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원내전략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리더십 위기론까지 제기된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
원내전략 부재 목소리…"친박에 맞춰져 전략적 판단 없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내에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의 통합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2월 임시국회 종료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등 원내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생산적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패스트트랙 사태에 나선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주거나, 공천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주장 등으로 당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검찰의 관련 수사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고발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요원해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내에 논의중인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될 시 의원직 총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말했지만 패스트트랙은 불법이다. 불법적으로 의결한 것이다. 이제 불법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논의할 수 있다"며 "그런데 불법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불법을 기정사실화하고, 다음 절차로 이어가겠다는 것은 도저히 용인불가다. 의회민주주의 파괴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회민주주의 복윈 차원에서도 불법의 연결고리를 반드시 끊겠다.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한국당 재선의원들은 비공개 조찬 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로 응수할 것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의 원내 협상과 관련해 당내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원내 사법개혁특위 간담회를 연 모습. /허주열 기자 |
이를 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당내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선거 제도와 사법개혁 논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사건 등으로 국회 논의가 답보된 상태나 다름 없다"며 "당의 재선 의원들이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한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는 원내전략사령탑인 나 원내대표와 관련해 "솔직히 말하자면 내부전략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략이 없다는 말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가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투톱의 업무분담이 그렇게 잘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보수통합이 용두사미로 끝나면 안 된다. 한국당은 총선의 승부처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잘못해서 영남권 민심에 취하면 수도권 선거가 안 된다"며 "총선의 승부처는 수도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통합의 지향점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당내 중진 의원도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에 걸린 법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며 "의원직 사퇴를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또한, 최근 검찰 수사에 들어갈 패스트트랙 사태에 연루된 의원들에 관해서도 "어떻게 할지 계획이 없어 보인다"며 "정치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을 앞두고 원내사령탑으로서 역할을 놓고 "총선 승리를 위한 기본적인 틀도 못 만든다"고 질타했다. 해당 의원은 "지금 시기에 늘 했던 선거전략이 있는데 준비가 덜 되는 상황인 것 같다. 원내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앞으로의 4, 5개월이 5년 정도나 될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가 원내 전략을 장외로 끌고 나가면서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월9일 나 원내대표와 황 대표가 장외투쟁에 참가한 모습. /임영무 기자 |
일각에선 지난 원내대표 선거 당시 친박계의 지지를 얻고 당선된 나 원내대표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지만, 정무 감각이나 정치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이번에 친박 의원들 힘을 얻어서 원내대표가 됐고, 이들을 위해서 활동하다보니 본인의 정치 행보가 친박에 맞춰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교수는 "야당의 원내대표는 여당과 밀당하면서 크는 건데, 친박 위주로 하다 보니 투쟁 일변도로 가고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황 대표는 원외인사이자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다. 이미지가 중복된 데다 한국당의 원내 전략이 장외로 튀어 나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나 원내대표는 전략적 판단이 없고 존재감이 사라져버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가 존재감이 있을 때는 (총선) 끝까지 하자고 했었다. 최근 당내 리더십이 떨어진다고 하니 도전자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이런 이유와 배경으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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