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가 골프를 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 씨가 정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도 엇갈린 관측을 내놓고 있다. 7일 임 부대표가 전 씨와 함께 이동하며 광주학살 등을 묻는 모습. /정의당 제공 |
의료계 전문가들 "골프 친 것만으로 상태 예단하기 힘들다"
[더팩트|이민주 기자] 알츠하이머 환자가 골프치는 것은 가능할까.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앞선 재판에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재판에 불출석한 것과 달리 너무 멀쩡하게 운동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를 비롯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병의 진위 여부를 두고 '전 씨가 거짓 투병을 하고 있다'는 관측과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로 보인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7일 오후 JTBC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전 씨의 골프 라운드 영상은 곧바로 의구심을 자아냈다.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는 전 씨는 알츠하이머 환자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꽤 건강한 상태로 라운드를 즐겼다.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는 "전두환 씨의 드라이버는 똑바로 나갔고 아이언샷을 정교했다. 캐디의 스코어 표기를 고쳐줄 정도로 건강한 정신 상태를 보였다"고 당시 모습을 설명했다.
다만 전 씨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한 질문에는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나는"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추징금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자네가 돈을 좀 내주라"고 반복해 답하기도 했다.
이같은 영상이 공개되자 곧바로 전 씨의 알츠하이머 발병에 대한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됐다. 전 씨는 올해 4월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 등 건강을 문제로 법원에 불출석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정말 알츠하이머인가에 대한 의심이 든다. 전 씨 나이에는 원래 기억력도 떨어지고 인지기능이 일부 떨어질 수 있다. 그런 부분을 가지고 알츠하이머 진단을 내린 게 아닐까 의심된다"며 "다만 실제 전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면 골프를 치는 것 자체 만으로 병의 진위 여부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초기 단계에서는 운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골프는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영상 속 공격성을 근거로 전 씨의 알츠하이머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견해도 있다. 전 씨가 따라오는 임 부대표를 바라보는 모습. /정의당 제공 |
다른 의사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하더라도 약을 잘 먹고 치료를 받으면 인지 기능의 상당 부분을 유지할 수 있다"며 "특히 본인이 평소 자주 하는 일일 경우에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전 씨가 골프를 쳤다는 사실 만으로 알츠하이머다 아니다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영상 속에서 부적절한 대답을 하고 공격성을 보이는 것을 봤을 때 전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난폭한 경향을 보이는 것을 보니 이미 전두엽이 망가진 단계로 알츠하이머가 꽤 진행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도 전 씨가 골프를 치는 것만으로 알츠하이머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보탰다. 그는 이어 "치매 환자를 바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 씨가 수십 년 동안 골프를 쳐왔다면 알츠하이머라 하더라도 골프를 칠 수 있다"며 "재판과 골프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재판은 질문이나 사건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보이는 전 씨의 상태로는 재판 참석이 어려울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을 뜻한다. 서서히 발병해 경과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적이다. 증상은 △기억력 감퇴 △언어능력 저하 △시공간파악능력 저하 △정신행동증상 등이 있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나 진행될수록 언어 기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에서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유전적 요인이 전체 알츠하이머 발병의 40~50%라고 보고되고 있다. 가족력과 유전적 요인 외 고령 또한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