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결국 '헤쳐 모여' 정치권, 왜 돌려 말하나
입력: 2019.11.25 05:00 / 수정: 2020.01.31 18:05
2020년 총선을 5개월 앞둔 요즘 정치권은 분당과 신당 창당 등 이른바 이종교배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지난 2016년 국민의당이 쏘아 올린 제3정당은 현재 뿔뿔이 흩어지는 결과를 가져와 국민이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종교배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줄지는 미지수다. /더팩트 DB
2020년 총선을 5개월 앞둔 요즘 정치권은 분당과 신당 창당 등 이른바 이종교배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지난 2016년 국민의당이 쏘아 올린 제3정당은 현재 뿔뿔이 흩어지는 결과를 가져와 국민이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종교배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줄지는 미지수다. /더팩트 DB

4년 전 끝난 실험 총선 앞두고 또 시작한 정치권 이종교배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요즘 새로운 과일 맛에 눈을 떴다. 놀라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이름도 생소한 이 과일들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맛에 입안이 즐겁다.

생긴 건 분명 청포도인데 입안에서 망고 맛이 감돈다. 씨도 없고, 껍질도 버릴 필요가 없다. '샤인머스켓'이라는 포도다. 껍질과 씨를 뱉어야하는 것을 귀찮아했던 이들에게 딱 맞다. 또, 무화과와 키위를 접목한 개량종인 '레드키위'도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두 과일은 일종의 이종교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종교배로 태어난 새로운 종 대부분은 인간의 욕심에 따른 화(禍)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분당, 탈당 그리고 신당을 창당하는 정치권과 비슷하다.

총선을 5개월 앞둔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이종교배에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군소정당이 더 적극적이다. 어떻게든 몸집을 불려 몸값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이해한다. 다만, 이 이종교배는 탄생은 하지만,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다. 잠깐 국민의 눈을 가리기 위한 생존전략에 가깝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현재를 보면 정치권의 이종교배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눈 가리고 아웅인지 알 수 있다. 지난 20대 선거를 앞두고 탄생한 국민의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만들어진 바른정당이 통합한 것이 바른미래당이다. 당시도 그리고 이후에도 두 정당의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그 예측은 딱 들어맞았다.

지난해 2월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과 유승민 전 대표의 바른정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했다. 하지만 현재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으로 사실상 분당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지난해 2월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과 유승민 전 대표의 바른정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했다. 하지만 현재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으로 사실상 분당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결국 바른정당계 출신 및 일부 국민의당 출신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만들었다. 또, 바른미래당 탄생 과정에서 국민의당 호남출신 의원들이 탈당해 민주평화당을 만들었지만, 결국 분해되며 대안신당이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었다. 사실 새롭지는 않다.

불과 4년 만에 이렇게 만들고 흩어지고 또 뭉치는 이들의 표면적 이유는 거대 양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제3세력'의 필요성이다. 4년 전 국민은 제3세력을 만들어줬지만, 지금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도 또 '대안'이라는 듣기도 민망한 선언들을 늘어놓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보다.

거대 양당을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국민은 많을 것이다. 지금 거대 양당이나 나머지 정당들은 20대 국회가 '식물·놀먹(놀고먹는) 국회'라 불린 이유를 돌아보는 게 먼저다. 실험이 실패하면 기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국민은 이미 4년의 세월을 두고 실험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내년 선거에선 새로운 실험에 나설 것이다.

이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염치없이 '통합' '대안' '민생' 등을 입에 올리는 정치권의 말본새가 한심하다. 지금 정치권의 분당, 통합, 신당, 대안, 혁신 등은 이종교배로 볼 수도 없다. 또, 이미 수차례 실패한 실험을 다시 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헤쳐 모여서 배지 한 번 더 달고 싶습니다.' 속물 같겠지만, 이게 솔직한 마음 아닌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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