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정쟁 세운 '조문 정치', 통합으로 이어지길
입력: 2019.11.01 05:00 / 수정: 2019.11.01 05:00
정치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기간 정쟁을 멈췄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정치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기간 정쟁을 멈췄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야당 조문 받아들인 文 대통령…관계 틀어진 상대국 정상들도 '애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먼저 지난달 29일 별세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명복을 빈다. 누구에게나 사별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아픔과 고통을 유발한다. 그것이 대통령일지라도 한 인간으로서 어머니를 잃은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디 마음을 잘 추스렸으면 한다.

고인은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성당을 찾아 끊임없이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경남 거제로 월남한 뒤 행상이나 연탄 배달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고난의 삶을 살았던 고인은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에 오른 점도 녹아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문화는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서도 빛을 냈다. 검찰개혁 및 선거법 처리 등을 놓고 격돌한 여야는 장례 기간 잠시 정쟁을 멈추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 조롱 논란에 휩싸였던 유튜브 동영상 '벌거벗은 임금님'을 애도 차원에서 비공개로 바꿨다.

야당 대표들은 부산으로 향했다. 특히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 모친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조국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삭발을 강행했던 터라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애도를 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내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 /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내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런 야당 대표들의 조문 행렬을 사양하지 않았다. 애초 간소하고 조촐하게 장례를 치르겠다는 유족 측의 뜻에 따라 조문은 제한적이었다. 문 대통령의 측근들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으나, 조문하지 못 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야당 대표들의 조문 수락은 '화합'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금강산을 찾아 남측과 함께 진행했던 금강산 관광 사업을 맹비난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내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했다. 북한은 다음 날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쏨으로써 악화된 남북관계가 당장 개선되진 않겠지만, 문 대통령에 대해 성의 표시를 했다는 점에서 일말의 기대를 하게 된다.

'경제 전쟁'을 벌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문 대통령에게 위로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한일 정상 간 대화 의지가 담긴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담아 답신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태풍 하기비스 피해를 위로하는 문 대통령의 위로전에 답신한 바 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슬픔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상황에서도 '국정'을 걱정한 문 대통령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사실 국내외 굵직한 현안이 많다. 안으로는 민생경제 밖으로는 남북, 한일관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오는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 문 대통령은 남은 후반기 임기 안에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문 대통령을 향한 애도는 야권과 상대국 정상들의 의례적인 예의 표시일 수 있겠다. 하지만 국내외 꽉 막힌 현안과 막힌 상황을 푸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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