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을 끝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부별 심사가 마무리됐다. 오는 11일부터는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가동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칼질이 시작된다. /국회=박숙현 기자 |
총선에 패스트트랙 협상까지 치열한 수 싸움...법정시한 준수 불투명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야가 내년도 예산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1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해 513조5000억 원 규모의 '슈퍼 예산'에 대한 칼질을 시작한다.
예결위는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부터 8일 동안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각각 두 차례의 종합정책질의, 경제 부처(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등 26개 기관) 부별 심사, 비경제 부처(국회, 대통령비서실, 국가보훈처,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29개 기관) 부별 심사를 마무리했다.
11일 가동할 예산소위에선 확장 재정 기조에서 '슈퍼 예산'을 지키려는 정부·여당과 '총선용'이라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야당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고돼 있다.
예산소위는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등 총 15명으로 꾸려졌다. 소위원장은 관례에 따라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맡는다.
민주당에선 △전해철(경기 안산시상록구갑) △임종성(경기 광주시을) △맹성규(인천 남동구갑) △강훈식(충남 아산시을) △송갑석(광주 서구갑) △최인호(부산 사하구갑) △김현권(비례대표) 의원 등이 임한다.
이와 관련, 8일 예결위 전체회의가 끝나고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더팩트>에 "우리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8일 예결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소위를 더불어민주당 7명, 자유한국당 6석, 바른미래당 2석 총 15명으로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박숙현 기자 |
이미 마무리된 예결위 부별 심사와 진행 중인 상임위별 예비심사 과정에서도 예산소위 심사에서의 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했다.
특히 한국당은 전년 대비 늘어난 올해 예산에 비해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예산 집행률도 못 미치는 점을 들어 여당의 '경제 활력을 위한 확장적 재정 기조'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 100대 문제사업'을 정리해 사업별로 대대적인 삭감도 주장하고 있다.
보수 야권은 최근 통계청 통계에서 비정규직 규모가 급증한 것을 두고 일자리 정책 실패를 강조하며 일자리 안정자금과 청년, 노년층 일자리 부문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일자리 사업 예산이 올해보다 21.3% 늘어난 25조7697억 원이 편성돼 있다. 야당은 올해보다 20조6000억 원 대폭 늘린 복지 분야 예산에 대해서도 '총선용'이라며 대폭 삭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지난 8일 예결위 비경제 부처 예산심사에서 내년 2450억 원으로 편성된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에 대해 집행률이 낮다며 "감액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도 낮은 집행률을 지적하며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와 올 들어 12번째 도발 등 경색된 남북 관계에 따라 남북협력기금(1조2176억 원) 등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도 언급하고 있다.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8일 비경제 부처 심사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향해 남북협력기금에서 대북사업 예산의 집행률이 낮음에도 증액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결위는 오는 28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쳐 예산안 심사 법정 시한(다음 달 2일)을 지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협상과도 맞물려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산소위에서 예산소소위를 열어 또다시 깜깜이 심사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숙현 기자 |
야권은 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논란을 이유로 청와대와 대통령 관련 예산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칼질을 예고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지상욱 의원은 강 수석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시한 청와대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한 바 있다.
상임위 예비심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심의를 마무리한 곳은 △국방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이다. 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 부문 등 상대적으로 여야간 쟁점이 적은 곳들이다.
이 가운데 정무위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심의 중견·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혁신모험펀드' 사업에서 산업은행에 3000억 원을 출자하는 금융위원회의 예산을 500억 원 삭감했다.
아직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곳은 △국회운영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이다. 일자리와 복지 등 여야 쟁점이 첨예한 곳들이다.
특히 운영위는 직전 회의인 국감이 파행으로 끝난 후 예비심사를 위한 일정도 미룬 상황이다. 이들 상임위는 오는 15일까지 예비심사 결과를 예산소위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예결위는 오는 28일까지 예산소위 심사를 마무리 짓고, 12월 2일까지인 법정 시한을 지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야 간 수 싸움이 복잡해 녹록지 않다는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전략지의 '지역구 챙기기'가 더 치열할 전망이다. 여기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협상 문제도 맞물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