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박찬주 "황교안이 아니라 文대통령이 나를 정치로 불렀다"
입력: 2019.11.04 14:19 / 수정: 2019.11.04 14:19
자유한국당 1호 인재영입 대상으로 거론됐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군대가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정치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대장이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는 모습. /여의도=이덕인 기자
자유한국당 1호 인재영입 대상으로 거론됐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군대가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정치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대장이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는 모습. /여의도=이덕인 기자

기자회견 자처한 박찬주 "공관병 갑질 사건은 '불순세력' 작품"

[더팩트ㅣ여의도=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현장으로 불렀다."

자유한국당 1호 인재영입 대상으로 거론됐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공관병 갑질', '한국당행', '정치 참여 배경'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갑질 의혹은 군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불순세력'의 작품이고,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민병대(民兵隊) 수준으로 추락한 군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한국당에서 정치를 시작하려고 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 논란과 맞물려 있는 박 전 대장의 입장 발표가 두 사람의 정치행보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한 박 전 대장은 "자연인 '박찬주' 이름으로 독단으로 장소, 시간, 내용을 결정했다"면서도 "예의상 황 대표에게 해명 기자회견을 한다는 뜻을 전달했고, '좋다, 존중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문제는 기자회견 내용이다. 박 전 대장은 70여 명의 취재진과 일부 지지자가 몰린 가운데 1시간가량 입장문 발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옛 사고방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군대가 '민병대'로 전락"

먼저 그는 "국민 대다수가 나라가 기울어지고 있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현실 정치 참여를 결심했다"며 "현역 장교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지금 군대가 민병대로 전락했다'고 얘기하는데, 고개 숙인 현역 장교들의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은 이어 "평화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평화를 만드는 것은 외교이고, 군대는 평화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낫다'고 군통수권자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전쟁을 잊은 군대가 됐고, 군의 특성을 무시한 인권이 들어와 지휘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황 대표가 저를 부른 게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정치 현장으로 불렀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장은 본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는 "저는 2017년 8월 9일부로 제2작전사령관직에서 물러나 민간인 신분이 됐다. 그러나 이 정부는 저를 위법한 방법으로 현역 신분으로 유지시킨 후 군 영창에 구속했고, 군사법원에 기소했다"며 "이것은 민간인을 군사법원에 세울 수 없다는 헌법 27조를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박 전 대장은 "육군 대장을 호송줄에 묶어 군사재판에 세운 것은 적폐청산의 상징으로 사용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농단"이라며 "'공관병 갑질'이라는 선전선동에 묻혀 정치권과 언론이 진실을 보지 못하고 외면해 왔다. 지금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황 대표와의 인연과 정치 참여를 선언한 배경도 언급했다. 박 전 대장은 "지난 5월 황 대표가 저를 위로하면서 한국당에서 같이 하자고 말했었다"며 "그때는 제가 3심 재판이 남아 끝난 후에 자유로운 몸으로 돕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가 한 달 전에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고, 이것이 인용되면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재판이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위헌법률심판제청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지금 정치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다.

박 전 대장은 자신을 둘러싼 재판에 대해선 "공관병 갑질 혐의가 안 나오면 (수사를) 멈춰야 하는데, 소위 별건 수사를 시작해 뇌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위반 소위 김영란법 위반으로 저를 기소했다"며 "뇌물죄는 2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김영란법은 벌금 400만 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김영란법 위반은 제2작전사령관 시절 건강이 안 좋은 부모를 돌보기 위해 한 중령으로부터 고향에서 근무해 달라는 절박한 내용의 고충을 전달 받고 안타까운 마음에 인사처장에게 긍증적으로 검토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전달한 게 문제가 됐다"며 "제가 금품을 수수하거나 대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김영란법은 이러한 경우도 처벌대상이 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장은 "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벌이라 생각한다"며 "사성장군이 이러한 부하의 절박한 고충도 들어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부하에게 목숨을 걸고 싸우라 할 수 있겠는가. '충(忠)'은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있지만, '효(孝)'는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줄 수 없고,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저는 이 판결이 부끄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공관법 갑질 사건에 대해 "갑질이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것을 갑질이라 할 수 없고, 스승이 제자를 질책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할 수 없듯이, 지휘관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아울러 "이 사건은 적폐청산의 미명 하에 군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불순세력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며 "군인권센터는 제가 거쳐 간 공관의 공관병들을 상대로 장기간 뒷조사를 진행했고, 특히 공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떠난 병사들을 중점적으로 접촉했다. 협조하지 않는 부관에게는 '육사 폐지는 우리의 신념이다'라는 협박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장에 따르면 군대 지휘관의 공관은 야간 지휘소다. 비밀통화가 가능한 통신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차량과 경호하는 헌병 등이 있다. 밤 10시와 새벽 6시에는 북한동향과 아군상황을 보고받고 야간에 상황이 발생하면 초동조치를 취하는 중요한 곳이다.

박 전 대장과 함께 갑질 혐의로 기소된 아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 아내는 감금과 폭행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하나는 공관병이 베란다에 있는데 화초에 물을 잘못줘서 제 아내가 나가면서 문을 잠가 갇혀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썩은 과일을 던져 공관병이 팔에 맞았다는 것인데, 두 가지 모두 제 아내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공관병이 베란다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고, 진술도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공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떠난 공관병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지휘관의 일거수일투족은 기무, 감찰, 헌병에서 어항 속 물고기처럼 들여다보고 있어 만약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떤 경로든 체크가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군인권센터를 향해 해체해야 하고, 임태훈 소장(가운데)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군인권센터가 서울 신촌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문혜현 기자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군인권센터를 향해 "해체해야 하고, 임태훈 소장(가운데)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군인권센터가 서울 신촌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문혜현 기자

◆"군인권센터 해체, 임태훈 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 받아야"

이외에 군인권센터의 의혹 제기로 알려진 박 전 대장의 '냉장고 절도', '공관병 전자팔찌 인신 구속', '아내를 여단장으로 대우하라는 지시' 등의 여러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공관 감 따기, 골프공 줍기 등을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총 대신 취사병은 국자를, 군악대는 나팔을 드는 것과 같은 편제표에 따른 임무수행이다. 공관병은 공관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됐다면 편제표가 잘못된 것이지 본인과 아내의 잘못을 없다는 얘기다.

박 전 대장은 "어쩔 수 없이 한 공간에 살면서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며 "공관 위생 관리가 미흡하면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군인권센터의 활동 중지와 해체를 촉구한다"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무고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군인권센터 소장(임태훈)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하지 않나"라며 "군대도 갔다 오지 않고 밖에서 이렇게 군을 흔드는 행위는 옳지 않고, 여기에 동조하는 국민들도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청교육대는 지난 1980년 5월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사회정화정책의 일환으로 군부대 내에 설치한 기관이다. 폭력범과 사회풍토문란사범을 소탕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무자비한 인권탄압이 이뤄져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로 꼽힌다.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박 전 대장은 "비례대표는 전혀 생각이 없고, 고향인 충남 천안을이나 현재 사는 계룡을 고민하고 있다"며 "험지에 가서 한 석을 더 차지하는 게 한국당에 도움이 된다. 당이 나를 필요로 해서 쓰겠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하겠지만, 필요로 하지 않다면 마는 것"이라고 한국당에 선택을 돌렸다.

끝으로 그는 황 대표를 향해 "좋아하고, 존경한다"며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 당을 이끄느라 노고가 많은데, 호불호를 떠나 당 대표를 중심으로 우리끼리 서로 건전한 비판을 통한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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