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文대통령 발가벗긴 한국당…또 역풍 맞을까
입력: 2019.10.30 05:00 / 수정: 2019.10.30 05:00
문재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해 만든 자유한국당의 유튜브 영상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 유튜브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해 만든 자유한국당의 유튜브 영상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 유튜브 갈무리

"노무현 정부 시절 '환생경제'와 판박…표로 심판?"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한 자유한국당의 유튜브 영상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영상에서 '친문 간신'으로 묘사된 집단인 청와대와 여당의 강한 반발에 이어 정치권 안팎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지난 28일 한국당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당 캐릭터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 및 전시회에서 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에도 올라온 이 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친문 간신에 휘둘리다 진실을 알고 쓰러지는 바보 같은 대통령'으로 묘사됐다.

◆도 넘은 막말에 뿔난 당·청

특히 영상에선 "끝없는 욕심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한다", "즉위 하자마자 안보·경제·외교·인사 만사를 다 망치더니 결국 스스로 옷을 벗었다", "임금으로 둘 수 없다. 차라리 부지런히 일하는 소가 낫다", "문재앙" 등의 도를 넘은 막말이 이어졌다.

이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상대를 깎아내림으로 인해 자신을 드높이려고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일인지, 지금의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어울리는 정치의 행태와 모습인지 싶다"며 "국민들에게 정치의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성찰들이 지금은 더 우선돼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해학 풍자라기보다 조롱과 혐오를 넘어 명예훼손, 인권침해의 요소가 다분한 '막말소리가족'"이라며 "정당의 공식 홍보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저속하고 격 떨어지는 영상물에 국민들은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한국당은 대통령과 국민을 모독한 동영상을 제작한 관련자를 엄중하게 문책하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며 "우리 당 역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한 한국당의 유튜브 영상 일부. /한국당 유튜브 캡처
문재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한 한국당의 유튜브 영상 일부. /한국당 유튜브 캡처

이와 관련, 한국당 이창수 대변인은 "권력 앞에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 민심을 외면한 채 듣기 좋은 말만 듣는 위정자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한 교훈을 담고 있다"며 "비판보다 자성을 앞세워 '벌거벗은 임금님' 동영상의 내용과 진의를 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현 한국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전남 곡성군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연한 풍자극 '환생경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당의 다선 의원인 나경원·주호영·심재철·박순자 의원 등이 참여했던 이 연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제가 죽어가도 술만 마시는 노가리'로 묘사했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을 겨낭해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x값을 해야지", "육xx놈, 죽일 놈", "거시기 달고 자격도 없는 놈" 등의 노골적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때문에 아무리 연극이라지만, 야당 의원들이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이런 욕설을 해도 되는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내용은 도외시 한 채 아주 부분적인 대사 몇 개를 빌미로 연극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른 문화적 자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 및 전시회에서 인형극에 덕구(강아지)로 출연해 공연을 마치고 출연진(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 및 전시회에서 인형극에 덕구(강아지)로 출연해 공연을 마치고 출연진(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변화 없는 한국당…중도층 외면 부르는 행태"

이에 대해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29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환생경제'를 떠올리게 한다"며 "아무리 우리 정치가 험해졌다고 하지만 일국의 국가원수를 발가벗기면서까지 조롱하는 것은 옳은소리가족이 아니라 틀린소리가족"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런 일을 하기 때문에 한국당이 역풍을 맞고 국민께 조롱을 받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지금 조금 잘 되니까 오만해져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났음에도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노무현정부 시절 '환생경제' 연극과 판박"이라며 "기본적으로 한국당이 노무현·문재인 정부에 가진 적대적 인식,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생각을 동화를 수단으로 표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고한 저주, 적대감이 담긴 반영된 이런 영상은 수많은 중도층의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행태"라며 "사실 '환생경제' 연극 당시 한나라당 주류와 지금 한국당의 주류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한국당이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이 저런 구태의연한 행태, 저급한 행태에 대해서 어떻게 볼지는 자명하다"며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국당 지도부가 만든 '벌거벗은 임금님' 영상은 내년 총선에서 표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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