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청와대발 리스크에 발목 잡힌 민주당
  • 박숙현 기자
  • 입력: 2019.11.07 06:00 / 수정: 2019.11.07 06:00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6일 야당과의 협의 끝에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8일로 미루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예결위는 야당이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논란에 대한 노영민 비서실장 출석과 사과를 요구하며 무산됐다. /국회=박숙현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6일 야당과의 협의 끝에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8일로 미루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예결위는 야당이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논란에 대한 노영민 비서실장 출석과 사과를 요구하며 무산됐다. /국회=박숙현 기자

국회서 할 일 산적한데…강기정 '버럭' 논란에 일정 중단[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갈 길이 먼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발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처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민생입법 추진 등 집권여당이 무거운 책임을 진 과제가 산적하지만,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버럭' 논란으로 주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513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6일에서 8일로 밀렸다. 또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강기정 해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문희상 국회의장이 예고한 본회의 부의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패스트트랙안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결위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이날까지 마친 뒤 오는 11일부터 내년도 예산안의 감액·증액 심사를 위한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강 수석 논란과 관련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성과 없이 문을 닫았다.

여야는 격론 끝에 비경제부처 심사를 오는 8일로 미루고, 7일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 수석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매년 제기된 내년도 예산안 '졸속 심사'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앞서 지난달 29일 예결위는 종합정책질의도 야당이 정부가 한국당의 '민부론' 반박자료를 여당에 전한 것 등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오는 7일로 연기한 바 있다. 예산소위가 일정대로 가동된다고 해도 이전 절차인 예결위 전체회의에서의 예산 심사 기한이 짧아진 셈이다.

민주당 예결위 소속 위원들은 예산 심사 일정 연기에 강하게 반대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간사들과 오후 협의 전 우리 당 의원들과) 원내대표실에서 얘기를 했지만 '오늘 해야 한다'라는 게 예결위 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6일 야당의 강기정 정무수석 해임 요구를 일축했다. 이날 예결위 출석을 위해 국회를 찾은 강 수석. /문혜현 기자

청와대는 6일 야당의 강기정 정무수석 해임 요구를 일축했다. 이날 예결위 출석을 위해 국회를 찾은 강 수석. /문혜현 기자

그러나 야당은 노 비서실장의 예결위 출석과 강 수석 해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청와대도 "이미 강 수석이 사과 입장을 냈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전 의원은 예결위 소속 위원들의 격앙된 반응에도 일정 연기 등을 양보하며 야당과 합의하게 됐다. 예산소위는 여야간 구성과 현안을 놓고 파행을 거듭한 전례가 많지만, 예결위 전체회의부터 연기된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8일 심사에서 강 수석을 둘러싸고 여야가 논쟁을 벌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 의원은 "야당이 요구했던 비서실장의 출석과 사과 표명은 다 해결된 건가"라는 취재진 질의에 "간사간 나눈 얘기라 다 오픈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연장선에서 패스트트랙 협상에서 야당의 고강도 공세가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 정기국회 일정 등도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회 운영위가 7일 예정했던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소관 기관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 전체회의도 연기됐다. 또 패스트트랙 법안 논의를 위한 '3+3(3당 원내대표+의원 1명)' 실무회의도 한국당의 통보로 연기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강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나아가 한국당은 국회 모욕에 대한 고발을 위원회 차원이 아닌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의 연서'만 있으면 가능토록 한 '강기정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만큼 강경한 입장이다. 예결위 간사인 지상욱 의원은 이날 오후 여야 협의 전 "(청와대가) 출석해서 사과해야 한다는 게 우리 측 요구이고 굉장히 강경하다"며 "쳥와대 예산을 다 삭감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6일로 예정했던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 전체회의를 끝내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오후 3시 45분께 정부 부처 관계자들(왼쪽)이 회의장에서 나와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이날 수십 명의 부처 관계자들이 하루종일 예결위 개의를 기다리다 성과 없이 돌아갔다. 오른 쪽은 단체 국회 참관객. /박숙현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6일로 예정했던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 전체회의를 끝내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오후 3시 45분께 정부 부처 관계자들(왼쪽)이 회의장에서 나와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이날 수십 명의 부처 관계자들이 하루종일 예결위 개의를 기다리다 성과 없이 돌아갔다. 오른 쪽은 단체 국회 참관객. /박숙현 기자

강 수석을 둘러싼 야당의 공세로 국회 일정 등이 차질을 빚은 것에 대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날(운영위 국감 당일)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를 했고, 오늘도 사과하라고 해서 나왔는데 또 말을 바꿔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제 심정도 복잡해진다"고 토로했다.

예결위 일정이 무산된 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오늘도 2시에 한다고 했다가 못했는데, 8일에 가봐야 알 것 같다. 또 미뤄져 안타깝다"며 "(곧 있을) 예산소위에서 삭감이나 조정 심사가 요구되고 있는데, 전체회의도 미루는 건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unon8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