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나자"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점춰지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전문가들 "연내 정상회담은 불가능…실무협상은 가능할 듯"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북미 간 '대화 시그널'이 계속해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과 미국이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만간 만나자"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교도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러시아로 떠났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결정하면서 "북한이 조건이나 주저함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보내왔다. 또한 우리 정부에 금강산관광 시설 철거와 관련해 지난 11일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남북경협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압박에 나섰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14일 이례적으로 담화를 발표해 미국과의 협상 의지를 밝혔다. 북한의 대미 실무협상 대표 김 대사.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 멜리아 호텔 앞에서 포착된 김 전 대사. /더팩트 DB |
이와 함께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아왔다.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14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뒤 직접 협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지금까지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합의하지 못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느냐다. 양측은 여전히 북한의 동시적·단계적 방식과 미국의 포괄적 방식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뉴스에 따르면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협상안으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검증할 수 있도록 폐쇄하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3년간 북한 석탄과 섬유 수출 규제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하면서 결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으로 정해 과연 어떤일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며 웃는 두 정상.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
전문가들은 연내 3차 정상회담에 대해서 비현실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연내 실무협상에 대해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신범철 아산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상회담은 연내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실무회담은 12월 초에 열릴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예상했다.
신 센터장은 북미 간 이견에 대해선 "미국이 단계적 합의에 대해서는 양보한 상황"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조건을 더 내놓으라고 하면서 조건부 제재 해제를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래서 미국 측에선 합의하기 어렵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북미회담이 가능하려면 실무회담 재개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북미가 1·2차 정상회담보다 더 조건을 걸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단계적 방식을 수용했지만, 북한이 현재 '생존권'과 발전을 보장하라면서 요구 수준을 높여왔다"며 "실무회담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도출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정한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어 북미협상 '성과'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