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속도 못 내는 선거제 개혁...與, 제 살 도려낼까
입력: 2019.11.14 05:00 / 수정: 2019.11.14 05:00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이 정해 놓은 패스트트랙 일정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자유한국당을 압박했다. /국회=박숙현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이 정해 놓은 패스트트랙 일정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자유한국당을 압박했다. /국회=박숙현 기자

'지역-비례 비율' 합의해도 '어딜 줄이느냐' 관건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공언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개혁법안 본회의 상정 시점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공조한 여야 4당이 우선처리 안건으로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이 교착 국면에 놓였다.

자유한국당과 다른 야당들이 주장하는 '지역구 225~270석' 사이의 지역구-비례 비율 조정이 어려운 데다 어느 지역구를 살리고 줄일지를 두고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13일 여권에 따르면 선거제 개혁안 논의는 사법개혁안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실무협상은 자주 진행되는 것 같지만, 선거제는 실무자보다 원내대표가 직접 챙기는 부분이 있어서 (접촉이 더 적다)"라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12일) 교섭단체 여야 3당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정감사 태도 논란 이후 중단된 3+3(각 당 원내대표와 실무 의원) 협상 테이블 재가동에 대해 "원내대표 차원에서 일정 시점이 되면 심화 토론을 해서 정리할 것"이라며 협상 채널 운영이 원활하지 않음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3+3 실무협상 대표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개별적으로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여야 3당 교섭단체 회동에서 (3+3 재가동과 관련해)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박숙현 기자
지난 12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여야 3당 교섭단체 회동에서 "(3+3 재가동과 관련해)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박숙현 기자

선거제 개혁안 협상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는 300석 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고 동시에 패스트트랙 공조 야당(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충족할 만한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정치권에선 '지역구 240석 대 비례 60석',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 등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다양한 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안에 대해 민주당은 검토를 제안하거나 확정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정의당도 이런 안들에 반대하며 패스트트랙 원안을 우선으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 부분(지역구 250석, 240석 안)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며 "패스트트랙 원안에 대한 협상은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에 들어올 때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참여도 없이 원안을 더 줄이거나 하는 건 지금으로선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를 줄일지 결정하게 될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도 논의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정치협상회의 실무자 대표이기도 한 민주평화당 측 박주현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구 240석 대 비례60석'안을 언급하며 "선거구 획정을 위한 시도별 의원정수를 정할 때 '낙후도'를 도입해 인구비례를 현행 2 대 1에서 더 강화함으로써 지역구가 골고루 축소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농어촌 지역 지역구는 최대한 살리도록 현행 선거구 획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안 협상에서 지역구 의석 수 외에 선거구 획정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기 앞서 항의하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 /뉴시스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안 협상에서 지역구 의석 수 외에 선거구 획정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기 앞서 항의하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 /뉴시스

그러나 평화당 측 제안대로 인구비례를 조정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 정성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통화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대로 인구비례가 2 대 1로 돼 있는데 이를 넘어설 경우 선거 후 위헌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만 선거법에서 관련 조항을 고친다면 법제적으론 가능은 하다"고 덧붙였다.

'지역구 240석+비례 60석' 안으로 비율을 확정할 경우 서울이 현행 49석에서 4석 줄고, 부산은 18석에서 2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대구와 울산, 강원도와 충북, 충남, 전북과 전남, 경북과 경남에서도 각각 1석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1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때는 올 1월 31일 기준으로 유권자 총수에서 평균 인구수를 잡고 인구 상하한을 둬 선거구를 합칠지 나눌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시·도별 지역구 배분은 통상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간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여야 각 당이 이를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한다고 해도 선거구 획정 합의라는 또 한 차례의 협상 절차가 남아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본인에게 유리한 수도권 지역의 지역구를 줄이는 '제 살 깎기'를 결단해야 여야 5당 모두가 합의하는 선거제 개혁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역구를 줄이는 것에 공감하는 의원들은 없겠지만, 대의에 얼마나 동의하느냐 하는 의지의 차원일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지역구 축소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의원들은 없다. 협상이 결정된 이후 의견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은 이달 말 의원총회를 열어 이와 관련한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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