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됐다. 미국의 의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가 이날 오전 서울 한 호텔에서 한미방위비 협상장으로 향하는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현재 틀안에서는 현실적으로 타결 어려워"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19일 한국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이틀째 열린 가운데, 협상시작 한 시간 만에 미국 측의 이석으로 결렬됐다. 이에 미국의 의도가 과연 무엇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함으로써 실제 방위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방위비(1조 389억 원) 분담금보다 5배가 넘는 50억 달러(한화 6조 원)를 요구한 상황이다. 특히 이 중에서 전략자산, 주한미군 인건비 등 새로운 항목 추가를 원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 지원비라는 3개 항목으로만 구성돼 있는데, 이를 추가하려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 한미동맹 성격이 바뀌게 된다.
미국은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안을 추진시키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하지만 미국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안을 추진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번 협상에서도 미국 측이 먼저 자리를 일어나면서 협상을 조기 종결시켰기 때문이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표는 협상 결렬 후 브리핑을 통해 "한국이 제시한 제안들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요청에 부응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한국에 재고의 시간을 주기 위해 회의를 조기 종결시켰다"고 설명했다.
정은보 한미방위비협상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협상결렬에 대해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신설 등을 통해서 방위분담금이 대폭 증액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 온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미국이 바라는 금액이 2조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협상 타결이 어렵기 때문에 초강수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서 병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일각에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22일) 유예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SMA 협상 틀 안에서는 현실적으로 타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이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조원인데, 이 체재 안에서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다섯 배를 받아낼 수는 없다"며 "현재 체재로는 협상 타결이 어렵기 때문에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미국의 의도는 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20억 달러(한화 약 2조원)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측에서 한반도 위기 예방 및 해소 비용’ 등 여러 증액방법을 강구해서 미국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차원에서도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20일 방위비 분담금과 지소미아 종료 관련해 미국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방미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