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출신으로 '이주여성 1호 국회의원'인 이자스민 전 의원이 최근 탈당 후 정의당의 새 인재로 영입돼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같은 시기 한국당은 1호 인재영입 대상으로 거론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배정한·이새롬 기자 |
장제원 "'신인'에 대한 강박관념에 소중한 인재를 일회성으로 소비"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출신 전 국회의원 이자스민의 정의당 입당 소식이 화제다. 총선 전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각 정당들이 준비된 명단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의원이 보수와 진보 양 극단에 위치한 정당을 오간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 전 의원을 대표하는 말은 '이주여성 1호 국회의원'이다. 그는 결혼 후 한국에 온 이주민 출신 여성이면서 다문화 가정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보수정당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 전 의원이 영입될 당시 새누리당은 '이슈를 선점했다', '혁신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한 후 20대 총선 전 비례대표 재선 신청을 했지만, 당시 당헌당규상 비례대표 재선 불가 방침으로 재선에 실패했다. 이 전 의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 당적을 유지하며,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을 지냈다.
20대 국회 들어 한국당은 난민법 폐지와 외국인 차별 임금 등 외국인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내 충돌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0월 남부지검에 자진 출석한 모습. /남용희 기자 |
한국당은 20대 국회 들어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과 정치 활동을 펼쳐왔다. 대표적 예로 지난해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이 대거 유입됐을 당시 앞장서서 비판 입장을 내놨다. 특히 김진태·심재철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난민법 폐지' 등을 주장했고, '난민법 폐지를 위한 토론회' 등을 권역별로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6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임금을 차등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황 대표는 재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 온 것이 없다"며 "그런 외국인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수습 기간을 시작한 날부터 2년 이내에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정해 사실상 임금 차별이 가능하도록 한 최저임금법안을 내기도 했다. 엄용수 한국당 의원도 최저임금을 외국인에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최저임금 개정안을 냈다.
이는 이 전 의원이 활동했던 새누리당 시절과 결이 다른 모습이다.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감없이 내비치는 한국당에서 이 전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반면 정의당은 이 전 의원을 전격 영입하면서 그 배경으로 "이주민과 소수자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이 전 의원의 일관된 삶이 정의당이 추구해온 가치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먼저 영입했다 외면한 이 전 의원의 정치적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이 전 의원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새누리당 출신을 왜 영입하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이 전 의원을 영입한 것은 이주민들의 인권과 다문화 사회의 비전을 앞장서 실현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이 전 의원이 한국당에서 보낸 '과거'의 시간은 그분이 정의당과 함께할 담대한 '미래'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의 정의당 입당은 다른 당의 인재영입과는 그 맥락이 상당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이 최근 '공관병 갑질'로 논란이 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하려 했다가 홍역을 치르고 있어 더욱 대비되기도 한다.
지난 2일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 전 의원의 정의당 입당과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장 의원. /배정한 기자 |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러한 당의 상황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장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재영입 카드는 정책적 집행권력이 없는 야당으로서는 차기 총선을 위한 당 지지율 향상에 가장 큰 무기이자 이벤트"라며 "이 소중한 기회가 시작부터 삐걱한 것은 무척 뼈아픈 실책"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한국당의 인재영입 시기와 메시지 부족 등을 지적하면서 "비례대표 한 번 하고, 당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치적 공간을 잃고 소외된 인재는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대표적으로 이 전 의원이 정의당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신인'에 대한 강박관념이 우리 주위에 있는 너무도 소중한 인재를 일회성으로 소비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장 영입 논란에 대해선 당 내에서도 "감동이 없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파격 인사를 영입하는 눈이 없거나 능력이 없던 지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실 (한국당이) 예전엔 잘했다. 탈북자 조명철 씨와 이 전 의원만 봐도 그렇다. 예전엔 참신한 인사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한국당 인재영입 논란 원인에 대해선 "당에 보스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엔 박근혜·이명박이라는 보스가 있어서 당을 이끌었지 않나"라며 "한국당은 홍보 전문가들을 좀 더 영입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사람으로 많이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정당에서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을 영입해서 유사한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래야 감동을 줄 수 있다"며 "캐치올파티(catch-all party, 특정한 계급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표하고자 하는 정당)식의 성격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