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반환점] 냉온탕 오간 남북관계, 비핵화·평화 '먼 길'
입력: 2019.11.06 05:00 / 수정: 2019.11.06 05:00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다.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문 대통령의 노력이 다소 빛을 잃었다. 지난해 9월 평양 5.1 경기장에서 손을 맞잡은 남북 정상.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다.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문 대통령의 노력이 다소 빛을 잃었다. 지난해 9월 평양 5.1 경기장에서 손을 맞잡은 남북 정상. /평양사진공동취재단

"文대통령, 지나치게 소신에 의존…진영 막론 전문가들 집단지성 모아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평화·번영·통일'

오는 9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단어들이다. 2017년 5월 10일 취임 이후 수없이 언급해왔다. 그만큼 문 대통령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한반도 평화를 시대적 사명으로 여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자처하며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문제는 현재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훈풍이 불었던 남북관계도 꽉 막혀 있다. 지난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훈풍이 불었던 한반도가 다시 얼어붙었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는 온탕과 냉탕을 오감에 따라 '평화의 꽃'을 피우려 했던 문 대통령의 노력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 요소가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지금의 남북관계는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남북 간 군사분계선 일대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한 지 일주일 만인 2017년 5월 17일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를 순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이 사흘 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언급하면서 "우리 안보가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시기에는 한반도 정세가 불안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지체되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는 모습. /임세준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지체되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는 모습. /임세준 기자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유엔 안전보장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중대한 도발행위를 일삼았다. 한반도는 물론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도 있다며 위협을 가했던 북한은 무력시위로 존재감을 알렸다. 과거의 정치적 셈법과 전략에 따라 미사일을 쏘아 올린 습성은 현 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그대로였다.

이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조는 분명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우리 군의 자주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전쟁 억제를 위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굳건히 유지한다는 것과, 한편으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의 길로 들어서려면 북측과 대화가 필수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취임 첫해 크게 진전이 없었던 남북관계는 북한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마침내 그해 4월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평화 분위기가 한반도를 감쌌다.

더없이 좋았던 남북관계의 바람을 타고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 새로운 북미관계 등 원론적인 수준의 '싱가포르 합의'에 그쳤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는 비핵화 해법에 이견을 보이며 끝내 빈손으로 돌아섰다.

이후 북미관계는 교착 관계에 빠졌고 덩달아 남북관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북한은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를 향해 조롱과 비방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잠잠했던 미사일 도발도 지난 5월 이후 12차례 벌어졌다. 특히 북한은 우리 안보와 직결된 한미 연합훈련이나 우리 군의 최첨단 무기 도입을 맹비난하면서 간극이 더 벌어진 상황이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부터 북한은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를 향해 조롱과 비방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미사일 도발도 지난 5월 이후 12차례 벌어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노동신문 갈무리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부터 북한은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를 향해 조롱과 비방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미사일 도발도 지난 5월 이후 12차례 벌어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노동신문 갈무리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지나치게 자신의 소신에 의존한 측면이 많다고 본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결국은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운전자 역할을 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문제는 원점에서 새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어 평가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북미가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4월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며 연말까지 기다리겠다는 밝힌 바 있으며, 미국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 문 대통령은 조연에 그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종 결단에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한반도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서는 북미 협상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론 통합의 과제를 해결하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본부장은 "이제는 문 대통령이 단순히 강한 의지만을 가지고는 부족하다"면서 "진영을 막론하고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모아 우리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치밀하게 검토한 뒤 북미에 더 나은 곳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실한 비전을 심어줘야 비핵화 평화의 길을 개척하는 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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