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북 '아리랑' 2차 협연, 스톡홀름서 열렸다…민간교류 물꼬 기대
입력: 2019.11.04 06:00 / 수정: 2019.11.04 07:50
남북 관계 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 합동 클래식공연이 열렸던 사실이 뒤늦에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9월 22일 스웨덴 스톡홀롬 뮤지칼리스카 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북한 소프라노 김송미와 남측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의 공연 장면. /린덴바움페스티벌 제공
남북 관계 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 합동 클래식공연이 열렸던 사실이 뒤늦에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9월 22일 스웨덴 스톡홀롬 '뮤지칼리스카' 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북한 소프라노 김송미와 남측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의 공연 장면. /린덴바움페스티벌 제공

南 원형준과 北 김송미 9월 스톡홀름 공연 뒤늦게 공개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10월 5일) 개최 일주일 전인 지난 9월 2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 합동 클래식 공연이 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남측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43)과 북측 소프라노 김송미(34)는 지난 5월 중국 공연에 이어 두 번째 합동 공연을 성사시켜 경색 국면의 남북관계를 푸는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린덴바움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지난달 30일 <더팩트>와 만나 9월 열린 스톡홀름 남북 공연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 남북 협연은 스웨덴 외교부 주최로 '뮤지칼리스카' 콘서트홀(600명 수용)에서 이뤄졌다. 전 주북한스웨덴대사, 현 주중국스웨덴부대사 부인이자 목회학 박사인 미셸 몹 앤더손(Michelle Mope Andersson)과 국제 오모던트 축제(Festival O/Modernt) 대표인 휴고 티시아티(Hugo Ticciati), 스웨덴 클래식 음악 교육기관인 릴라 아카데미(Lilla Akademien)가 두 음악가를 초청해 역사적 남북 협연이 성사됐다.

원형준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합동공연이 이뤄졌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남북문화교류를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남·북·미 청소년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한반도를 포함한 미국 투어연주를 계획 중"이라며 "합동 연주는 전쟁을 막고 미래의 희망을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원형준과 김송미는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 UN 유럽 본부에서 열린 2019년 제네바 평화 회담(Geneva Peace Talks)에도 함께 초청됐지만, 주최 측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동 연주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사진은 스캇 웨버 인터피스 회장, 김송미, 원형준, 사라 노블 제네바 평화 회담 회장.(왼쪽부터) /린덴바움페스티벌 제공
원형준과 김송미는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 UN 유럽 본부에서 열린 2019년 제네바 평화 회담(Geneva Peace Talks)에도 함께 초청됐지만, 주최 측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동 연주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사진은 스캇 웨버 인터피스 회장, 김송미, 원형준, 사라 노블 제네바 평화 회담 회장.(왼쪽부터) /린덴바움페스티벌 제공

'음악의 힘에는 한계가 없다'라는 제목으로 약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과 소프라노 김송미 외에 바이올리니스트 휴고 티시아티, 피아니스트 마리아 로스토트스키 그리고 릴라 아카데미 학생들도 연주에 참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는 스웨덴 외교부, 교포 등 제한된 약 200여 명만이 참석해 남북 협연의 감동을 함께했다.

남북의 두 음악인은 드보르자크의 '나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편곡 김인규)와 '아리랑'(편곡 김인규)을 협연해 스웨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으며 지속적인 남북문화교류의 필요성을 음악으로 역설했다.

평화무드가 조성됐던 남·북관계는 최근 북·미 실무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민간 교류 활동도 얼어붙은 상태였다. 올해 열린 파주 임진각~북한 개성 '평화마라톤' 대회,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북한 선수단 초청은 모두 무산됐다.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통일교육 다큐멘터리 제작 사업, 말라리아 공동방역과 결핵 퇴치 지원 등 인도적 지원사업도 전면 중단됐다.

이처럼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로 문화·체육 교류가 줄줄이 무산된 가운데 극적으로 이뤄진 이번 합동공연은 민간교류 재개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북관계 소강국면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 합동 클래식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지난 9월 22일 공연 이후 바이올리니스트 남측 원형준 (왼쪽)과 북측 김송미 소프라노의 모습. /린덴바움페스티벌 제공
남북관계 소강국면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 합동 클래식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지난 9월 22일 공연 이후 바이올리니스트 남측 원형준 (왼쪽)과 북측 김송미 소프라노의 모습. /린덴바움페스티벌 제공

두 음악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제주도 방문 가능성이 컸던 2018년 12월 제주도에서 첫 합동 공연인 '남북예술제'를 계획한 바 있다. 통일부도 행사 개최와 김송미의 남한 방문을 승인했지만, 내부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결국 올해 5월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첫 무대가 성사됐다.

이번 9월 협연은 한국 공군의 F-35 스텔스기 도입과 8월 한미군사훈련을 계기로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 11차례의 발사체 발사를 단행하는 등 한층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 이뤄진 공연이라 더욱 주목된다.

원 감독은 이번 2차 스톡홀름 '남북 합동공연'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9월 18일 UN 유럽 본부에서 열린 2019년 제네바 평화 회담(Geneva Peace Talks)에 김송미와 함께 초청됐지만, 행사가 무산되면서 스톡홀름 공연도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바지 극적으로 공연이 성사됐다. 원 감독은 "주최 측이었던 스웨덴 외교부의 의지가 강했다"면서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린덴바움페스티벌'의 원 감독은 10세 나이로 서울시향과 협연을 하면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음악 신동'으로 불린 그는 1990년 동서독 통일 주제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초청돼 연주하기도 했다.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거쳐 줄리어드 음악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현재 하버드 대학 커크랜드 하우스 명예위원, 제주 평화섬 음악대사, 독일 시네마 포 피스 재단 국제위원회 위원, 여성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북한 국적의 소프라노 김송미는 평양음악대학과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출신이다. 현재 조선예술교류협회 대리인, 조선 장애자연맹 문화이사, 베이징 만수대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중국을 무대로 활동 중이다. 2013 아시아예술제에서 우수공연상을 수상하고, 최근 '봉선화'를 발표했으며, ‘고향생각’, 찔레꽃’ 등 민족의 화합과 통일 염원을 담아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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