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인재영입 1호 박찬주 결국 '제외'... 시작부터 삐걱
  • 문혜현 기자
  • 입력: 2019.10.31 00:05 / 수정: 2019.10.31 00:05
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할 인재 명단에 공관병 갑질로 논란이 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포함돼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충돌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남부지검 출석 당시 황 대표. /남용희 기자
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할 인재 명단에 '공관병 갑질'로 논란이 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포함돼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충돌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남부지검 출석 당시 황 대표. /남용희 기자

당내 거센 반대 목소리 영향…전문가 "국민 기대치에 뒤통수"[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첫 인재영입이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당내 반발로 '공관병 갑질'로 논란을 빚었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인재 영입 1호'에서 철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장의 경우 황 대표가 수차례 공을 들여온 인재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국 사태 후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황 대표는 총선을 겨냥한 인재 영입이 시작부터 삐끗하면서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 최고위원들은 30일 공개적으로 박 전 대장 영입을 적극 반대했다. 이날 오후 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신보라 최고위원은 국회 당 대표실에서 박맹우 사무총장과 회동하고 박 전 대장의 '황교안 인재 1호 영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황 대표에게 전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장은 31일 진행되는 인재 영입 환영식 발표 명단에서 빠지기로 했다. 박 사무총장은 "다음에 모실 예정"이라며 여지를 뒀다.

한국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대표 체제 하 1차 인재 영입 대상자를 확보했지만 그 내용을 놓고 당내에서조차 이견이 나타났다. 오는 31일 한국당은 박 전 대장과 이 전 국장을 포함해 총 9명의 인재를 영입할 예정이었다.

명단엔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 BG장,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장수영 전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 안병길 전 한국신문협회 부회장, 정범진 경희대 교수 등이 포함됐다.

박 전 대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키는 등 의무에 없는 가혹한 지시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추후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지만 해당 사건은 '공관병 갑질'로 불리며 논란이 됐다.

이러한 비판에도 황 대표는 "개개인에 대해서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라며 "현재 보도된 명단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당내 다수 최고위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황 대표도 이같은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인재 영입 1호가 박찬주 전 육군대장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박 전 대장이 지난해 8월 군검찰단으로 소환돼 조사실로 이동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장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인재 영입 1호가 박찬주 전 육군대장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박 전 대장이 지난해 8월 군검찰단으로 소환돼 조사실로 이동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앞서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는 "인재영입이란 것은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지금 '공정'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데 그런 인물을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청년이든 여성이든 사회에 헌신했던 분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굳이 갑질 논란이 있었던 분을 영입하는 건 2030세대에 보여주기도 좋지 않은 모습"이라며 "우리 당에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장에 대한 비판을 한국당 지도부가 엄중히 보고 있느냐'는 물음엔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제 소신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했다.

민주당 측에서도 "논란이 있는 분을 구태여 모실 이유가 있나"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던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그분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자질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종의 '갑질'이라고 표현됐던 부분이 노출됐던 건 맞다"며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사람들을 모시는 게 당 입장에서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한국당이 안보와 경제 부분에 있어서 합리적인 정당이 되길 바란다"며 "인재를 영입하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국민을 위해 일할 복심을 모으는 거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국민의 정서에 맞게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장의 인재영입을 놓고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남용희 기자, 국회사진취재단
박 전 대장의 인재영입을 놓고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남용희 기자, 국회사진취재단

한국당 내부의 반발로 사실상 박 전 대장의 영입이 철회된 가운데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장이 영입된다면) 그동안에 한국당이 성찰하고 반성해야할 어떤 과거사에 대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민심을 거꾸로 역행하는 인사들을 영입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평론가는 "인재영입을 통해 각 정당이 가려는 방향, 가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인재영입은 오히려 민심을 거꾸로 역행하는 인사들을 21대 총선을 앞두고 내세우려 했단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대안 야당으로 나올 한국당의 (박 전 대장) 인재영입은 국민의 기대치에 오히려 뒤통수를 때리는 인사다. 만약 이런 인사들이 공천을 받게 되면 안하느니만 못 하고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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