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오는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도는 가운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과 세계 경제 둔화로 우리 경제도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최저임금 가파른 상승 발목…막대한 혈세 퍼붓고도 고용 질 '글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오는 9일을 기점으로 임기 절반을 채우는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부터 한국 경제를 살려야 하는 중책을 떠안았다. 취임 초 세계 경제 시장의 둔화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전 보수 정부도 '경제 살리기'를 외쳤으나 경제난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고, 문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컸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직접 챙기는 열의를 보였다. 이와 함께 소득주도성장(소주성)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3대 경제정책 기조로 내걸었다. 이 가운데 근로자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에 주목했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 시장 규모가 커지고 더 많은 기업이 호황을 누려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기대됐다.
실제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급격히 상승했다. 2017년 최저임금은 32.7%, 2018년 16.4%, 2019년 10.9%로 가파르게 올랐다. 중소기업과 소규모 영세업자 등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인다며 직접고용에 부정적인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274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8000명(1.3%)으로 크게 늘었다. 15~64세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은 67.1%로 전년대비 0.3%포인트 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키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제조업 구조조정,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지출을 확대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경제 회생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제공 |
고용 개선의 흐름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60세 이상에서 38만 명이 증가한 반면 40대(-17만9000명)와 30대(-1만3000명)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20대 비정규직 근로자는 136만2000명으로 지난해(112만400명)보다 23만8000명이나 늘었다.
고용의 질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근 고용지표상) 비정규직이 늘고 있고 (정부는) 노인 일자리만 만든다"면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이 문제는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감소 우려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서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하고 주휴시간 폐지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주 52시간 근무제는 고용절벽과 비정규직의 증가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치중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불황은 대부분 영세사업자의 텃밭인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보다는 내년 더 부침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19개 주요 골목상권 업종주에 대한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에는 2019년보다 매출증가 업종 수는 줄어들고, 감소 업종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매출증가 업종은 2019년 △제과 △편의점 △화훼 △택배 등 4개에서 2020년 편의점, 제과 2개로 줄어들고, 감소 업종은 올해 △인테리어 △의류판매 △학원 △이용업 등 12개에서 내년 주유소업이 신규로 추가되면서 13개 업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에 주목됐지만, 고용 감소와 소비 위축 등 부작용도 뒤따랐다는 분석이다. /이선화 기자 |
물론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소상공인을 위해 카드 수수료 인하와 세제지원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대비 올해 경영악화를 예상한 골목상권협회들은 그 원인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판매 부진을 가장 많이 꼽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동종업계의 경쟁 등을 꼽았다.
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7월 "영세 자영업자와 소기업에 큰 부담이 됐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경제에 미친 부작용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이 곧 최저임금 인상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인구 5000만 이상의 국민소득 3만 불 이상 시대가 열렸다. 또한 스타트업에 대한 집중 투자로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가 사상 최대치인 3조4000억 원에 달했고 신설법인 수도 10만 개를 넘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로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수도 2016년 2개에서 올해 9개로 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에 무언가 혁신된 아이템을 만들어주고 대기업과 협업하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 저성장의 늪이 깊어지고 있는 점은 문 대통령의 고심을 깊게 한다. 현 정부 첫해 성장률은 3.2%를 기록,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7%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2%대 성장률 달성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분석에 따르면,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연간 1.87%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올해 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연율 1.7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엄중한 한국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정책 방향성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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