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국회에서 통과된 주 52시간제의 보완법인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에 대한 여야 합의는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 인근에서 열린 탄력근로제법 반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모습. /뉴시스

與 "노동법 처리해야" vs 野 "탄력·선택근로제 확대해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일 안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가진 20대 국회가 19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등 89개 법안을 통과시키며 뒤늦게 민생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2년 가까이 논의해온 주 52시간제 보완입법은 유연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야당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국회 비준 등 노동쟁점법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여당간 이견이 좁히지 않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날 오후 열린 정기국회 두 번째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들은 소방관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일원화해 대형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편차 없는 소방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소방관 국가직화', 국내로 돌아오는 해외진출기업들에 대한 범위와 지원을 확대한 '국내 유턴법' 등이다. 이른바 '섬마을 여고사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부각됐던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원의 근무환경 실태를 3년마다 실시토록 하는 '교원 보호 특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확대 시행될 예정이었던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인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법은 이번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14일 소관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여야가 논의했지만, 이견 차만 확인했다. 야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권고한 대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늘리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3개월 확대하자고 추가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ILO협약 국회 비준 등 노동 현안 법안을 일괄 처리해야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 52시간 보완입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전날(18일)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기업 규모나 준비 상황에 따라 차등적으로 계도 기간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회에서 여야가 주 52시간제 보완대책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정부가 중소기업의 법정 노동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유예키로 임시방편을 내놓은 셈이다.

정부는 국회가 탄력근로제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계도 기간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논의는 주 52시간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년 8개월의 기간 동안 여야는 지난해 연말까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자는 합의 방침을 바꿔 경사노위에 공을 넘기기도 하면서 논의 진전 속도가 더뎠다.

주 52시간제 보완입법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여야는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주 52시간제 보완책을 발표했는데, 국회 차원의 입법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며 정기국회 내 탄력근로제 법안을 처리하자고 한국당에 촉구했다.

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말이 계도 기간 부여이지, 사실상 실패를 인정한 백기투항"이라며 "정부 여당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제 보완법에 대해 여당은 야당이 ILO협약 국회 비준과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노동 현안 관련법을 수용한다면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등 야당의 주장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난 2월 주 52시간 근로제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새롬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연말 정기국회 내에 탄력근로제 관련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의장은 "데이터 3법, 근로기준법 등 오늘 처리하지 못한 민생 법안이 이번 정기회 내에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가 마지막까지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법안 처리는 연내 처리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당장 환노위 여야 3당 간사는 고용노동소위 일정도 잡지 못했다. 당초 예정됐던 20일 일정도 안건 협의가 안 돼 취소됐다.

여당 간사인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ILO협약 국회 비준안 등을 포함해 환노위에 계류돼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법 등 쟁점법안들을 일괄 타결할 경우 한국당이 요구하는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수용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밝히며 "노동계를 달랠 수 있는 법안들에 대해선 야당도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당론으로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에 불리한 법안만 처리할 순 없다"고 했다.

야당 간사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에 "국민을 바라보고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국가가 시시콜콜 개입하면 혁신성장을 못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여러 보완책도 마련돼 있다"며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요구를 여당이 다른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non8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