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당내 쇄신 작업이 지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일 황 대표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한 모습. /이선화 기자 |
전문가 "단순 물갈이론 역부족, 보수통합 방법 모색해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비판하며 단식을 선언한 가운데 '절반 물갈이 공천' 등 한국당 쇄신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쇄신파 의원들은 사안의 긴급성에 한목소리로 동의하면서 우선 후퇴해 당의 실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물갈이만으로는 참신한 방법이 되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황 대표는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21일 국회와 청와대를 오가는 단식 2일차에 접어든 가운데 당내 쇄신 목소리는 잠시 가라앉는 모양새다.
이날(21일)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공천 기본 틀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역구 의원 중 3분의 1 이상을 컷오프시켜 전체 의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방안을 내놨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2020 시대정신과 국민적 여망을 담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과감한 쇄신과 변화를 실천해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되찾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초·재선 의원들의 '중진 용퇴론'과 김세연 의원 등 소신파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혁신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혁신안 발굴 노력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롭게 발표된 공천안을 놓고 김태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무총장이 발표한 내용은 황 대표의 뜻이라고 보는 것 아닌가"라며 "(발표를) 환영하지만 인적쇄신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진 용퇴론'을 외쳤던 김태흠 의원은 "인적쇄신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국회 정개특위에서 발언하는 김 의원. /남윤호 기자 |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황 대표 단식으로 쇄신 목소리를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관련해 "(황 대표가) 약속을 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라면서 "지소미아 등 국가안보와 관련한 문제가 시기적으로 우선이기 때문에 오늘 발표된 인적 쇄신에 대한 큰 방향을 믿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김 의원은 "(안 하면) 다 죽는거다. 안 할 수가 없다"며 "국민들께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황 대표의 단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공수처법과 선거법 문제는 이 국가의 시스템, 체제에 대한 문제"라며 "그렇게 심각한 문제기 때문에 황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는, 헌신하는 각오로 절박함으로 단식을 선택했다. 우리 당은 황 대표를 중심으로 악법 저지에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황 대표의 단식을 지지했다. 그는 "황 대표께서는 수차례 청와대에 1대1 면담을 요청했었다. 임기의 절반을 넘겼는데, 아직까지 1대1 면담은 한 번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건 좀 불통 대통령 아닌가"라며 "저는 개인적으로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많다고 생각한다. 형식을 따지고 여러가지를 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여러 현안에 대해서 야당의 협조를 얻고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도 '양적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일단 쇄신 노력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퍼센트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양적 기준의 충족이 우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불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며 "노력 자체는 좋게 보지만 퍼센트에 대한 의견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답변을 꺼렸다.
김 의원은 황 대표의 단식을 두고 "대표님이 저렇게 높은 수위의 저항인 단식에 돌입한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며 "지소미아 협정 파기나 패스트트랙 논의가 하나같이 중요해서 그 위급함을 국민들게 알리고자 결단하신 것 같고, 쇄신 논의가 지체될 순 있겠지만 그 필요성이 없어지진 않아 향후에도 이어질 거다. 대표님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당 공천룰 발표를 두고 "양적 기준의 충족이 우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지난 7월 여의도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의원들 사이에선 황 대표의 단식과 당 쇄신 작업이 병행할 것을 기대하는 전망이 이어졌지만 전문가는 "방법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김병민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은 단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표를 결집해야 되는 것"이라며 "본회의에서 결국 최종 표로 승부하는 문제다. 바른미래당의 표가 절실하고, 여기서 공조가 안 돼서 패스트트랙이 통과되면 보수통합도 물건너갔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황 대표가 선언했던 보수통합을 위해서라도 패스트트랙을 결사항전으로 막아야겠다는 목적을 위해서라도 단식보단 보수통합의 추동력을 이어가면서 표를 결집하고 문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평론가는 거듭 '보수통합'을 강조하면서 "홀로 외로이 단식하고 싸우는 것도 의미있을 수 있지만 목적 달성보다 효과적인 선택지를 위해선 보수통합으로 돌아가면서 바른미래당 사람들과 어떻게 단일대오를 형성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발표된 30%공천 컷오프 룰을 두고 "현역 공천 30% 물갈이는 역대 어느 선거든 있어 왔던 일"이라며 "이게 그렇게 참신한 혁신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 누가 될 것이느냐의 문제다. 당장 30% 혁신안을 내세우는 것 자체로 쇄신 의지가 뛰어나다고 말하는 건 당내 여론을 잠재우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황 대표의 단식 양상과 관련해 한국당의 외연 확장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황 대표의 단식 옆에 모여든 사람의 면면을 보면 전광훈 목사 등 강경보수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이 화면에 잡히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한국당이 총선을 앞두고 중도 확장에 빠른 브레이크가 걸리고, 여론조사에서 지지 하락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실제 그렇게 되면 유승민 의원과 바른미래당 쪽에서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이 그렇게 되면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수도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고, 당내에서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하루빨리 창의적인 해법을 내놔야만 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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