도 자본주의에 물든 결과라고 비판하며 외면할 수는 없듯이 홍콩 시민들의 투쟁도 마찬가지다. 홍콩 시민들의 투쟁은 피폐한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고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대학가에서도 홍콩 투쟁을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과 반대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투쟁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훼손하는가 하면 한국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국내에 중국 유학 학부생이 5만3184명인데 한국외대는 1464명, 한양대는 1741명이나 된다. 학교별로 중국 유학생 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학교 측으로서도 그들의 존재감 때문에 눈치를 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중국 유학생들의 사고나 입장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홍콩 투쟁을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과 폭력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나 경찰 측에서도 보다 단호하게 대처하여 중국 유학생의 막무가내 행동을 제지해야 된다.

모든 억압과 착취를 철폐하려는 사람은 홍콩 투쟁을 적극 지지해야 된다.

skp200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